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번역가의 일에 대해 글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뭐랄까, 보통은 이런 청탁에서 내가 제공할 수 없는 유의 상당히 우아한 글을기대한다는 인상을 받는다(이 책은 내가 얼마나 우아하지 않은 사람인지를 증명할 것이다).
때론 어이없는 청탁을 받기도 한다. 어느 잡지에서는 ‘번역이 불가능한 단어‘를 주제로 글을 써달라고 했는데, 그 의도가 무엇이든 나로선 상당히 불쾌했다. 전문 산악인에게 ‘오를 수 없는 산‘, 오페라 가수에게 ‘부를 수 없는 가곡‘ 따위를 글로 써달라고 할까? 번역을 단순히 단어를 번역하는 일 정도로 보는 무지함(야만성이라고 썼다 지웠다)은 말할 것도 없고. "네가 못하는 걸 털어놓지 그래" 하는 저의가 느껴지는 요청이다. 대한민국 번역 평론 담론의 수준이 지옥까지 떨어졌을지라도 번역가에게 대놓고 이런 글을 부탁하다니 번역가에 대한인식이 얼마나 밑바닥에 있는지 보여주는 듯하다.

나는 수많은 번역가 지망생들을 봐왔고, 앞서 언급한 문제점을 가진 해외파 학생들도 꽤 자주 접했다. 그들에게 당부한다. "출중한 영어실력은 날개가 될 수도 있지만 목발로 걷게 만들 수도 있다. 나는 것에 너무 익숙한 나머지 걷는 방법을 까먹어서는 안 된다"고. 결국 훌륭한 번역가란 명문 대학을 졸업한 번역가나 ‘원어민‘ 번역가가 아니라 번역과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번역가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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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는 더 이상 높이 오를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간 뒤에야 느리고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앉기 시작했습니다. 그네로부터 내려와 지상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어느새 한 시절이 떠나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 P161

니까 어떤 휴지기와 휴지기 사이에서 솟아나는 잔상들,
잔음들, 물결들, 걸음들. 멀리 구름이 흐르고 있었다.
나는 종이 위에 적힌 문장을 눈으로 따라 읽었다. 읽는법을 잊은 사람처럼 읽었다. 읽는 동시에 잊어버리는사람처럼 읽었다. - P163

시를 추천해달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것이 가닿을 고유한 분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한 편의 시는 모두에게보편적으로 다가가는 것일 수 없는, 개별적인 사건 그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가 어떤 시를 발견하게된다면, 혹은 어떤 이가 어떤 시를 전하게 된다면, 그것은 바로 현재의 너와 나를 마음 깊이 돌보고 돌아보는일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그렇게 시는 언제나 바로 곁에 있었지만 결정적인 상황을 겪은 뒤에야 혹은 우연을가장한 필연적 사건을 마주했을 때에야 비로소 불현듯뒤늦게 찾아드는 무엇이라 여겨집니다. - P167

몸과 마음을 허물어지게 했던 어떤 고통의 기록을읽습니다. 때때로 어떤 몸의 고통은, 그로부터 오는 영혼의 아픔은, 생동하는 한 생명을 보잘것없는 사물의자리로 끌어내립니다. 사람이었던 자리에서 사람 아닌자리로 밀려나는 경험을 하게 되었을 때 사람은 어떤눈과 어떤 목소리를 덧입게 되는 것일까요. - P170

그때. 언어가 몸을 얻을 때. 언어가 혼을 얻을 때. 그때.
언어는 무엇인가. 언어는 무엇이라 불리는가. 그때. 세계는 어떻게 무엇으로 물결치는가. 너와 나는 어떤 울음으로 일렁이는가. - P190

시의 자리로 옮겨온 언어는 이미 문맥 속에서 이전의 소리와 의미와는 다른 공기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 P193

어쩌면 누구에게도 말 걸지 않아도 되고 누구도 말 건네지 않는 유령 같은 존재가 되어 세계의 끝잔디 위를 한나절 정도 산책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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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프라고 하면 고기나 뼈 같은 걸 커다란 냄비에 몇 시간씩 보글보글 끓이는…………… 그런 이미지를 떠올리지는 않나요? 하지만 다진 닭고기를 물에 풀어 끓이기만 해도 깜짝 놀랄 만큼 맛있는 국물이 우러난답니다. 먼저 건더기가 없는 기본 수프를 맛보세요. 수프의 새로운 세계가 열릴 거예요.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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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종종 콧수염 뒤로 숨곤 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콧수염이 자신을 지켜 준다고 생각했다. 그에 대해 사람들에게 물어본다면 아마 열에 아홉은 콧수염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었다. 양팔을 벌린 모양의 풍성하고 잘정리된 콧수염을. 그러나 콧수염 이외의 다른 특징을 물어보면 아홉 중 일곱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 P9

작은 술집은 따로 간판도 없었다. 검은색으로 칠해진 미닫이 나무문에 mau라고 조그맣게 쓰여 있지만 주변의모두 그곳을 그냥 검은 집이라 불렀다. - P11

콧수염은 아무도 해치지 않아. - P13

콧수염 남자는 술에 취한 사람에게 항상 서니사이드업 계란 프라이를 만들어 주었다. 기포 하나 없이 맨들맨들하고 보름달을 닮은 노란 노른자가 중앙에 자리 잡은 아주잘생긴 계란 프라이를.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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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견해에 호기심을 갖는 것은그의 견해를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 P246

한번 성공하려면 결과에 집중하고,
계속 성공하려면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집중하라. - P244

행복을 죽이는 가장 큰 요인은 비교다.
꼭 비교해야겠다면어제의 자신과 오늘의 자신을 비교하라. - P243

경청의 목적은 대답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말해주지 않는 내용을 듣는 데 있다.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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