북유럽 범죄 소설의 전범을 만든 시리즈라는데. 요 네스뵈 류처럼 피 튀기는 장면이 거의 없고(물론 사건은 끔찍하지만 끔찍하지 않은 살인 사건이란 없을 테니까), 매우 간결하고 건조한 문장, 그리고 주인공이 마르틴 베크 한 사람이 아니라 그의 ‘팀’이라는 것이 마음에 든다. 팀원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에 따른 역할 분담도 맘에 들고.
어렸을 때 아마 계몽사 문고판으로 맨처음 읽었을 것이다. 못생기고 마르고 심술궂은 여자아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그 당시에도 어 이 얘기 뭔가 좀 특이한데, 싶었었다. 동화라면 보통 주인공은 착하거나 순진하거나 진짜 가여운 처지에 있거나 하지 않나? 그런데 얘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아무 것도 배운 게 없어서 자신이 얼마나 고약한 아이인 즐고 모른다고 작가는 틈틈이 알려 준다...아무튼 나는 어쩐지 이 이야기에 쏙 빠져버렸고 메리 레녹스와 콜린과 디콘은 커서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해보곤 했다. 이야기의 시대에서는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1차 세계대전이 터지는데 걱정도 하고 말이다. 우연히 교보문고에서 이 책을 ‘교보클래식’의 한 권으로 냈다는 걸 알고 그런 기억들이 한꺼번에 살아났다. 읽으면서 보니 내 기억 속의 이야기와 거의 100% 같았다! 계몽사 문고판 책이 없어도 기억 속에 있으니 상관없긴 하지만 언제든 내킬 때 다시 펼쳐볼 수 있게 된 것도 좋다. 따뜻하고 행복한 이야기.
운전 8개월째. 이젠 제법 편하게 느끼는 길도 생겼고 신호등에 서개 되면 운전대에서 손이 떨어지기도 한다! 여전히 주차는 어렵지만 내가 출근하는 시간에는 주차장이 텅 비어있기 때문에 괜찮다. ‘실력쌓기’ 따위의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이대로도 괜찮아! 부럽다 스노우캣. 그냥 처음부터 주차가 막 되었다니!여전히 내 차에 붙은 초보운전 스타커는 3개. 신호에 맞춰 멋지게 좌회전한 어떤 날은 그래 이제 하나쯤은 떼도 되겠네 싶다가도 오른쪽 차선으로 끼어들기를 하고 나면 그냥 계속 붙이고 다니리라 한다...
1. 2부까지는 방향이 있고 집중력도 있었는데 3부는 다소 엉망진창이다. 이 작가에게 (그 세계 나름의 최소한이라도) 논리정연한 인과관계를 요구하는 게 아니란 걸 알고는 있지만... 아주 초기작이어서 이런가 했는데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보다도 거의 10년이나 늦게 출간된 거라니 할 말이 더 없다. 2. 가노 마르타와 가노 크레타 자매의 실종이 가장 황당하다. 왠 낭비?3. 넛메그와 시나몬의 이야기를 읽다가 문득 천명관의 <고래>가 떠올랐다. 무라카미는 그래도 퇴고를 하는 작가이기에 읽으면서 어리둥절함은 느꼈을지언정 짜증은 나지 않았다. 4. 일곱 번째 무라카미 하루키였는데 3부 때문에 마지막 장을 덮는 기분이 가장 껄쩍지근하다. 막 신나게 달리다가 흐지부지 멈춘 듯. 일곱 개 중 최고는 <해변의 카프카>.
하루키는 몰아서 읽으면 안 되는 작가다. 이전에 읽었던 소설의 기억이 가물해졌을 때 쯤 다시 읽는 게 적당하다.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아 아아, 하루키군, 하루키가 이랬었지 이런 작가야, 하고 이전 책들의 느낌이 대략 소환되지만 아무튼 나름 매력적인 하나의 세계를 만들었고 그 안에서 완전한 동어반복을 하는 작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루키의 책을 처음 읽은 게 25년 전이었는데 이렇게 시나브로 마니아가 되는... 지는 아직도 두고봐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