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랑 화장실 갈 사람? ㅣ 사계절 웃는 코끼리 11
수지 모건스턴 지음, 김주열 옮김, 김효진 그림 / 사계절 / 2012년 2월
평점 :
표제작인 <나랑 화장실 갈 사람?>은 교육환경이 엄청나게 좋아진 요즘 학교 풍경과는 거리가 멀어서, 책 속에 그려진 화장실 풍경을 어린이들은 이해할까? 6~70년대 시골에서 학교를 다녔다면 낯설지 않은 풍경이지만.^^
화장실은 학교 앞마당 한쪽 구석 어두컴컴한 곳에 있어요. 그래서 '유령의 집'이라고 불리죠. 폴린은 화장실에 갈 때마다 변기에서 귀신이 튀어나올까 봐 무서웠어요. 화장실에 들어가면 나무 문 다섯 개가 나란히 있답니다. 그런데 그 문들은 자라는 걸 깜박 잊었나 봐요. 위에서 아래까지 다 가려 주질 않거든요.(8~9쪽)
아, 문들이 자라는 걸 깜박했다는 표현이 재밌다. 화장실 문은 키가 위로 자라는 아이들처럼 위로 자라는 게 아니고, 아래로 더 자라야 하는데 덜 자랐는지 화장실에 들어간 아이들 다리가 다 보인다. 그래서 속옷을 내린 모습이 다 보이는데 아래로 들여다보는 개구쟁이까지 있다면.... 그야말로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는 건 두려운 일이다. 더구나 학교 생활이 처음인 1학년 여자 아이들에게는 정말 끔찍하게 걱정스런 일이겠다. 요새 아이들은 이런 화장실을 못 봐서 그림을 봐야 이해하겠지.^^
이렇게 아래로 들여다보는 개구쟁이들은 꼭 있다. 우리 어릴 때는 한 명은 들어가서 볼 일을 보고 한 명은 밖에서 망봐주고 그랬다. 요즘 아이들은 화장실에 들어가면 음악까지 흘러나오는 최고의 환경이라 화장실 공포는 없겠지만, 집이 아니라서 편하게 볼일을 못보는 아이들은 종종 있다. 그것도 차츰 학교 생활에 적응하면서 해결되지만, 집에 올 때까지 꾹 참아본 경험이 있는 어린이라면 폴린과 친구들의 괴로움에 공감의 '찌찌뽕'을 날릴 것이다.
폴린과 친구들은 화장실을 못가고 꾹 참는 괴로움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아이들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지혜로워서 잘 해결했으리라 믿지만!!^^
표제작 외에도 읽기와 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요나의 <야호!>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 <빵점쟁이 자크> 이혼한 부모 때문에 엄마와 아빠랑 번갈아 지내야 하는 윌리엄의 <엄마 따로 아빠 따로>까지 아이들의 걱정거리를 이해하고 따뜻하게 풀어주는 수지 모건스턴의 마음이 담겼다. 공포의 화장실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지만 부모나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한 것도 있다. 어린이도 자기 눈높이의 걱정거리를 갖고 있다는 걸 어른들이 이해하고, 아이들을 격려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부모의 이혼이 자기의 잘못인 양 죄책감을 갖는 아이의 마음을 풀어주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
섬세하게 그려낸 이야기 네 편으로 아이들은 걱정거리를 내려놓으면 좋겠고, 어른들은 아이들의 걱정거리를 해소해줄 수 있는 부모가 되고 선생님이 되면 좋겠다.
산다는 건, 아이는 아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나름의 걱정거리와 싸움인지도 모른다. 세상에 수많은 걱정거리를 한 편의 동화로 날려버릴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좋으랴!!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는 법, 내일의 걱정을 미리 당겨서 할 필요는 없다. 어쩌면 걱정없는 삶은 사는 재미가 없을지도 모르고.^^
그 뒤로 화장실 팀 아이들의 생활은 백팔십도 바뀌었답니다. (18쪽)
나는 '백팔십도' 바뀌었다는 이 말 뜻을 1학년이나 2학년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그것이 걱정이다! ^^
수지 모건스턴이 원작에 '백팔십도 바뀌었다'로 썼을지라도, 저학년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의역(意譯)했어야 되지 않을까?
한편으론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상황이 완전히 달라질 때 '백팔십도 바뀌었다'고 표현한다는 걸 배우겠구나 생각되지만.
어쨋든, 화장실을 걱정할 아이들은 1학년인데 백팔십도의 개념을 이해하기는 어렵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