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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보다 - 동물들이 나누는 이야기
윤여림 글, 이유정 그림 / 낮은산 / 2012년 10월
이 책을 보는 1학년들 표정이 사뭇 진지합니다.
그림책은 대충 설렁설렁 휘리릭 넘기던 녀석들도 뭔가 느끼는 게 있나 봅니다.
그게 뭘까요?
부모님과 함께 갔던 동물원에서 사진 찍으며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리는 걸까...
우리에 갇혀 있어 더 이상 다가갈 수 없던 안타까움을 생각하는 걸까요?
우리집에는 종일 우물거리며 뭔가를 먹어대는 '돼지토끼'가 있습니다.
토끼장안에 갇혀 넣어주던 마른 풀만 먹던 토끼는 제법 자라니까 우리를 탈출해서
손바닥만한 화단을 초토화시키고 화분에서 자라던 부드러운 풀잎도 몽땅 먹어치웠습니다.
먹을만한 화초를 싹 먹어치운 녀석은 무화과나무를 갉아 먹고 좀 뻐신 관음죽까지 먹었습니다.
정말 하루 종일 먹어대니 '돼지토끼'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녀석입니다.ㅋㅋ
'서로를 보다' 그림책에 나오는 동물들은 어떨까...
바람처럼 초원을 달리는 동물 치타는 신나게 초원을 달리겠지요?
젖먹이 동물 가운데 가장 빠른 치타는 한 시간에 백 킬로미터 속도로 달릴수 있다지만
동물원 우리에 갇혀지내느라
그렇게 달려보지 못해서 잘 모른답니다.ㅠ
나뭇가지를 타고 숲을 누비는 동물, 긴팔원숭이
얼음 들판 위로 떠도는 동물, 북극곰은 어떻게 지낼까요?
쇠홍학은 먹이가 많은 호수를 찾아 날지 못하고
긴팔원숭이는 힘센 팔로 하루종일 창살에 매달릴 뿐이고
조련사 말을 잘 알아들어 똑똑한 돌고래는 바다가 그립다고 친구에게 말하고
북극곰은 추운 북극의 눈보라가 기억나질 않는답니다.
이들은 왜 갇혀서 지내는 걸까요?
그들이 누리던 자유를 누가 무슨 권리로 빼앗아 갔을까...
달처럼 어둠 사이를 가르는 동물, 올빼미
바위산 위로 뛰어오르는 동물, 바바리양
함께 노래하고 사냥하는 동물, 늑대
함께 집을 짓고 지키는 동물, 프레리도그
동물을 강조하기 위해 쉼표를 넣어 준 글쓰기가 눈에 띕니다.
이들은 자유롭게 지내고 있을까요?
1학년이 보는 그림책에는 하늘을 날지 않고 앉아 있는 올빼미가 보입니다.
그럼, 해처럼 하늘 높이 떠오르는 동물, 콘도르는 마음껏 하늘을 날고 있을까요?
안데스 산맥 높은 곳에 둥지를 짓는 콘도르도 역시 하늘을 날지 못하고 앉아 있습니다.
왜?
그 누구보다 자유로운 동물, 인간은 어떨까요?
자연을 이해하는 능력이랑
자연을 파괴하는 능력이 모두 뛰어난 인간은...
우리 안에서 바라보는 동물의 눈빛은 애절합니다.
그의 눈에 담긴 간절한 소망을 알아채는 사람은 없는 걸까...
눈과 눈을 마주하고 서로의 마음을 읽어내는데 힘은 무얼까요?
우리집의 돼지토끼는 햇살을 쪼이며 화단에서 마음껏 노닐다가
밤이 되면 베란다 제집으로 돌아와 마른풀을 먹고 잠이 듭니다.
사람은 남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에 신경쓰느라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못하는 동물입니다.
우리에 갇혀서 자유를 잃은 동물처럼
사람도 갇힌 동물과 다를 바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바람처럼 달리지도, 해처럼 솟아오르지도,
산 위로 바다 위로 뛰어로르지도 못하지만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가지면 행복해질까요?
'콘도르'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라는 뜻하는 잉카말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눈과 눈을 바라보면서 서로의 마음을 읽어내는 사랑!
비록 하나는 우리 안에서, 다른 하나는 우리 밖에서 바라 볼지라도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는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