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1 - 상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밀레니엄 (아르테)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절대 함부로 집어들어서는 안되는 책이다. 특히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데 밤에 읽기 시작하는 것은 되도록 삼가할 것.
밤 샌단 말이다..-.-;;

 1.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영국에는 해리 포터, 스웨덴에는 밀레니엄' 이런 광고 문구 때문이었다.
즉, 해리포터와 묶여서 홍보되기 때문에 판타지인 줄 알았다는 것..-_-
그래서 무려 <끝없는 이야기>와 같이 주문해서, 좋다, 이번 여름은 판타지와 함께~ 이랬던 것이다.
그런데.. 실체는 스릴러다. 그것도 꽉 짜인. 추리 소설이기도 하고.  아주 이상한 환경에서 만난 독특한 남녀에 관한 연애 소설이기도 하고.
하여튼 20분처럼 느껴지는 두시간 반짜리 영화를 본 기분이라고나.
그러니까 재미는 끝내준다. 아무리 책 읽기 귀찮아 하는 사람이라도 도입부를 넘어 주인공이 헤데뷔에 들어가는 순간까지만 잘 따라간다면, 그 다음은 내릴 수 없는 롤러코스터 위에 탄 기분을 느낄 것이다.
그래서 2부와 3부 도합 네권의 책을 주문하고 말았다.

2. 책상 위에 책을 그냥 놓아 둘 수 없었다.
표지의 소녀의 눈초리가 호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표지는 곁눈질로 흘낏거리기만 했다.
경제전문 탐사 기자가 한 기업의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가 짠하고 나오는데 왜 이런 호러스러운 표지가 필요할까 싶었는데.
책을 읽어가다가 문득 표지를 자세히 보니 이 호러소녀가 목에 걸고 있는 목걸이 같은 것이 사실은 각양각색의 여자 머리(얼굴 아님)로 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꿈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3. 내 책장의 가장 잘 보이는 좋은 자리에 꽂힌 소설 중 하나인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과 별로 감흥은 없었던 <기발한 자살 여행>을 이어, 아마 세번째 북유럽 소설을 본 것인가 보다.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같은 노르딕 나라들은 내게는 그저 아주아주 먼 나라일 뿐이다.

복지 제도가 잘 되어 있고, 시민들의 사고도 합리적이고, 거의 모든 문화를 포용하는, 그래서 살아볼 만한 나라일 거라는 긍정적이지만 피상적인 느낌과, 동시에 겨울이 긴데다가 밤이 끔찍하게 길고, 좀 춥다 싶으면 기온이 영하 40도까지도 내려가 버리는, 결코 우호적이라고 느껴지지는 않는 기후가 있는 그런 나라들.

앞서 읽은 두 소설은 모두 너무나 많은 것을 잘 보장해 복지 제도 속에 있지만, 사람들은 추운 날씨만큼 서늘하게, 불행하게 사는 모습을 담고 있다. 마치 모든 것을 가져봤기 때문에 조금씩 쇠퇴하는 것만 남은 늙은 이를 보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그 속에서도 눈이 차가운 만큼 뜨거운 스밀라가 있고, 결국은 살아 보겠다고 좋은 죽을 자리를 물색하는 자살여행자들이 있다.

이 소설의 스웨덴은 한 술 더 뜬다. '스웨덴 여성의 13%는 성폭력을 당해 본 경험이 있다'라니.
게다가 경제 범죄에 사이코패스에 신나치극우에..
우리 나라 신문 기사 기가 차는 것만큼 이 나라에서도 못 살겠다고 소리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은 이유로)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건 '이야깃거리'를 찾아서 만든 소설이겠고 대부분의 스웨덴 사람들은 나와 마찬가지로 소시민이겠지만, 

4. 작가는 원고 넘기고 다음 날인가 심장 마비로 사망했다고 한다.
뜬금없이 빅픽처의 주인공이 떠올랐다. 이 작가, 자기 죽음을 연출하고, 어디 숨어서 자기 책의 성공을 보며 이름 없이 유유자적 살고 있는 것 아냐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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