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버연대기 1 - 앰버의 아홉 왕자
로저 젤라즈니 지음, 최용준 옮김 / 사람과책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앰버의 아홉 왕자. 첫 출간된지 무려 10년 만에, 그리고 절판 후에 어찌어찌해서 내가 구해서 읽은지 무려 2년 반만에, 다른 출판사에서 새로 저작권 계약을 해서 새 번역으로 재출간! 출간된지 두달이나 지났는데 난 왜 모른거얏. 

앰버를 실제로 읽은 것에는 좀 나만 복잡하고 독특한 사연이 있다.
사실 앰버에 대해 듣기는 더 오래되었었다.
알라딘에서 이전에 책 주문했던 걸 뒤져보니 2004년에 친구에게 보낸 게 있었다.
그리고 오랫 동안 책을 읽지 못하다가 2007년 겨울, 전문의 시험 준비를 위한 비공식 유급 휴가 덕에 온갖 것들을 보다가 앰버에도 생각이 미쳐서, 앰버에 대해 글을 
쓴 어떤 블로그에다가 미친 척하고 '책 좀 빌려주세요'라고 남긴 것에 그 블로거가 '좋습니다'해서 off-line 번개(!)로 책을 받아서 읽었다. (그 블로거 분과는 그걸로 끝이었다.. 마침표 두개.. ㅎ) 
그런데 읽으면서 그만 홀딱 빠져 버렸다. 독특한 세계와 안티 히어로인 코윈에게. 그리고 읽으면서 이런 게 나보다 시각적 상상력이 월등한 어떤 천재 감독 (이걸 영화로 만드는 감독은 무조건 천재!)이 영화로 만들면, 이 책도 재판되고, 환상적인 세계는 눈 앞에 나타나고 얼마나 좋아, 자아, 캐스팅은, 코윈 역에는 크리스천 베일, 브랜드는 에드워드 노튼, 랜덤은 마크 월버그, 피오나는 에바 그린, 이러면서 놀았던 것이다.(나도 이제 앰버를 아는 사람이닷 참조)
그러다가 이런 책이 내 수중에 없어서 생각날 때마다 들춰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데, 절판되어 헌책방 발품 된통 팔기 전엔 구할 수 없다는 현실에서, 나는 그만 친구에게 3년 전 선물했던 책을 돌려줄 수 없겠냐고 하고 말았다..;;; 물론 나의 착한 친구는 깨끗이 보관하고 있었던 책을 보내주었고, 나는 받는 날 바로 내 책도장을 찍어서 (그렇다.. 물욕에 눈이 멀었다..;;;) 내 머리맡 책선반에 올려 놓고 희희낙낙하면서 지금까지 지내온 것이다..

그리고 어느날 우연찮게, 사실은 알라딘의 야심찬 추천마법사 서비스를 보다가 재판이 나왔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역시 알라딘은 내게 이 책을 추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게 아니고 사실은 톨킨의 후린의 아이들을 추천했는데, 그 페이지에서 이 책을 구입한 사람들은 다음 책도~에서 발견). 그래서 주문했고, 그래서 오늘 받았다. 왔노라, 보았노라, 읽었노라~!

클래식 앰버의 첫 권은 일단 들면 정말 놓기가 쉽지 않다. 처음에는 그저 새 책이 온 것이 반가와서 첫 페이지만 열었을 뿐인데,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까지 곧장 쭉 읽어버렸다. 어쩔 수 없었다.
번역은.. 최용준 님 (이온추진엔진에 대한 연구로 미시간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분! 도대체 이온추진엔진으로 번역을 하시는 건지 완전 천재일 거라고 생각함)도 나쁘진 않았지만, 초판의 김상훈 님 번역보다 매끄러운 나머지 어쩐지 투박하고 하드한 느낌이 약간 무뎌진 감이 있지만, 나쁘지 않았다. 
(예를 들면, 내가 초판 앰버에서 가장 좋아한 문장 중 하나는 김상훈 님 역에서는
"심장이 앞으로 튀어나왔고, 흉골에 쾅 부딪힌 다음 밖으로 내보내 달라고 내게 간원하고 있었다." 인데, 최용준 님 역에서는 "심장이 튀어나오다가 흉골에 부딪힌 것만 같았다."라고 되어 있다..)
표지는 물론 새로운 앰버가 더 세련되고, 내부 종이도 왠지 재생지인지 중성지인지 윤이 나지 않고 약간 갱지 느낌이 나는, 개인적으론 가벼워서 더 좋아하는 재질이지만, 그리고 구판 앰버 표지는 약간 만화같은 느낌이었지만, 신판 앰버 표지는 넘 순하다! 앰버는 절대 그저 판타지일 수만은 없기 때문에. 
앰버의 인물들을 보라. 반지 전쟁의 프로도와 갠달프, 어스시 시리즈의 게드와 오지언, 그리고 아렌, 테나르, 기타 등등 용들, 나니아 연대기의 아슬란과 아이들에 비교할 만한 인물이, 그야말로 고귀한 성품을 지닌 조용한 영웅이, 앰버 연대기에는 없다. 자신이 엄청난 권력과 능력을 지닌 왕자라는 사실을 잊고 그림자에서 약한 보통 인간들과 너무나도 오래 어울려 산 덕분에 약간은 정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코윈도, 왕위라는 최고 권력을 얻는 것에 결정적 방해가 되지 않을 만큼만 용납할 뿐이다. 그러니까 앰버 연대기의 앰버의 왕자와 공주들은 모두 마키아벨리적 인물, 목적을 위해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들이다. 권력을 가시권에 둔 사람들의 행태를 구경할 때, 고귀함이란 걸 발견한다는 것은 현실에서는 그야말로 판타지에 가깝기 때문에, 어쩌면 앰버의 인물들은 많은 판타지의 인물들 중에서도 현실적이고 입체적이고 다이내믹하다. 그런 것이 앰버 연대기의 많은 매력들 중 하나이다.

일단 1권을 읽었으니, 읽고 있던 1984년으로 다시 돌아가서 매듭 짓고, 다음에 2탄부터 보든가 해야겠다. 솔직히, 2~3탄은 긴장이 좀 떨어진다.. 4, 5권은 앰버의 대척점에 선 카오스와 음모들이 드러나면서 다시 재밌어지지만. 그래서 난 앰버 연대기의 1권은 너덧번 읽었지만, 그 이후는 한 번 밖엔 안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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