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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이아
권윤덕 글.그림 / 창비 / 201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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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덕이라는 작가 이름만으로도 기대했던 <피카이아>는 마음을 무겁게 하는 책이었다.

현실은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으니, 아이들이나 어른들도 외면하지 말고 마주봐야 할 사회 문제다.

두 번, 세 번 읽으며 첫 독서의 충격이 좀 덜어지고 더 깊이 이해되고 보듬어졌다.

불편한 진실에 마음이 무거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 살아 남아야 할 소중한 존재라는 것,

세상을 새롭게 바꿀 힘과 가능성을 가진 존재들에게 희망을 갖게 한다.

이런 마음을 갖는 데는 충격적인 그림 다음에 나오는 따뜻하고 희망적인 그림도 큰 몫을 한다.

 

 

2010년 순천 기적의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무거운 사회문제를 풀어낸 작가를 다시 보게 된다.

'키스'라는 이름을 가진 '골든레트리버' 개에게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기획한 분~누군지 궁금하고 놀랍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완동물에게 책을 읽어주다니,우리 도서관에서도 한번 시도해볼까 꿀떡 욕심나는 프로젝트다.

동물병원의 키스는 아이들을 만나는 날에 목욕하고 도서관에 온다.                                                                      

 

지난 7월 4일, 순천 기적의 도서관에 다녀왔다. 작은도서관 운영자를 위한 벤치마킹 프로그램으로~

2004년에도 가봤지만 10년 만에 다시 가서 꼼꼼하게 살펴보니 좋았다.

도서관에 들어서면 화장실에 가지 않고도 바로 손 씻을 수 있게 아이들 키높이로 설치한 세면대가 반긴다.

아이들을 위한 배려와 이런 마인드는 내가 배워야 할 덕목이라 감동과 고마움을 느낀다.

 

 

 

낯설지 않은 순천 기적의 도서관, 2층 모임 방에서 아이들은 키스에게 책을 읽어 준다.

누군가에게 할 수 없는 속엣말을 '키스'의 귀에 대고 속삭이는 아이들~윤이, 강안이, 채림이...아이들 마음이 짠하게 읽힌다.
그래도 키스에게 속마음을 털어 놓을 수 있으니 다행이지만...                                                                                     

 

 

 

이 책은 여섯 개의 이야기로 나누어, 아이들이 처한 상황과 생물체를 등장시켜 사회문제를 이야기 한다. 

1. 반지하방에서 할아버지와 사는 상민이와 바퀴벌레~

   -- 친구들과의 어울림, 열심히 일해도 가난할 수밖에 없는 사회 모순과 불공평함을 생각케 한다.

2. 성적만 관심 있는 엄마, 학원을 뺑뺑이 도는 미정이와 스트로마톨라이트~ 

  --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지만 함께 살도록 진화된 인간, 하고 싶은 걸 할 수 없는 억압과 자유에 대해 생각케 한다.

3. 관심 받지 못하고 성폭력에 노출된 윤이와 고양이~

  -- 자존감을 가질 수 없는 상황, 상처를 치유해주지 않는 사회,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생각케 한다.

4. 정리해고 위기에서 복직된 채림이네 가족과 흑두루미~

  -- 일감과 월급을 나누며 문제를 해결한 노조, 가족의 힘과 사회를 바꾸는 힘을 생각케 한다.

5. 육식을 즐기는 강안이네 가족과 돼지~

  -- 인간도 동물이고 자연이라는 명제로 살처분된 돼지와 육식문화를 생각케 한다.

6. 엄마 없는 아이 혁주와 피카이아~

  -- 엄마의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왜 우월하지 못한 피카이아가 살아남아 인간의 조상이 되었는지 생각케 한다.

 

개인의 문제, 가족의 문제, 학교의 문제, 회사의 문제, 도덕성의 문제, 문화적인 문제 등 우리 사회에 산재한 무거운 문제들을 어린이들도 알아야 된다고 들려주는 작가의 목소리, 어떤 문제도 못본척 외면하지 말고 정면으로 직시하고 함께 해결해나가고 들려주는 작가의 열정이 느껴진다. 하지만 초등생들에게 보여주기엔 용기가 필요할 듯...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먼저 읽고 아이들과 토론하면 좋겠다.

 

일상의 문제를 충격적으로 맞딱뜨리게 한 작가의 그림들은, 그래 우리가 이렇게 잔인하고 폭력적이었구나 깨닫게 했다. 작가는 더 불온하게 그리려고 했지만 의도했던 것보다 착한 그림이 되었다고 하지만, 내게는 충분히 충격적이었다. 아이들이 처한 상황에 미안함을 금할 수 없어 어떻게 도와야 하나 안절부절하게도 했다. 책 속의 상황은 우리 곁에서 날마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마음과 눈을 열어 이웃을 돌아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지, 다짐도 하는 책읽기였다.

 

예전에 어른들이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씀을 하시면, 어릴 땐 그게 무슨 말인지 실감하지 못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그 의미를 더 깊이 알게 된다. 지난 8월 말일 스스로 생명의 끈을 놓은 지인이 있어 조문을 갔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스스로 끈을 놓았을까 안타까웠다. 하지만 죽음은 절대 문제 해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은 가족들이 사는 동안 감당해야 할 몫도 결코 작지 않다. 어쩌면 평생도 부족해 대를 이어 문제를 떠안게 될 수도 있다는 걸 한번 더 생각할 순 없었을까....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는 푸쉬킨의 글귀가 생각난다.

그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는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걸 잊지 말자.

오늘도 잘 살았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토닥여주는 따뜻한 손길이 더욱 필요해지는 계절이다.

 

아이들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보여지는 그림은 당혹스럽고 충격적이지만... 따뜻하고 희망적인 그림도 많다.

  

  

 

과학에 자신 없는 내게 고생대 생물이야기는 낯설고 어려웠지만, 이렇게 또 하나를 배우는구나~ 뿌듯! ^^

*피카이아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보시라 추천합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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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26 19: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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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26 22: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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