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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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의사이고 포복절도할 이야기라고 해서 골랐다. 5년 반 동안 무려 147쇄나 찍힌 소설이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이야기였고. 어른들을 위한 잔혹(!) 동화 쯤? 아르토 파실린나의 <자살여행>이나 파울로 코엘료의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와 같이 묶일 만한. 요컨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위악을 떨면서, 결국 중요한 건 나 자신, 생의 의지다! 라는 말을 하려고 하는 (것 같은.)

이라부 같은 의사라면, 난 오분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면 안된다는 것은 맞다. 그러나 외모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다른 사람이 자기에 대해 어떤 생각(첫인상이든 선입견이든)을 품게 될지에 대해 100% 무관심하며 자기 좋은대로, 그러니까 다섯 살 난 어린애처럼 당당한 것, '성격이란 건 기득권이야'를 외치며 상대방을 포기시키는 유형의 인간들을 나는 싫어한다. 위악이 위선보다 나쁘다. 도대체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모두 굵은 바늘로 비타민 주사를 찔러대면서 눈이 반짝거리는 의사를, 소설이니까 봐주는 거지, 현실에서 어떻게 봐 준단 말인가. 그러면서 마음 속에서 억압되어 있으면서 몸의 병을 불러일으키는 의뢰인(환자)들의 고민을 배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라니. 이건 판타지 소설이다. 

불쾌하기까지 한 이라부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는, 그러나 연민이 든다. 그들에게서 나의 모습을 본다. 물론 나는 그들처럼 고민도 화끈하게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일상 생활과 직업을 하지 못할 만큼의 강박증은 (아직까지는) 보이고 있지 않지만 말이다. 어쩌면 일상 생활도 힘들게 하는 강박을 고치려면, 이라부같은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적 인물을 만나야만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판타지 소설을 좋아한다..)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의 책이 많이 출판되어 흥미가 있었는데, 매사가 이런 식이라면 더 읽지 않겠다. 그렇지만 문득 '이라부라면 내겐 어떤 처방을 내릴까'가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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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버연대기 1 - 앰버의 아홉 왕자
로저 젤라즈니 지음, 최용준 옮김 / 사람과책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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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앰버의 아홉 왕자. 첫 출간된지 무려 10년 만에, 그리고 절판 후에 어찌어찌해서 내가 구해서 읽은지 무려 2년 반만에, 다른 출판사에서 새로 저작권 계약을 해서 새 번역으로 재출간! 출간된지 두달이나 지났는데 난 왜 모른거얏. 

앰버를 실제로 읽은 것에는 좀 나만 복잡하고 독특한 사연이 있다.
사실 앰버에 대해 듣기는 더 오래되었었다.
알라딘에서 이전에 책 주문했던 걸 뒤져보니 2004년에 친구에게 보낸 게 있었다.
그리고 오랫 동안 책을 읽지 못하다가 2007년 겨울, 전문의 시험 준비를 위한 비공식 유급 휴가 덕에 온갖 것들을 보다가 앰버에도 생각이 미쳐서, 앰버에 대해 글을 
쓴 어떤 블로그에다가 미친 척하고 '책 좀 빌려주세요'라고 남긴 것에 그 블로거가 '좋습니다'해서 off-line 번개(!)로 책을 받아서 읽었다. (그 블로거 분과는 그걸로 끝이었다.. 마침표 두개.. ㅎ) 
그런데 읽으면서 그만 홀딱 빠져 버렸다. 독특한 세계와 안티 히어로인 코윈에게. 그리고 읽으면서 이런 게 나보다 시각적 상상력이 월등한 어떤 천재 감독 (이걸 영화로 만드는 감독은 무조건 천재!)이 영화로 만들면, 이 책도 재판되고, 환상적인 세계는 눈 앞에 나타나고 얼마나 좋아, 자아, 캐스팅은, 코윈 역에는 크리스천 베일, 브랜드는 에드워드 노튼, 랜덤은 마크 월버그, 피오나는 에바 그린, 이러면서 놀았던 것이다.(나도 이제 앰버를 아는 사람이닷 참조)
그러다가 이런 책이 내 수중에 없어서 생각날 때마다 들춰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데, 절판되어 헌책방 발품 된통 팔기 전엔 구할 수 없다는 현실에서, 나는 그만 친구에게 3년 전 선물했던 책을 돌려줄 수 없겠냐고 하고 말았다..;;; 물론 나의 착한 친구는 깨끗이 보관하고 있었던 책을 보내주었고, 나는 받는 날 바로 내 책도장을 찍어서 (그렇다.. 물욕에 눈이 멀었다..;;;) 내 머리맡 책선반에 올려 놓고 희희낙낙하면서 지금까지 지내온 것이다..

그리고 어느날 우연찮게, 사실은 알라딘의 야심찬 추천마법사 서비스를 보다가 재판이 나왔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역시 알라딘은 내게 이 책을 추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게 아니고 사실은 톨킨의 후린의 아이들을 추천했는데, 그 페이지에서 이 책을 구입한 사람들은 다음 책도~에서 발견). 그래서 주문했고, 그래서 오늘 받았다. 왔노라, 보았노라, 읽었노라~!

클래식 앰버의 첫 권은 일단 들면 정말 놓기가 쉽지 않다. 처음에는 그저 새 책이 온 것이 반가와서 첫 페이지만 열었을 뿐인데,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까지 곧장 쭉 읽어버렸다. 어쩔 수 없었다.
번역은.. 최용준 님 (이온추진엔진에 대한 연구로 미시간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분! 도대체 이온추진엔진으로 번역을 하시는 건지 완전 천재일 거라고 생각함)도 나쁘진 않았지만, 초판의 김상훈 님 번역보다 매끄러운 나머지 어쩐지 투박하고 하드한 느낌이 약간 무뎌진 감이 있지만, 나쁘지 않았다. 
(예를 들면, 내가 초판 앰버에서 가장 좋아한 문장 중 하나는 김상훈 님 역에서는
"심장이 앞으로 튀어나왔고, 흉골에 쾅 부딪힌 다음 밖으로 내보내 달라고 내게 간원하고 있었다." 인데, 최용준 님 역에서는 "심장이 튀어나오다가 흉골에 부딪힌 것만 같았다."라고 되어 있다..)
표지는 물론 새로운 앰버가 더 세련되고, 내부 종이도 왠지 재생지인지 중성지인지 윤이 나지 않고 약간 갱지 느낌이 나는, 개인적으론 가벼워서 더 좋아하는 재질이지만, 그리고 구판 앰버 표지는 약간 만화같은 느낌이었지만, 신판 앰버 표지는 넘 순하다! 앰버는 절대 그저 판타지일 수만은 없기 때문에. 
앰버의 인물들을 보라. 반지 전쟁의 프로도와 갠달프, 어스시 시리즈의 게드와 오지언, 그리고 아렌, 테나르, 기타 등등 용들, 나니아 연대기의 아슬란과 아이들에 비교할 만한 인물이, 그야말로 고귀한 성품을 지닌 조용한 영웅이, 앰버 연대기에는 없다. 자신이 엄청난 권력과 능력을 지닌 왕자라는 사실을 잊고 그림자에서 약한 보통 인간들과 너무나도 오래 어울려 산 덕분에 약간은 정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코윈도, 왕위라는 최고 권력을 얻는 것에 결정적 방해가 되지 않을 만큼만 용납할 뿐이다. 그러니까 앰버 연대기의 앰버의 왕자와 공주들은 모두 마키아벨리적 인물, 목적을 위해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들이다. 권력을 가시권에 둔 사람들의 행태를 구경할 때, 고귀함이란 걸 발견한다는 것은 현실에서는 그야말로 판타지에 가깝기 때문에, 어쩌면 앰버의 인물들은 많은 판타지의 인물들 중에서도 현실적이고 입체적이고 다이내믹하다. 그런 것이 앰버 연대기의 많은 매력들 중 하나이다.

일단 1권을 읽었으니, 읽고 있던 1984년으로 다시 돌아가서 매듭 짓고, 다음에 2탄부터 보든가 해야겠다. 솔직히, 2~3탄은 긴장이 좀 떨어진다.. 4, 5권은 앰버의 대척점에 선 카오스와 음모들이 드러나면서 다시 재밌어지지만. 그래서 난 앰버 연대기의 1권은 너덧번 읽었지만, 그 이후는 한 번 밖엔 안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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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1 - 상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밀레니엄 (아르테)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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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절대 함부로 집어들어서는 안되는 책이다. 특히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데 밤에 읽기 시작하는 것은 되도록 삼가할 것.
밤 샌단 말이다..-.-;;

 1.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영국에는 해리 포터, 스웨덴에는 밀레니엄' 이런 광고 문구 때문이었다.
즉, 해리포터와 묶여서 홍보되기 때문에 판타지인 줄 알았다는 것..-_-
그래서 무려 <끝없는 이야기>와 같이 주문해서, 좋다, 이번 여름은 판타지와 함께~ 이랬던 것이다.
그런데.. 실체는 스릴러다. 그것도 꽉 짜인. 추리 소설이기도 하고.  아주 이상한 환경에서 만난 독특한 남녀에 관한 연애 소설이기도 하고.
하여튼 20분처럼 느껴지는 두시간 반짜리 영화를 본 기분이라고나.
그러니까 재미는 끝내준다. 아무리 책 읽기 귀찮아 하는 사람이라도 도입부를 넘어 주인공이 헤데뷔에 들어가는 순간까지만 잘 따라간다면, 그 다음은 내릴 수 없는 롤러코스터 위에 탄 기분을 느낄 것이다.
그래서 2부와 3부 도합 네권의 책을 주문하고 말았다.

2. 책상 위에 책을 그냥 놓아 둘 수 없었다.
표지의 소녀의 눈초리가 호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표지는 곁눈질로 흘낏거리기만 했다.
경제전문 탐사 기자가 한 기업의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가 짠하고 나오는데 왜 이런 호러스러운 표지가 필요할까 싶었는데.
책을 읽어가다가 문득 표지를 자세히 보니 이 호러소녀가 목에 걸고 있는 목걸이 같은 것이 사실은 각양각색의 여자 머리(얼굴 아님)로 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꿈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3. 내 책장의 가장 잘 보이는 좋은 자리에 꽂힌 소설 중 하나인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과 별로 감흥은 없었던 <기발한 자살 여행>을 이어, 아마 세번째 북유럽 소설을 본 것인가 보다.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같은 노르딕 나라들은 내게는 그저 아주아주 먼 나라일 뿐이다.

복지 제도가 잘 되어 있고, 시민들의 사고도 합리적이고, 거의 모든 문화를 포용하는, 그래서 살아볼 만한 나라일 거라는 긍정적이지만 피상적인 느낌과, 동시에 겨울이 긴데다가 밤이 끔찍하게 길고, 좀 춥다 싶으면 기온이 영하 40도까지도 내려가 버리는, 결코 우호적이라고 느껴지지는 않는 기후가 있는 그런 나라들.

앞서 읽은 두 소설은 모두 너무나 많은 것을 잘 보장해 복지 제도 속에 있지만, 사람들은 추운 날씨만큼 서늘하게, 불행하게 사는 모습을 담고 있다. 마치 모든 것을 가져봤기 때문에 조금씩 쇠퇴하는 것만 남은 늙은 이를 보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그 속에서도 눈이 차가운 만큼 뜨거운 스밀라가 있고, 결국은 살아 보겠다고 좋은 죽을 자리를 물색하는 자살여행자들이 있다.

이 소설의 스웨덴은 한 술 더 뜬다. '스웨덴 여성의 13%는 성폭력을 당해 본 경험이 있다'라니.
게다가 경제 범죄에 사이코패스에 신나치극우에..
우리 나라 신문 기사 기가 차는 것만큼 이 나라에서도 못 살겠다고 소리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은 이유로)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건 '이야깃거리'를 찾아서 만든 소설이겠고 대부분의 스웨덴 사람들은 나와 마찬가지로 소시민이겠지만, 

4. 작가는 원고 넘기고 다음 날인가 심장 마비로 사망했다고 한다.
뜬금없이 빅픽처의 주인공이 떠올랐다. 이 작가, 자기 죽음을 연출하고, 어디 숨어서 자기 책의 성공을 보며 이름 없이 유유자적 살고 있는 것 아냐 싶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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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 밀러 펭귄클래식 27
헨리 제임스 지음, 최인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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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시리즈로 출판되었던 헨리 제임스의 단편이었다. 아주 오랜만에 읽은 고전이다.. 뭐 제인 오스틴 이후 처음인가..? 21세기의 독자로서 미국과 유럽의 사교계의 차이와 갈등 같은 것엔 별로 마음이 쓰이지 않는다. 그러나 데이지 밀러와 같이 타고난 아름다움에다가 자기가 속한 좁은 세상의 속물적 예의범절을 솔직한 태도로 넘어서서 비난을 자초하는 빛나는 여주인공은 언제나 있으며, 그런 여주인공을 우물쭈물 바라보다가 자기가 편할 대로 결론내려버리는 윈터본 같은 남자도 어떤 시대에나 있기 마련이다. 단편을 한권만 단행본으로 묶어내기.. 얄밉다. 물론 서문은 엄청난 도움이 되었고, 헨리 제임스라는 인물 자체에 약간 관심을 느끼게 하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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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이야기 비룡소 걸작선 29
미하엘 엔데 지음, 로즈비타 콰드플리크 그림, 허수경 옮김 / 비룡소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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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끝나지 않는 이야기의 일부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이야기가 절대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물질로서의 책은 시작 페이지가 있는 만큼 마지막 페이지도 있구나.
아쉽다..기보단 일단은 다행이라는 생각.
아무튼 나는 내일 출근을 해야하니깐 말이다!

 

영화 <네버엔딩스토리> 를 기억하고 있다.
검색해봤더니 1984년 볼프강 피터센 감독으로 만들어진 독일 영화인데 우리나라에선 1988년 여름 개봉되었다고 하는군.
여름방학이나 아니면 휴일이었을 것이며, 동생과 같이 보았었다.
처음엔 <더 플라이>라고, 공간순간이동 기계를 만들던 과학자가 속상한 순간에 술에 취해 자기 자신을 기계에 넣어 순간이동 하는데,
그 기계 안에 파리 한마리가 들어와 있던 것을 몰랐고, 기계는 두 개체를 따로 이동시키지 못하고 둘의 유전자를 뒤섞어 파리-인간으로 이동시킨다. 과학자는 처음엔 그 사실을 몰랐지만 자신이 점점 파리로 변해가면서 끔찍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는, 제프 골드브럼과 지나 데이비스 주연의 영화였다.
(헉 20년 이상 지났는데도 이렇게까지 기억하고 있구나.)
연구 이외의 것에는 신경 쓰지 않기 위해 아인슈타인처럼 똑같은 옷과 신발을 몇벌씩 갖다 놓고 갈아입을 정도였던 주인공 과학자가 어느 날 감정에 휩싸여 술에 취한 채 아마도 첫 번째이자 오직 한번이었을 계획에 없었던 실험을 통해 괴물로 변해간다는 것.
 인간은 감정 때문에 오로지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생각을 했었다.

 

아주 무겁고 멍한 마음으로 극장을 나서서 좀 마음을 밝게 하기 위해 옆 극장에서 하던 <네버엔딩스토리>를 보러 갔었다.
역시 환하고 따뜻한 이야기였다.
팔코 (분명히 우리말 자막은 이 이름이었다)라는 용이 용 같지 않고 그 시절 기술로도 정말 웃기게 보였다는 것과, 끝부분에 어린 여왕과 바스티안이 만나서 그들 손 안에서 환한 씨앗이 싹트는 것을 보는 장면, 그리고 주제가만 기억에 남았지만. 지금까지도 따뜻한 영화로 기억하고 있다.
(더 플라이보다 먼저 봤으면 어땠을까. 그리고 동생이랑 같이, 하루에 두 편이나 본 날이 아니었으면 또 기억에 달라졌겠지.)

 

소설을 읽고 보니, 영화는 1부에 해당한다는 것과, 그래서 영화와 소설은 다른 이야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이야기는 바스티안이 환상세계를 발견하고 그에게 새로운 생명을 준다는 1부 (즉 영화가 다루는 부분) 보다 어쩌면 환상 세계에서 자신을 완전히 잊었다가 되찾는 바스티안의 여정, 그 안에서 무엇을 소망한다는 것, 그리고 진정한 소망의 의미를 묻는 2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2부는 오딧세이아나 연금술사, 어스시의 마법사 게드 등 다른 환상 세계의 주인공들의 여정을 떠올리게 한다.)

 

고전이라면 어느 시대에 또는 한 사람의 인생의 어느 시기에 읽어도 그에 맞는 새로운 경험을 주겠지만, 그래도 읽기에 가장 적당한 시기가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10대 후반, 늦어도 20대 초반에는 읽었어야 했다..
그때, 나에게 이야기에 대한, 나만의 이야기를 써보고자 하는 열의가 있었을 때.
나와 연결된 환상 세계의 문을 아직 어렴풋이 볼 수 있었을 때.
그러나 지금 삼십대 중반에 와서 많은 것을 소망했었지만 이루어진 것이 있는지는 의문 뿐인, 조용히 현실에 묻혀가기만을 바라는 이 시기에 읽는 것은, 어쩐지 <더 플라이>라는 디스토피아의 인상을 잔뜩 머리에 담고서 영화를 보는 것처럼, 약간은 씁쓸한 아쉬움이 입 안에 고이는 느낌.

 

바스티안이 자신의 진정한 소망과 가치를, 현실에서 자신이 갖고 있지 않던 것에 대한 즉각적인 욕망을 하나 하나 이루면서, 소망을 이룬 후의 상태를 겪으면서 깨닫는다.
즉, 욕망을 이기려면, 그 욕망을 한번쯤 성취해봐야 하는 것 아닐까.
작가는 읽는이가 아트레유와 바스티안의 모험에 동참하여 함께 겪어냄으로써 현실 세계에서 결국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 밝혀질 즉각적인 욕망을 뒤쫓는 단계를 건너뛸 수 있기를 바라겠지만, 어느 누구의 환상 세계도 같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리고 물론, 이런 방식으로만 책을 읽는다면,  난 오래 전에 독서를 포기했겠지.
그러나 여전히 책을 찾아다니는 걸 보면, 나 자신의 진실한 소망을 찾는 여정은 어찌 되었든 아직 진행 중인 것이다..
(만족하지 않는 한, 결코 끝은 없겠지.)

 

PS) 이야기의 중간 중간에 다른 이야기의 씨앗들이 나오는데,
그 이야기들은 또 어떻게 풀려가고 있을지 궁금타. 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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