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관 국민서관 그림동화 3
메리디스 후퍼 글, 알랜 컬리스 외 그림 / 국민서관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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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의 '미술관에 간 윌리'를 감상했다면, 이제 한 단계 올려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관'을 살펴보세요. 이 책은 윌리보다 줄글이 더 있고, 주인공도 개들인데 엄청나게 많은 개들이 등장한다는 것, 아마 개의 모든 종을 볼 수 있지 않을까? ㅎㅎ

미술관에 간 윌리에 나왔던 명화를 여기서 다시 만나면, "오~ 이거 내가 아는 그림이야!" 환호할 수 있는 즐거움이 하나 더 추가. 흠, 내가 아는 게 나왔을 때의 그 우쭐함과 뿌듯함은 아이들도 충만하하답니다! ^^ 윌리가 단순히 주인공을 바꾼 그림책이었다면, 여기선 그림 속의 개들이 외출을 하죠. 바로 '개들을 위한 밤'을 시작하려고 일년 동안 갇혀 있던 명화 속에서 뛰쳐 나온답니다. 이 얼마나 기가 막힌 발상인가~~~~ 단 일년에 딱 하루 밤, 마음껏 뛰고 달리며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방과 방 사이로 쫒아다니고, 미끄럼을 타거나 시트 위에서 뛰어올라도 뭐라는 사람 하나 없는 그야말로 개들의 천국이죠. 우리 아이들은 이 개들이 얼마나 부러운지...... 

"먼지 난다 뛰지 마라. 위험해~ 그러다가 다친다."

무슨 놈의 잔소리는 그리 많은지, 오늘도 온통 하지 말라는 것 뿐이죠. 이러니 우리 애들이 책 속의 개들이 부럽지 않겠냐고요? ㅎㅎㅎ 사람들이 파티를 하고 남긴 음식을 마음껏 먹은 우리의 주인공들, 아뿔사~~~~~ 일 났습니다. 너무 배부르고 졸려서 그만 자기 그림을 잘 못 찾아갔으니, 이를 어째 이를 어째! 다음 날, 예쁜 여자 아이가 발견했어요.

"와~~ 이것 봐요. 다른 개가 있어요!"  "정말 다른 개가 있어요."

미술관은 난리 났습니다. 경비원, 관리원, 부관장과 미술관장이 달려와도 어찐 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답니다. 경보 장치를 울려라, 도난당한 그림을 찾아라~ 법석을 떨지만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미술관의 모든 그림이 바뀐것도 아닙니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몇 작품이 달라졌는지 잠시 페이지를 멈추고 확인해 보세요!

다음 날부터 개들이 바뀐 그림을 보기 위해 광장에는 줄이 생겨났어요. 날이 가고 달이 갈수록 사람들의 줄은 길어졌어요. 이 미술관이 문을 연 이후로 이렇게 많은 방문객이 몰려온 건 처음이래요. 이제 이 미술관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관이 되었답니다! ^^

그 후 일 년이 지나고, 개들을 위한 밤이 돌아왔어요. 오직 사람들만 모르는 '개들을 위한 밤'이...... 어떻게 되었을까요? 내 자리가 아니고 내 집이 아니었던 개들은 이제 제자리로 돌아가야 할까요?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고 싶은가요? 자~~~ 책을 열고 확인해보세요! ^^

자,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의 저자보다, 혹은 그린이보다 모자란 게 있을까요? 모자란 게 있다면 어떤 부분일지, 갸우뚱~ 생각해보는 시간도 필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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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등 1학년에게 추천하는 책
    from 파피루스 2008-01-30 01:21 
    처음으로 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은 설레임과 더불어 걱정이 많을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궁금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자칫 기쁨을 누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나친 걱정이나 근심을 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아이들은 씩씩하고 활기차게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테니까, 아이가 심리적인 불안을 갖지 않도록 한 발자국 떨어져서 조용히 지며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옆에서 자칭 선배 엄마들이 이런 저런 말로 부추켜도, 삼임선생님에 대한 엄마의 믿
 
 
 
미술관에 간 윌리 웅진 세계그림책 25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장미란 옮김 / 웅진주니어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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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관심을 보이거나 이제 글자를 깨치기 시작한 유치원 또래들이 보면 딱 좋을 책이다. 우선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원숭이(?)야 침팬지(?)야 고릴라(?)야 ... 하여간 좀 헷갈리지만, 요런 녀석이 등장하여 세계의 명화를 보여준다. 물론 동물 캐릭터가 주인공이 된 그림으로 바뀌어진 명화다. 그림 밑에 한 두 줄의 글자가 있어 글씨를 떠듬떠듬 읽어갈 너댓살 아이들도 충분히 좋아할 거 같다. 그림마다 무언가 숨어 있을 것 같은 분위기... 가만가만 들여다 보자! ㅎㅎ 그림마다 재미난 것들이 들어 있다. 숨은 그림 찾듯이, 샅샅이 훑어보며 나만의 것을 찾아보자. 눈썰미가 좋은 어른보다 순수한 아이들이 무언가 발견할 확률이 높다. ^^

자, 마지막 접힌 부분을 펼치면 윌리가 영감을 받아 그렸듯이, 우리 아이도 영감을 얻어 자기만의 명화를 그려낼 것이다. 절대 어른의 눈높이에 맞추어 해석하거나 이해하지 말고, 보이는 대로의 아이 그림을 존중하고 칭찬해 주면 미래의 화가로 쭉쭉 자라날 것이다. 

세계인의 사랑받는 명화를 가지고 요렇게 멋진 자기의 그림책을 만들어 낸 '앤서니 브라운' 아저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천재다! 그럼, 우리 아이는 천재가 될 수 없을까? 자. 미리 실망하거나 낙심할 필요는 없다. 우리 아이이게 앤서니 브라운 같은 창의력을 키워주고 싶다면, 콩나물처럼 쑥쑥 자라나는 창의성을 발휘하게 하려면....... 부모의 잣대로 재단하지 말고, '미술관에 간 윌리'를 보고 또 보며, 나만의 것을 찾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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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12-11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영어로 된 책을 보았는데 너무 좋아서 침을 꿀꺽 삼켰어요. 최근에 원화 책을 사줬으니 이 책도 사주면 비교하는 재미가 클 것 같아요. ^^

순오기 2007-12-11 20:55   좋아요 0 | URL
사고 싶은 책 다 사다보면 '도서관'의 엘리자베스 브라운처럼 될 거예요! ㅎㅎ 물론 내가 꿈꾸는 삶이지만... ^^
 

화가나 그림을 소재로 한 책들이 많이 있는데, 어린이가 볼만한 책을 모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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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장생을 찾아서
최향랑 글.그림 / 창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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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옷을 입은 집- 단청 이야기
조은수 지음, 유문조 그림 / 사계절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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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고흐 아저씨를 만났어요
닐 윌드만 지음, 김이경 옮김 / 파란자전거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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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소와 무티스가 만났을 때-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35
니나 레이든 글 그림,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2002년 11월
8,800원 → 7,920원(10%할인) / 마일리지 44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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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7-12-11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주말, 도서관에서 볼 책으로 찜합니다. ^^

순오기 2007-12-11 10:34   좋아요 0 | URL
리스트를 몇개만 올렸을때 보셨군요.
저도 그림책은 주로 도서관에서 본답니다.
그중에 맘에 드는 건 몇 개 구입하기도...^^

마노아 2007-12-11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훌륭한 리스트라니! 보관함이 미어터져요(>_<)

순오기 2007-12-11 20:56   좋아요 0 | URL
지난 번 마노아님이 리스트 작성했었죠.
전 성인용 빼고 어린이들 것만... 저학년을 중심으로!
미어터지면 안 되어욧 ^^
 

아침에 오늘의 태그 '올해의 책'을 보면서도 필이 오는 게 없었다. 마침 어머니독서회 모이는 날이라 토론이 끝나고 회원들한테 우리의 토론도서 중에서 '올해의 책'을 뽑으라 했더니 이렇게 나왔다.

 

 

 

 

저녁, 식탁에서 가족에게 물으니, 남편은 남한산성을, 큰딸은 해리포터, 둘째는 식객, 막내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꼽았고, 나는 구덩이를 뽑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시 말해도 되냐고 묻더니 셋 다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을 치켜세웠다. 자신들의 10대와 온전히 동행한 친구라는 게 선정 이유였다. 큰딸이 초등 4학년이던 1999년에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이 나왔고, 6학년인 2001년에 해리포터를 사 달라고 해서 2001년의 초판 46쇄부터 사기 시작했다. 계속 나오는 대로 시리즈를 다 구입했고, 영화가 나오면 목을 빼고 기다리다 달려갔다. 고등학생이 된 큰딸은 번역본이 나오기 전에 원서를 보겠다고 해서 5권부터 7권까지 사들였다. 날마다 일정량을 읽고 동생들에게 중계했고, 학교가는 스쿨버스에서 친구들에게 들려줬단다. 또 모의고사 영어지문에 해리포터가 나오기도 해서 아이는 엄청 좋아했다. 이렇게 초등학교 4학년부터 시작한 해리포터와 고등학교 3학년 수능까지 동행했다.

지난 주, 해리포터 완결판 4권까지 다 읽은 아이는 "엄마, 이제 무슨 재미로 살지? 해리포터를 대체하거나 능가할 책이 앞으로 없을 것 같아" 한숨 쉬듯 말했다. 자기의 10대를 온전히 차지한 해리포터, 10대의 마지막인 19살 고3까지 동행한 세월이 눈물겹도록 고맙다며, '아~ 이제 무슨 재미로 살지?' 여전히 넋두리하듯 날마다 중얼댄다.

큰딸이 초등 6학년부터 고등 3학년까지 동행했다면, 네 살 아래인 아들녀석은 초등2학년부터 시작했고, 여섯 살 아래인 막내는 언니 오빠 보는 것 부러워만 하다가 학교에 입학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엔 둘째와 막내는 무슨 말인지 몰라 묻는 것이 많았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질문도 줄었고, 저희들 셋이 뭉쳐 해리포터 책과 영화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간식을 먹으러 식탁에 모일 때마다 해리포터 하나씩 뽑아 들었고, 특히 시험기간이면 으레히 해리포터를 빼들었다. 아마도 시험이라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리가 마법의 세계로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기말시험중인 중2 아들녀석은 오늘도 여전히 해리포터와 함께 한다. 이렇게 우리 삼남매는 해리포터와 동고동락 했다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이 훌쩍 큰 것과 비례하여 우리집의 해리포터는 반질반질 닳았고, 친구들에게 빌려주다가 없어져 몇 권은 다시 사기도 했다. 한때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인기를 끌었지만 20권으로 끝났고, 우리 집의 책꽂이를 채우고 있는 23권의 해리포터 시리즈와 원서 3권을 바라보는 내 눈에도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

이리하여 우리 집의 '올해의 책'은 삼남매의 만장일치로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이 차지했음을 공포합니다. 꽝꽝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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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2-11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만히 제 초등학교 시절때를 생각해보니...
전 "마징가Z"와 유년시절을 함께 했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사나이의 로망을 로봇이라고 생각한다는..

순오기 2007-12-11 08:46   좋아요 0 | URL
ㅎㅎ~ 세대에 따라 함께 한 책이 다를거예요.
우리 남편은 이현세의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을 가지고 있어 대를 이어 보고 있지요 ^^

bookJourney 2007-12-11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아이도 올해의 책으로 '해리 포터'를 꼽을 것 같네요.
물어보러 가야지~~ ==333

순오기 2007-12-11 11:07   좋아요 0 | URL
용이가 3학년인데 독서수 준이 상당히 높은가 봐요.
초등 고학년들도 책을 잘 안 읽는 아이들은 해리포터 잘 못 읽더라고요!
역시 독서는 내공이 중요해~~~ ^^

뽀송이 2007-12-11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 아이들에게 정말 많은 추억들을 주었군요.^^
저희 집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렇게 시리즈책을 목 빼고 기다리고, 줄기차게 사 본 책은 아마도 드물 것 같아요.
뽑은 책들 좋아요!!

순오기 2007-12-11 11:09   좋아요 0 | URL
옙 뽀송이님, 이렇게 목을 빼고 기다리며 줄기차게 사 본 것도 '해리포터'를 능가하는 책은 없답니다. 만화로 본 그리스로마신화가 있지만 20권으로 멈췄으니 단연 해리포터가 으뜸이지요!

마노아 2007-12-11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이 페이퍼 찐하게 좋아요. 아이들의 십대와 유년 시절을 올곧이 함께 한 해리포터. 멋진 추억을 새겨버렸어요. 게다가 온 가족이 공유하는 멋진 추억이라니 살짜쿵 부럽기까지 합니다. 오늘의 태그 이벤트는 순오기님의 독무대 같아요^^

순오기 2007-12-11 12:06   좋아요 0 | URL
아이들의 십대를 함께 살아 준 해리포터가 저도 막 고맙답니다!
아마도 이 추억이 평생을 함께 가겠죠 ^^
 
지구를 떠나며 - 제5회 푸른문학상 수상집 책읽는 가족 60
최금진 외 지음, 이영림 외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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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푸른문학상 수상작인 '지구를 떠나며'엔 신인작가의 6편과, 전 수상자인 초대작가 작품 3편이 더해져 모두 9편이 수록되었다. ‘지구를 떠나며’에 실린 대부분의 작품이 어두운 우리 현실을 조명하지만, 희망의 문을 슬며시 열어두어 가슴을 쓸어내리는 위안을 준다. 맞벌이 가정에서 방치되는 기범이, 나쁜 녀석들로 불릴 만큼 사랑받지 못하는 명수와 철수, 정신지체로 바보가 된 문식이, 아버지를 잃고 도벽을 갖게 된 정애, 부모의 이혼으로 갈등을 겪는 도빈이까지 작품 속 주인공들의 현실이 그리 밝지는 않다. 우리 주변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보는 만큼, 우리 사회가 품고 있는 현실이 어둡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화의 장점은 희망을 속삭이기에 이 책을 읽고나면 슬금슬금 희망이 보인다.

*이혜다의 ‘책 읽어주는 아줌마’는 맞벌이로 방치되는 기범이가 TV에 빠져 살다가 책에 관심 갖는 계기가 되어 다행이지만, 문제해결을 위해 갑자기 적극적인 아이로 바뀌는 건 좀 작위적이다. 무지개빌라 302호에 사는 나의 독자에게 바친다는 작가의 머리말에 가슴이 저릿저릿 코끝이 시큰해져 서둘러 집으로 가는 기범이가 오히려 자연스럽게 내 마음을 적셨다. 난 항상 10분 내외의 그림동화만 읽어주는데, 이렇게 장편을 드라마처럼 읽어줘도 좋을 것 같다. 이번주부터 해 봐야지! ^^

*표제작인 최금진의 ‘지구를 떠나며’는 나쁜 녀석들로 불리는 명수와 철수의 얘기를 꾸미지 않고 보여준다. 선생님과 엄마 아빠께 남기는 편지를 보면 나쁜 녀석인 명수와 철수가 아주 착한 영혼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어둡고 불행한 상황인데도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작가의 힘이 느껴지는 수작이다. 지구를 떠나겠다는 녀석들이 언덕 아래 펼쳐진 풀밭과 잔뜩 쌓인 퇴비 더미를 믿어본다니, 그 후 녀석들을 상상할 수 있어 즐거웠다. 그래 아무리 나쁜 녀석들이라도 지구 밖으로 밀어내거나 지구를 떠나서는 안 되겠지? ^^

*안점옥의 ‘바보 문식이’는 문식이 보다 500원 할머니가 눈에 들어와, 내가 작가라면 제목을 ‘500원 할머니’라고 붙였을 텐데...  생각하며 즐겁게 읽었다. 500원 할머니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으로 모자란 문식이가 제 몫을 해내며 자리를 찾는 게 흐뭇했다. 우리 어른들이 500원 할머니처럼 보듬는다면, 외롭고 쓸쓸한 모자란 아이도 함께 어울리는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다.

*김일옥의 ‘할머니의 남자 친구’는 나와 상관없는 노인들의 사귐엔 박수를 보내면서도, 자기 부모의 로맨스라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기적인 자식들에 찔끔한다. ‘나도 이 다음 저렇게 멋진 할아버지를 사귀어 볼까?’ 유혹이 생길만큼 열정적인 할아버지가 좋아 보였다. 전국노래자랑에서 사랑을 고백한 할아버지를 잡으러가는 할머니의 몸매는 미래의 내 모습 같아서 웃음이 절로 났다. 내 부모가 혼자 보낼 노년이 길어지는데, 황혼을 동반할 이성 친구 하나 갖는 게 용납하기 어려운 일인지 곰곰 생각하게 된다.

*정민호의 ‘달리기’는 주체적인 결정을 한 준호에게 박수를 보낸다. 밖에 나와서도 핸드폰으로 원격 조종하는 엄마들을 보면 참말 기가 막히다. 아이들도 일상적인 소소한 일조차도 엄마의 허락을 받고, 제 맘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게 안타깝다. 단거리든 마라톤이든 자기가 즐거워지기 위해서 뛰는 주체적인 두 소년의 결정이 희망으로 다가왔다.

*최유정의 ‘친구’는 책을 읽기 전, 이금이작가의 광주대 강연에서 작가를 만나 사진까지 찍었기에 깊은 애정을 갖고 읽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구멍처럼 비어 있는 마음을 채우기 위해 시작된 정애의 도벽은 내 가슴을 짜르르 울렸다. 우리 큰딸 3학년 때 반 아이가 문구점으로 데려가, 인형뽑기 기계를 조작하다 걸려 엄청 혼났다는 말을 10년이 지나서야 했다. 잊고 있던 그 애를 고등학교에서 만나 심장이 뚝! 멈추는 줄 알았다면서. 충격으로 남아 있는 딸아이의 경험으로, 보영이가 선생님 부탁으로 정애에게 어렵게 다가왔음이 충분히 이해됐다. 물론 우정이 동정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정애나 보영이가 그런 일로 성큼 마음의 키가 자랄 것이라 희망을 가져본다. 긴장감이 고조된 훔치는 장면 묘사로 단박에 사로잡는 시작이 좋았다.


초대작가 세 분의 작품은 신인작가와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했다. 역시 치밀한 구성과 묘사, 작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돋보였다.
*정은숙의 ‘짬뽕, 미키마우스, 그리고...... ’ 제목부터 참신하다. 이혼을 담담하게 겪어낼 수 없는 엄마와 도빈이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상큼함이 현실에도 적용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랑도 지하철을 갈아타듯 갈아탈 수 없는 현실이듯이 이혼도 상큼하게 마무리 짓기는 어렵다. ‘천타의 비밀’에서 인상적이었던 이영림의 그림을 만나 아주 반갑고 기뻤다.

*윤소영의 ‘복실이’는 유기견이 많아지는 현실을 대변한다. 농장 노부부의 사랑으로 인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어 다행이다. 인간의 이기적인 행태에 부끄럽고 암담하다가도 이런 따뜻한 사람을 만나면 희망이 살아난다.

*박지숙의 ‘아버지와 함께 가는 길’은 제1회 푸른문학상 수상작이었던 ‘김홍도, 무동을 그리다’의 후속처럼 반가웠다. 무동이 단원 김홍도를 그려냈다면, 이 작품은 그 아버지의 길을 따르는 아들의 이야기라 마치 한편의 이야기처럼 연결됐다. 부모는 자신의 힘들 길을 따르지 말라 하지만, 아들은 그 아버지를 존경하고 사모하매 힘든 길이라도 성큼성큼 따라나선다. 오늘날도 이런 아버지와 아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살만하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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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현실을 담고 있어도 희망이 보이는 책이라니, 저도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 저희 용이한텐 조금 빠르겠죠?

순오기 2007-12-10 23:42   좋아요 0 | URL
너무 길죠~ㅎㅎ 내가 이거 쓰고 올리다가 에러가 나서 다시 썼어요. 한글이나 알라딘에서 썼으면 그 고생 안했을텐데... 두번을 쓰면서 이렇게 길게 쓴 건~~~ㅎㅎ 놀보의 심술보! ^^
초등 고학년이 읽을만 한 책이라 용이에겐 아직 빠를거예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