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그랬을 것이다. - P58

그리고 어느 겨울밤, 그의 외아들이 친구들과 일본으로 여행을 떠난 날, 그와 나는 같은 침대에 앉아 있게 됐다. - P58

내가 먼저 용기를 내어 그의 회색 티셔츠를벗기려 하자 그는 바로 몸을 움츠렸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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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그런 거 아니에요. 편지에도 적었듯이 얼굴을 보여주시는것만으로도 합니다. 실은 정말 와주실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요."
"그런 말을 하려고 쫓아온 건가요?" - P195

"어머니가 지금보다 조금 괜찮으셨을 때 제게 한 말이 있어요. 이병은 천벌이라고 받아 마땅한 응보라고." - P197

같은 핏줄이라고 했는데 도조 집안은 그에 대해 모르는 듯했다.
그렇다면 아버지 쪽 핏줄인가. 다쿠미는 거기까지 생각하다 깜짝 놀랐다. 어쩌면 도키오 자신이 쓰메즈카 무사오를 찾고 싶은 것이 아닐까. 기무라 다쿠야라는 아버지가 있다고 말했지만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알 수 없다. - P205

"BAMBOO. 뱀부." 도키오가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영어로 대나무다케코의 다케가 일본어로 대나무를 뜻한다라는 뜻이야." - P291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다쿠미를 옆에서 도키오가 제지했다. "진정해. 여기가 누구 집이라고 생각해?" - P227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글러브가 움직였다고 생각했을때는 이미 충격을 받은 다음이었다. 그리고 의식을 잃었다. - P231

"목소리가 작아."
"부디 그려주십시오! 됐지?" - P237

하루 사이에 너무나도 많은 일이 있던 탓인지 좀처럼 잠이 오지않았다. 옆에서는 도키오가 코를 골았다. 이 남자가 나타난 이후 갑자기 주변이 정신없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우연은 아니라는 생각이들었다. - P238

"밤비에게 전화가 왔어. 묘한 도쿄 사람이 갈 텐데,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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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모다치니 나리타이데스.
이건 친구가 되고 싶다는 뜻이다. - P46

좀더 나중이라면 보다 먼 곳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얼마나 멀리까지 갈 수 있을까. 내가 사는 동안 가볼수 있는 가장 먼 곳이 어디일지 궁금하다. 다만 그 어느장소도 내 삶보다 멀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 P47

하지만 현실은 묵언 수행. 내가 할 줄 아는 일본어라곤 안녕하세요와 미안해요, 고마워요뿐이니까. 안녕히계세요를 알지 못해 가게를 나설 때마다 고맙다고 말했다. 가게 주인이 나보고 다시는 오지 마세요, 하더라도나는 고맙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물론 그런 일은 없었겠지만. - P52

해질녘, 노을이 진한 치즈처럼 녹아내리고 있었다. - P55

이렇게까지 돈과 시간을 쓸 필요는없었을 텐데. 그래서 나에게 남은 건 무엇이지? 다만 이토록 허비를 하고도 아직 나를 다 탕진하진 않았다는 사실만이 숙취처럼 남아 있었다. - P61

별로 놀랍지 않은 사실 하나. 관광객은 어떤 장소나풍경을 급하게 사랑해버린다. 심지어 제대로 관광하지않고도 사랑하거나 혹은 반대로 역겨워할 수 있다. 나는너한테, 또는 나한테 어떤 관광지가 될 수 있을까? 마음속을 가로지르는 배를 움직이기 위해 줄을 끌어당긴다.
안녕, 여기가 나의 세계야. 물론 전부는 아니야. - P65

키키, 덜 마른 티셔츠처럼 무겁고 싶지 않아한없이 펼쳐지는 낱장이 될래 거기에무엇도 적고 싶지 않지만 적어도 - P71

감기라도 걸리고 싶어서 환절기를 기다리던 여름이있었다. - P71

그러니까 시가 아닌 것은 내가 벽이라고 생각했던 무엇이다. 나는 그것에 문고리를 달거나 혹은 달지 않고무너뜨려 주무를 수 있다. 그러면 그것은 시가 된다. - P85

그러고도 소진되지 않은 소중한 불씨가 있다는 것. 이제는 이 모든 게 행운이라는 걸 안다. 그래서오래오래 지켜내고 싶은 마음, 좋아하는 걸 좋아하기를멈추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 P87

지금도 궁금하다.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나와 있을 때 행복한지 행복하지 않은지, 어째서나에게는 행복하지 않음이 불행과 동의어가 되는지, 그것은 증상인지 나의 편협한 언어 탓인지. - P90

오늘은 비가 내렸고 바닥에 낙엽이 잔뜩 쌓였다. 이맘때는 낙엽을 침대 삼아 누워서 조는 고양이가 많다.
쓰다듬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만 참는다. 거리를 둔다. - P92

L커피만 두 잔째. 시는 쓰지 못했다. 어제도 못 썼고 그제도 못 썼다. 그러니 오늘은 써야 한다. 물론 어제도 이렇게 생각했지만.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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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꾸었던 가장 무서운 꿈은 부모님이 치즈로 변하는 꿈이었습니다. 코 옆에 큼지막한 사마귀가 난 마녀가 배가고프다며 치즈가 된 부모님을 펄펄 끓는 양파 수프에 집어넣어버렸어요. 네모난 치즈 조각들이 살려달라고 이쑤시개 같은팔다리를 버둥거리는 모습이 얼마나 끔찍하던지요. - P9

꿈에서 깨어났을 땐 여전히 밤이었고, 저는 오래도록 실제도 아닌 패륜과 식인에 대한 죄악감에 시달렸습니다. - P11

바로 꿈속의 그 맛입니다.
제가 어떻게 이 맛을 찾아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 P16

저는 그 방안에 둔 채로요. - P19

‘깜박햇서‘ - P25

그리고 한 달이 더 지난 지금, 치즈는 완벽하게 숙성되었습니다. - P31

네. 그것은 정말 잘 숙성된 치즈였던 겁니다. 엄마는 그 방에서 서서히, 치즈로 변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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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벽으로 둘러싸인 청년은 표정만 보면 약간 지쳐서 잠든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몸과 연결된 튜브들이 엄중한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고른 숨소리를 내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주위에 놓인 여러 대의 생명유지장치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 P5

누워 보내는 생활이 이삼 년 지속된 뒤 서서히 의식 장애가 나타난다. 기억 손실이나 사고 저하가 심해진다. 간헐적으로 의식을 잃다가 마지막에는 의식을 완전히 잃어버린다. 말하자면 식물인간 상태가 되는 것이다. 다만 그 상태도 오래 지속되지 않고, 조만간 뇌기능이 완전히 정지한다. 즉, 죽음에 이른다. - P10

"말하자면 우리 아이가 그레고리우스 증후군에 걸릴 확률은 사분의 일이라는 거지. 바꿔 말하면 사분의 삼 확률로 보통 아이가 태어나는 거고" - P17

"아빠, 나, 언젠가는 다 낫겠지?" 도키오는 자주 미야모토에게 물었다.
"당연하지." 미야모토는 그렇게 대답했다. - P21

발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다쿠미는 그를 돌아보았다.
"내 이름을 어떻게 알지?" - P41

"엄청 얻어맞았네."
"뭐 그렇지." - P55

"솔직히 말하면 약간 기뻤어. 때리거나 맞는 일은 지금까지 없었으니 그런 걸 동경했거든. 흥분되는 경험이었어." 반짝거리는 눈동자가 농담이 아니라는 사실을 뒷받침했다. - P61

처자의 어머니에게 그 제안을 전하자, 그거면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 P69

그러나 변화는 확실하게 다쿠미를 찾아왔다. 사슬처럼 단단히 연결되어 있던 가족의 마음이 서서히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 P71

‘소문으로 들을 수 있는 게 아냐. 내가 이런 식으로 먹는다는 거아무도 모르니까. 꼴불견이라 남에게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니고그런데 너는 알고 있어. 대체 어떻게?" - P85

"기치조지였다는 게 무슨 뜻이야?"
"거기 살았다는 의미야.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 P91

"그게 뭔데? 어려운 말이나 하고 말이야."
"별로 어려운 단어도 아니잖아. 혹시 몰라? 콜레스테롤."
"들은 적은 있어. 전화를 받은 사람이 돈 내는 거잖아."
"그건 콜렉트콜." - P107

처음 읽을 때 다쿠미의 머릿속은 도중에 새하얘지고 말았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읽었지만 글자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들어오는 것을 거부했다. 문맥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해했으면서 현실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 P116

"아들을 믿어줘. 아버지의 꿈을 이루어주는 건 아들밖에 없어." - P138

"그렇게 만나고 싶다면 너 혼자 다녀와. 네 출생에 관해 뭔가 알아낼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잖아. 하지만 나는 별로 알고 싶은게 없어" - P169

정체불명의 감정이 다쿠미의 가슴속에 용솟음쳤다. 마권을 사라고 도키오가 주장했을 때와 똑같았다. 그리고 다쿠미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그 보이지 않는 파도를 거스를 수 없었다. - P170

다쿠미는 도조 준코의 이야기를 복잡한 심경으로 들었다. 그렇다면 스미코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미야모토 집안에 다쿠미의 양육비를 보낸 것이 된다. 그 사실에 경악하면서도 감사 따위는 결코 하지않겠다는 고집이 마음에 벽을 만들었다. - P189

도조 준코가 고개를 끄덕였다. - P188

그 말을 듣고 도키오가 다쿠미를 올려다보았다.
"좀 가까이 가는 것도 안 돼? 상대는 환자잖아."
"환자라면 뭐든 용서받을 수 있다는 거냐."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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