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주운 한자
김동돈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한자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길에서 주운 한자」라는 제목처럼 저자가 여행이나 일상에서 발견한 한자를 뜻과 음은 물론 합자와 어원을 살피고, 다른 쓰임새의 예도 곁들였다.

이야기 한편이 끝날 때마다 정리문제를 풀어보도록 하여 한자공부도 할 수 있다. 허벅지나 손바닥에 써보라는 권유로, 펜과 종이가 없어도 바로 연습할 수 있어 재밌다. ^^

저자의 한자 실력과 해박함은 하루 아침에 생긴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하루에 3시간씩 대략 10년 정도 투자하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329쪽)는 1만 시간 법칙의 좋은 예가 아닐까 짐작된다.

블로그에 쓴 글로 꾸민 책이라 한 편 분량이 짧아 부담없이 읽힌다. 특히 문장 종결어미가 `~보았어요, ~같아요, ~말이죠` 로 끝나 곁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친근함이 느껴진다.

내가 익히 아는 한자를 확인하는 즐거움과 전혀 생소한 한자를 알게 되는 기쁨도 있다. 보통 사람은 무심히 보고 끄덕였을 한문 표기나 해설에서 오류를 찾아낸 저자의 세심함이 놀랍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게 확실하다.

내가 가본 경복궁. 광한루 현판이나 추사고택 주련 해설엔 눈이 번쩍 떠졌고, 내고향 당진을 오가는 길에도 들르지 못한 스산(서산)이 많이 나와서 꼭 가보고 싶은 열망이 덤으로 생겼다.

여행에서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느냐는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자에 관심을 가진 저자 덕분에 앞으로는 현판이나 주련 등 한자를 눈여겨 보게 될 듯하다.^^

봄.여름.가을.겨울길에 주운 한자로 구성한 글들이 때론 너무 짧게 끝나, 좀더 길고 깊이 있게 들려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단순히 한자 공부 책이 아니라 저자의 생각을 잘 버무려 한문으로 풀어가는 에세이로 집필해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인지 겨울길에서 주운 한자편이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나도 한자는 조금 안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보는 한자도 많았다. 평소에 한자 어원은 궁금해도 합자는 깊이 있게 따져보지 않았는데, 합자를 알아야 제대로 된 한자풀이를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254쪽 어떤 전설에서 무학대사의 출생내력을 알았고, 327쪽에서 목례가 아닌 묵례(말없이 고개만 숙이는 인사)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335쪽 연양갱의 연(이길 련)에서 `이기다`가 싸워서 이기는 게 아니라, `물을 붓고 반죽을 이기다`라는 걸 새삼 알았다. 또한 340쪽 제사 사( )가 `제물은 별로 마련하지 못하고 축원의 말만 길게 하는 봄철의 제사를 의미하는데, 봄철은 번식과 파종의 시기라서 제물 마련이 어렵다는 것도 새로운 발견이었다.

*옥의 티... 332쪽 위 네째줄 `그러나 일? 정치인으로서의 김영삼~` 에서 `개`자가 빠진 거 아닐까?

256쪽 무학대사 전설에서, 아이를 갖게 된 아내에게까지 일을 시킬 수 없어 1년을 기한으로 관전 50전을 빌렸는데...기한 내에 갚지 못해 만삭의 아내가 끌려가다 아기를 낳는다. 기한이 1년인데 임신한 아내가 만삭이 되다니, 뭔가 안 맞는 듯...^^

댓글(4)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6-06-03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6-06-06 08:50   좋아요 0 | URL
답글이 늦었습니다~ 너무 늦어서 죄송할 뿐이지요.^^

무해한모리군 2016-06-03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자를 잘 읽고 싶습니다! 보관함에 쓱

순오기 2016-06-06 08:50   좋아요 0 | URL
한자를 알면 글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