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하기 보고서 - 은지와 호찬이 1 사계절 저학년문고 53
심윤경 지음, 윤정주 그림 / 사계절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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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도 큼직하고 그림도 재밌는 동화지만 꼼꼼하게 두 번을 읽었다.
처음은 엄마 입장에서, 다음엔 은지한테 감정이입한 자식 입장에서...  

"그래도 옷 벗긴 건 너무하잖아! 엄마가 사 준 옷이라고 벗기는 게 어디 있어? 이민우가 다 봐 버렸잖아! 나 창피해서 어떡해! 흑흑흑..."

"그래도 내복은 입혔잖아! 완전히 발가벗긴 건 아니잖아!"

"내복은 이모가 사 준 거니까 그렇지!" (37~38쪽)

 

이 장면을 보면서, 어린아이를 옷 벗겨 내쫒은 건 은지 엄마가 너무 했다고 성토하고 싶었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나도 우리 아이들한테 "나가라!"고 소리친 적이 있었다. 그것도 세 번이나...
큰딸은 일곱 살 때 집나간다고 골목길로 나섰는데, 교회 사모님이 달래서 데리고 들어왔었다.
그래서 빈 말이라도 '집 나가!'라는 말은 하지 말아야지 했는데, 5학년 때 또 집나가라는 말을 했고...
딸내미는 씩씩대며 집을 나갔다가, 해거름에 퇴근하는 아빠를 따라 슬며시 들어왔던 걸 기억하고 있다.  

둘째 아들녀석에게도 그렇게 자꾸 말 안들을려면 집에 들어오지 말랬더니.... 정말 해가 저물도록 들어오지 않았다.
날도 제법 추운 초겨울이라 속으론 걱정이 됐지만 초연한 척 찾아나서지 않았다.
다행히 녀석은 캄캄해지니까 들어와서 무릎을 꿇으며 잘못했다고 눈물을 뚝뚝 흘렸었다.
나중에 들으니 피시방에 가서 시간보내다 집에 왔지만, 막상 엄마와의 약속을 못 지켜서 집에 들어오지 못했단다.
우리집 옥상에 올라가 있었는데, 시간이 흐르니까 너무 추워서 들어왔단다.
녀석의 꽁꽁 언 모습을 보니 어찌나 속이 아프던지....
이 일이 교훈이 되었는지, 우리 아들은 '집 나가면 개고생!'라고 절대 집을 나가는 짓은 하지 않겠단다.^^ 

다행히 막내는 집을 나갔던 기억이 없다. 어쩌면 나의 편리한 뇌구조가 불리한 것은 기억하지 않는지도 모르고...  


나도 어린 날에 엄마한테 야단맞으면 오기로 끝까지 버티며 도망가지도 않고 꼿꼿하게 다 얻어 맞았다.
엄마는 '미련하게 도망도 안가고 얻어터져 부모 마음 아프게 한다'며 혀를 끌끌 차셨다.
부모 마음이란 야단 치면서도 자식이 맞는 건 보기 싫어, 차라리 도망쳐서 모면하기를 바랬다는 걸...
엄마가 돼서야 부모 심정을 제대로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아이한테 야단 칠 때는 어린 날의 나를 잊어버리고 만다. 


은지와 엄마의 싸움은, 여느 가정에서나 있을 법한 평범한 이야기다.
보통의 아이와 엄마가 동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걸, 작가는 독자에게 들려주고 싶었단다.
평범한 일상에서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를 끄덕끄덕 동조하게 풀어낸 작가는 역시 이야기꾼이다.  

  
  

"엉엉엉,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 거 맞아? 엉엉엉, 엄마는 아무래도 내 엄마가 아닌 것 같아!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나 원 참, 기가 막혀서! 내가 친엄마가 아니면 도대체 누가 네 엄마겠니?"

"이모 아니야? 사실은 이모가 내 진짜 엄마 아니야?"

"뭐?"

"이모는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이모는 만날 나를 예뻐하고 칭찬만 해 주는데! 그러니까 이모가 내 엄마 같아! 엄마는 새엄마 같아! 만날 야단만 치잖아!" (40쪽)

은지의 항변에 귀를 기울여보자. 나라도 이런 상황이었다면 친엄마가 따로 있나 의심해봤을 것이다.ㅋㅋㅋ
은지와 엄마의 이유 있는 싸움과 화해 과정은 낄낄 웃어가며 지켜볼 수 있지만, 우리집 풍경이라면 낄낄거릴 순 없지!!

난, 옹졸한 엄마여서 딸이나 아들과 심하게 싸우고 나면,
'내가 저를 어떻게 키웠는데... ' 배신감에 치를 떨며 통곡도 했고 마음이 얼음이라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아이는 그런 엄마를 눈치봐가며, 말을 붙여보기도 하고 화해를 시도했지만...
마음에서 먼저 용서가 되지 않으니 여전히 찬바람 휘잉 부는 엄마로 버텼다.
내 어린 날의 한 고집이, 엄마가 됐다고 없어지는 건 아니다.  

우리 삼남매도 은지의 항변에 '옳소! 옳소!' 동조하고 싶겠지.^^

엄마는 만날 자기가 공정하다고 하지만 사실은 하나도 공정하지 않다. 언제나 엄마 혼자 마구 화를 내고, 나는 늘 울거나 벌을 받기 때문이다. 반대로 내가 엄마를 야단치고 벌을 주는 일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니까 나는 분명히 억울한 거다. 엄마라고 해서 늘 맞는 생각만 하고, 나는 틀린 생각만 한다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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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12-01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신감에 치를 떨며..' 찔려요. 많이.. ㅠㅠ

순오기 2011-12-02 09:23   좋아요 0 | URL
찔리는 건 나도 마찬가지요.ㅠㅠ
어쩌겠어요, 우리 모두 내리사랑을 하는 인간일 뿐인걸요.

2011-12-02 1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03 04:5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