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 - 2012 뉴베리상 수상작 한림 고학년문고 25
탕하 라이 지음, 김난령 옮김, 흩날린 그림 / 한림출판사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뉴베리 (Newbery Medal)은 미국 국적이거나 미국에 거주하는 작가 중 해마다 가장 뛰어난 아동 책을 쓴 작가에게 수여하는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라 불린다. 2012년 뉴베리상 수상작 금빛 메달을 붙인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는 표지에서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베트남 전통의상 아오자이를 입은 소녀가 사이공에서 앨라배마로 옮겨 갔으며, 파파야 나무와 병아리가 소녀의 삶에 관련돼 있음도 감지된다. 더구나 책 한권이 온통 시로 쓴 소녀의 일기라 어떤 이야기를 펼쳐낼지 기대와 호기심을 부채질한다.

 

우리의 주인공 '하'는 야무지고 똘똘하며 자부심이 충만한 열 살 소녀다. 1975년 새해 명절 '뗏'에서 다음해 뗏까지 1년을 시로 쓴 일기책이다. 술술 읽히는 운문 일기는 '하'의 가족과 베트남 상황이며 하의 성격과 자부심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와 가족이 왜 사이공에서 앨라바마로 가게 됐는지, 그곳에서 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다 읽혀진다.

 

1975년 고양이의 해

.

.

.

하지만 어젯밤에는 속상했어.

엄마가 그러시지 뭐야.

 

올 한 해 재수가 좋으려면

오늘 아침

오빠 중에 한 명이

제일 먼저 일아나야 한다고.

 

그건 오직 남자 발만

행운을 불러들이기 때문이래.

 

오래 묵은 마음속 응어리가

내 목구명 밖으로 부풀어 올랐어.

 

 

그래서 결심했지.

먼동이 트기 전에 일어나서

누구보다 먼저

내 엄지발가락으로

타일 바닥을

톡톡 두드릴 거라고.

 

 

이건 아무도 모르는 비밀.

옆에서 주무시는 엄마도

모르시지.

 

 

남자 발만 행운을 불러들인다는 엄마의 말에 발끈하며 야무진 작심을 하는 당찬 소녀 '하'는 베트남이 오랜동안 전쟁중이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며 행복하게 살았다. 터울이 많은 세 오빠들은 '하'를 놀려대는 것으로 애정을 표현했는지, 그 덕분에 하는 고집도 있고 자기 생각이 분명한 소녀로 자란 듯하다. 하가 돌이 되기 전에 해군으로 징용돼 생사도 알 수 없는 아빠, 남베트남의 항복으로 미국으로 오게 된 하의 가족은 자존감을 갖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다. 하는 영어를 잘못하는 유색인으로 놀림과 따를 당하는 등 학교생활이 만만치 않고, 오빠들과 엄마도 갖가지 어려움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똘똘하고 야무진 소녀가 점점 자부심과 자존감을 잃어가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까웠다. 

 

하의 가족이 앨라배마에서 당하는 차별이나 무례한 대우는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 근로자들 상황과 다르지 않을거라 생각됐다. 그 시대 미국사회에서도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성숙한 시민의식은 형성되지 않았던 듯. 그러나 후견인 카우보이 아저씨와 이웃의 워씨-잉턴 아주머니는 하의 가족이 앨라배마의 주민이 되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다. 더구나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하며 힘을 낼 수 있도록 용기도 북돋운다.

 

누구나 자기 앞에 주어진 길을 피할 수 없다면 당당하게 헤쳐나가야 한다. 하의 가족도 고통은 따랐지만 자신의 길을 당당하게 찾는다.

 

새로운 시작

 

.

.

.

 

"완벽하게 말하려고 고집하면

영어가 유창해지기 힘들어.

연습이 중요해!

실수를 많이 하면 할수록

실력이 점점 더 쌓이는 거야."

 

"애들이 비웃는 걸요."

 

"부끄러워해야 할 쪽은 그 애들이야!

그럴 땐, 저도 아이들한테

베트남어로 되받아치고

곧바로 비웃어 주렴."

.

.

.

(272~273쪽)

 

 

워씨-잉턴 아주머니의 조언대로 자신감과 긍정의 마인드를 되찾은 하는 펨과 씨-티-반이랑 좋은 친구가 되고, 놀려대는 핑크보이도 두려워하지 않는 당당한 자부심과 자존감을 회복한다. 하와 가족들은 아버지의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새로운 내일을 꿈꾼다. 

 

솔직하고 섬세한 감정을 담아낸 일기는 많은 부분이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한다. 작가의 어린날 경험이라 아이다운 천진함도 배어나지만, 너무 조숙하고 어른스러운 생각이다 싶은 부분도 감지된다. 지어낸 이야기가 아닌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묘사했기에 한 편의 소설이나 영화처럼 장면 장면을 떠올릴 수 있었다.  전쟁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그리지 않으면서 전쟁의 폐해를 그려내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삶이란 어떤 것인지 공감을 끌어낸 작품으로 초등고학년 이상 읽어보라 추천한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러브캣 2013-04-22 0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았습니다.

순오기 2013-04-24 06:42   좋아요 0 | URL
수고하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