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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너는 죽었다
김용택 지음, 박건웅 그림 / 실천문학사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3학년 2학기 읽기 책에 '콩, 너는 죽었다'가 실렸고, 6학년 2학기 읽기 책에 '지구의 일'이 실린 김용택님의 시집이다. 10여년 전 마암분교에 가서 시인을 만난 적이 있기에, 시인과 그의 시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시를 읽으면 시인이 느껴지며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특히 표제가 된 '콩, 너는 죽었다'는 덕치학교를 찾은 작가 박완서님이 교실 뒤 게시판에 걸린 이 시가 김용택의 시 인것을 모르고 아이들 시와 같이 걸려 있으니, "이 중에 제일 잘 쓴 시로, 이 애는 커서 시인이 되겠다." 라고 칭찬해서 김 시인이 뻐기며 좋아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ㅎㅎ~~
정말 콩타작을 하면 쥐구멍으로 들어가는 콩 한 알이라도 살려내려고, 언니와 나는 학교 갔다오면 날이 저물도록 마당가에서 콩을 주웠다. 그 때 우리집에 빌붙어 살던 쥐들은 무얼 먹고 살았을까? 내가 워낙 꼼꼼한 성격이라 한 알도 남기지 않았으니까~~~~~ㅎㅎ
이 시집에 우리세대 유년기의 추억을 불러 올릴 시들이 많이 들어 있다. 요즘 아이들은 잘 모를 엄마 아빠 시대 이야기가, 아직도 시골 마을엔 많이 남아 있다. 물론 동심으로 그것을 보고 느끼는 김용택 시인이 있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우리 때와는 조금 다른 오늘의 농촌에 가슴 아픈 시들도 들어 있다. 아이와 같이 시를 읽으며 예전과 오늘의 변화를 설명해주면 좋을 것이다.
한 편 한 편이 잔잔한 그림처럼 덕치학교 주변, 섬진강변이 떠오르며 가슴이 뭉클하다가 따뜻해지기도 한다. 정말 뭉클하고 따뜻한지 한 편의 시를 감상해보자.
할머니 집에 가는 길
-여름-
할머니 집에 가는 길
매미가 웁니다
할머니 집에 가는 길
염소가 웁니다
할머니 집에 가는 길
꾀꼴새가 노랗게 울며 납니다
할머니 집에 들어서며
할머니 할머니 찾아 부르면
아이고 내 새끼 더 많이 컸구나
보고 싶은 내 새끼
할머니가 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