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할매식당
우에가키 아유코 글.그림, 이정선 옮김 / 키위북스(어린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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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 아이들은 주로 동물이나 어린이가 주인공인 그림책을 좋아하지만 쌍둥이 할매식당에 나오는 할머니들도 좋아한다. ‘할매는 할머니를 더 친근하게 부르는 말이다. ‘쌍둥이 할매식당의 안나와 한나는 마을 숲 어귀에서 식당을 한다. 뽀글뽀글 파마머리에 분홍과 파란색 원피스와 스카프로 쌍둥이 패션을 완성한 센스 있는 만능 요리사다. 신선한 재료로 만든 오늘의 추천요리는 이웃들이 좋아하고, 손님들 표정엔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는 즐거움과 행복이 묻어 난다.

 

 

 

쌍둥이 할매식당을 쓰고 그린 우에가키 아유코는 좋은 그림책은 그림만 보아도 이해가 되는 책이라는 원칙을 지키며 이야기를 끌어간다. 1978년 카나가와 현에서 태어나 와코 대학에서 일본화를 전공하고 제1DIY 창작어린이 책 대상과 제3회 핀 포인트 그림책 공모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경력이 말해주듯 밝고 따듯한 분위기를 연출 한다.

 

첫 장면은 작고 아담한 일본식 주택에 사는 주민들 일상이 펼쳐지고, 쌍둥이 할매식당 주방엔 우메보시 같은 절임 반찬류를 담은 올망졸망한 병들이 즐비하다. 알록달록한 접시 장식물과 액자는 일본 문화와 정서가 묻어나지만 따뜻함도 놓치지 않는다.

 

도입부의 밝고 훈훈한 식당 분위기와 달리 불 꺼진 침실의 어두운 풍경은 앞으로 일어날 사건을 예고하며 긴장감을 불러온다. 창 밖에서 식당을 엿보던 큰 곰은 침엽수가 빽빽한 어두컴컴한 숲으로 쌍둥이할매를 업고간다. 왜 그런 걸까?

알고 보니 큰 곰은 심한 감기에 걸려 먹지 못하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쌍둥이 할매들이 만든 음식을 먹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쌍둥이할매는 가족을 사랑하는 곰 마음에 감동하여 특별요리를 정성껏 만들었고, 그 덕분에 곰 아내와 아이들은 기운을 차린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걱정하던 곰 얼굴엔 웃음이 피어나고, 곰 가족이 먹는 걸 지켜보던 쌍둥이할매들의 흐뭇한 표정에도 마음 가득 따듯한 기운이 감돈다. 쌍둥이할매의 종을 초월한 소통과 나눔 정신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곰집에서 나는 음식 냄새에 숲 속의 동물들이 코를 킁킁거리며 찾아왔고, 곰은 넉넉한 마음으로 그들에게 음식을 대접한다.

 

화면을 가득채운 세밀한 그림은 보는 재미와 상상의 즐거움을 동시에 즐기게 한다. 식탁 위에 올라앉은 생쥐와 다람쥐도 귀엽지만, 너구리와 토끼의 의자 받침대로 쓰인 냄비와 벌꿀사전은 배려와 재치를 보는 것 자체로 즐거움을 선사한다. 단순히 글 내용을 설명하는 그림이 아니라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눈썰미 좋은 독자는 깨알 같은 기쁨도 맛본다.

 

 

 

숲에서 식당으로 돌아온 쌍둥이할매는 깜짝 놀랄 이벤트를 준비하고, 숲 속 동물들을 식당으로 초대하면서 음식 값은 숲에서 난 과일이나 나무 열매와 버섯으로 내면 된다는 광고를 낸다. 소식을 접한 동물들이 숲에서 난 열매와 버섯을 이고지고, 식당으로 모여드는 모습은 저절로 엄마미소를 짓게 한다. 빨간 열매를 물고 온 비둘기, 버섯바구니를 목에 걸고 온 뱀, 작은 수레에 머루를 싣고 온 다람쥐, 열매바구니를 등에 지고 온 메추라기. 버섯이 가득 찬 바구니를 나뭇가지에 걸고 동무와 메고 온 생쥐, 버섯이나 열매가 담긴 바구니를 앞발에 걸고 온 너구리와 여우와 사슴과 토끼, 뾰족뾰족 솟은 가시에 열매를 콕콕 꿰고 온 고슴도치는 상상력이 반짝, 빛나는 장면이다.

 

 

 

마을 사람들과 숲 속 동물들이 함께 어울려 식사하는 모습은 한 편의 판타지 영화를 보는 것 같다. 동물들을 식당으로 초대한 건 쌍둥이할매의 인생 경륜에서 나온 나눔 정신으로 읽힌다. 그러나 그 바탕에는 ()’를 중시하는 일본 정신과 문화가 녹아 있다. 와는 의 일본어로 사람들끼리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것을 의미한다. 즉 섬나라 일본은 모두 한 가족이므로 싸우지 말고 화해하자'는 것인데, 뒤집어 생각하면 '화해하지 않는 자는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뜻도 된다. 그러므로 ()’는 평등한 공동체를 의미하면서 동시에 엄격한 질서를 뜻한다. 일본인들이 절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며 자기 역할을 분명히 하고, 도움을 받으면 반드시 보은하는 것도 와 정신에서 나온 것이다. 초대받은 동물들이 공짜로 먹지 않고 숲에서 얻은 것으로 값을 치르게 한 것도 ()’ 문화로 이해된다.

 

이 그림책은 위에서 내려다 본 부감법을 사용했다. 부감법(High angle)은 전체 상황을 보여주는데 편리하고, 실내 인물 배치나 공간 상황 묘사에 적절한 방법이다. 독자의 시선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기 때문에 편안하고, 전체와 부분 묘사 및 입체감도 금세 파악된다. 모두가 어울려 식사하는 장면에서 제라늄 화분을 올려두었던 창틀에 마련된 생쥐와 다람쥐를 위한 식탁이나, 천정에 매단 바구니에 새들이 둘러앉아 모이를 먹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안나와 한나 할매처럼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로 이웃과 나눔을 실천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잔잔한 감동을 준다. 숲 속 동물들과 소통하는 모습에서는 옛날 만화 호호아줌마가 떠오른다. 동글동글한 모습이나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하는 모습이 닮았다.

 

이 책은 쌍둥이 할매를 통해 사람과 동물이 서로 사랑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즐겁고 행복한 삶을 따듯하게 풀어내어, 보는 즐거움과 종을 초월한 나눔이라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좋은 책은 국가와 민족을 초월하여 서로 이해하고 함께 어울려 사는 미덕을 느끼게 한다. 좋은 책이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는 따뜻한 눈을 갖게 하듯 쌍둥이 할매도 그렇다. 아이에게 사랑을 느끼게 하고 싶다면 쌍둥이 할매식당을 슬쩍 놓아주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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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4-01-01 0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눈에 호감이 가는 그림책 표지와 제목이라서 저도 자세히 봤네요. 안나와 한나라는 이름, 두 할머니의 의상, 밀가루 반죽하는 모습 등을 보고 미국이나 유럽 작가인가 했는데 자전거타고 돌아오는 남자의 모양새가 어딘지 우리 나라나 일본 같았어요. 동물들을 많이 등장시킨 것, 직접 만든 음식으로 서로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 할매가 한 명이 아니라 굳이 쌍둥이 할매로 하여 재미를 더하고 서로 돕고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준 것 등 작가의 의도가 잘 읽혀져요. 부감법은 흔히 말하는 조감법과 같은 뜻 같네요?
자세한 리뷰 잘 봤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순오기 2014-01-04 16:18   좋아요 0 | URL
상세한 댓글 고맙습니다~ 답글이 늦었지만, 나인님도 새새 복많이 받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