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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전쟁 ㅣ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70
서석영 지음, 이시정 그림 / 시공주니어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 이 책, 대박예감이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이 욕 나오게 하잖아~ 씨바
제아무리 점잖은 사람도 입에 욕을 담지 않을 수 없는 미친 대한민국!
저런 무개념의 인간들이 정말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머리 조아렸던 대통령이고 국회의원인가?
정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한미FTA 비준 날치기 통과라니!!
게다가 비준무효를 외치는 국민을 향해 한겨울같은 추위 속에 물대포를 쏘아대는 건 어쩌고??
이 책, 제목도 거창한 '욕 전쟁'이다.
평화적인 소통과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전쟁을 불사할 수밖에 없잖은가!
그렇다면 초등 5학년 4반 아이들은 왜 전쟁을 치르게 되는지, 관찰자인 지선이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출연하시는 5학년 4반 담임 김판돌 선생님, 삽화를 그린 이시정 선생님이 캐릭터를 잘 표현했다.ㅋㅋ
영화 '김봉두'의 차승원도 생각나고, 김봉두는 돈봉투를 의미하는 작명이지만 김판돌 선생님은 '김 판 돈'이라는 뜻인가.^^
송충이 두 마리로 감정을 표현하는 '성난 야수' 김판돌 선생님의 연기에 주목하시라~
김판돌 선생님이 욕전쟁을 선포한 주체라면, 주연급인 최시구와 짝꿍이자 나레이션을 담당한 엉뚱이 지선양은 이런 모습이다.
왕싸가지로 불리는 최시구와 건달들은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해도 좋다.
관찰하기가 취미인 지선이는 왜 엉뚱이로 불리며 어떤 역할을 맡게 되는지, 지선이의 나레이션으로 진술되는 5학년 4반 풍경은 기대를 저비리지 않는다. 흑장미파 채린이와 깜짝 아이디어를 잘 내놓는 재성이와 준기도 한 몫 단단히 한다. 게다가 초등학교 최고의 체육활동 피구시합이, 애들 표현대로 '존나' 재밌게 펼쳐진다.ㅋㅋ
전쟁이란 제목에 걸맞는 작은 제목들을 보면서 어떻게 전개될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도 좋다.
- 욕싸움이 되고 만 피구 경기, 욕과의 전쟁이 시작되다, 가면 씌운 욕, 단식투쟁 사건, 욕에 굶주린 아이들, 욕 탕감 사건, 최시구의 욕 통장 등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주.조연들의 활약은 결코 범생이가 아니라서 감정이입이 되기 쉽다. 입에 욕을 달고 사는 아이들의 나쁜 습관을 고쳐주고자 분투하는 선생님의 벌주기도 제법 다채롭게 펼쳐진다. 하하~ 어린 독자들은 어떤 벌에 가장 공감의 끄덕임을 보일까?^^
아~ '찐따, 왕찌질이, 존나, 씨바~ ' 입에 달라붙은 욕을 언제 어디서나 쏟아내는 시구와 영준이조차 제 아버지가 부끄러웠던 이 장면, 역시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엄마인 나를 살짝 부끄럽게 했던 모습이기도 하고...역시 가정교육은 말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본대로 배운대로 하는 거다. 나는 촌에서 자랐지만 우리 부모님께 욕을 먹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생활고에 지친 엄마가 화가 나면 한번씩 입에 담았던 쌍시옷으로 시작되던 욕을, 세 아이를 키우던 내 입에서 어느 결에 튀어나오던 서늘함은 잊지 못한다. 우리 아들 어려서 처음으로 엄마한테 심한 욕을 들었을 때, 제 아빠한테 가서 "아빠, 엄마가 나한테 욕했어!' 고발하면서 펑펑 울었더랬다. 처음으로 욕을 들은 아들도 충격을 받았고, 남편도 충격이었던지 시댁에 가서 아버님께 내 흉을 보더라.ㅜㅜ 다행히 아버님은, 에미가 욕을 하며 키우지 않았기 때문에 손주녀석이 충격을 받았다는 걸 알아주셨다.
애들 키우면서 우아하고 교양있는 엄마로 기억되고 싶었는데, 삼남매를 키우다 보니 어느 결에 욕이 나올때도 있더라. 특히 남편 때문에 속상했을 때, 그 화풀이를 아이한테 쏟아내기도 하고, 아이한테 하는 척하며 남편 들으라고 심하게 할때도 있었고...
하여간 욕 나오는 세상에 살면서, 아이들에게만 욕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씨바, 존나, 개XX, ㅆ~'을 입에 달고 산다면 자신의 언어습관을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내가 광주와서 살면서 처음에 놀랐던 건, 자식들에게 "이런 썩을 놈아~"라고 하는 말이었다.
어찌 귀한 자식한테 '썩을놈~'이라고 말하는가 엄청 놀랐는데, 아들 둘을 키우던 이층 아줌마가 늘 입에 달고 살아서 귀에 익다보니까, 글자대로의 무지막지한 뜻 보다는 은근 친근감이 드는 욕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도 우리 아들에게 이 말을 여러번 했다는 고백을... ㅜㅜ
내가 우리 엄마가 했던 욕이 무심코 입에서 튀어나왔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내가 했던 욕을 대물림 할까 봐 살짝 겁난다.^^
세상 돌아가는 꼴이 욕 나오게 한다지만, 습관적으로 욕을 입에 달고 살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