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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비아스와 수호천사 ㅣ 읽기의 즐거움 2
수산나 타마로 지음, 우테 크라우제 그림, 유혜자 옮김 / 개암나무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수산나 타마로' 사진을 보면 소년 같은 해맑은 얼굴이지만 1957년생으로 쉰다섯의 적지 않은 나이다. 2008년 여름 <마법의 원 http://blog.aladin.co.kr/714960143/2241028 >으로 만난 작가라 반가움에 덥썩 책을 샀는데, 리뷰쓰기는 늦었다.
<토비아스와 수호천사>는 마치 이탈리아판 <아홉살 인생>같은 책이다. 위기철 작가가 경험한 인생이야기를 아홉 살 여민이를 통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수산나 타마로도 열 살 마르티나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어리지만 이미 철들어 버린 아홉 살 인생의 여민이처럼, 우리의 주인공 마르티나도 늘 싸우기만 하는 엄마 아빠 때문에 일찍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선다.
엄마와 아빠는 결혼을 일찍 했다. 엄마는 대학교에 들어가 공부할 꿈어 부풀어 있었고, 아빠는 오토바이 선수가 되고 싶은 꿈이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의 꿈이 둘이 영원히 같이 살고 싶은 꿈으로 바뀌면서 미래의 계획들이 모두 취소됐다.
거실 소파 옆 탁자에 엄마, 아빠가 결혼할 때 찍은 사진이 있다. 엄마는 여왕처럼 보이고, 아빠는 멋진 호텔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두 사람의 눈은 요정이 작은 별을 뿌려 놓고 가기라도한 것처럼 반짝거린다.(17쪽)
서로 사랑해서 눈빛이 반짝이던 엄마 아빠는 마치 누군가 스위치를 내린 것처럼 더 이상 눈빛이 반짝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마르티나의 엄마 아빠만 그런 게 아니라, 나를 비롯한 보통의 부부들도 눈빛을 반짝이는 시간이 오래 가지 않으니 참 인생의 아이러니다.ㅋㅋ 마르티나는 엄마 아빠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기 자루를 물고 가던 황새가 주소를 착각하고 잘못 내려놓았을 거라 생각한다. 원래 엄마 아빠는 정원이 딸린 멋진 집에서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행복하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할아버지가 자주 하던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 희망도 함께 살아 있다"는 말씀처럼, 사는 것을 희망이라고 생각하면 그래도 기분이 좋아진다.
마르티나는 할아버지의 개 '토비아스'가 되어 잡기 놀이를 하는 것이 가장 즐겁다. 하지만 아빠와 엄마는 그런 모습에 질색을 한다. 할아버지가 마르티나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며 떼어 놓고 싶어하는 아빠, 마르티나가 왜 학교에서 선생님 말씀에 대답하지 않고 딴 생각에 빠져 있는지 눈높이 대화를 하지 않는 엄마는 마르티나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말하지 않고도 마음으로 통하는 할아버지처럼, 마르티나는 말하지 않고 주변의 모든 것과 마음을 나눌 수 있다. 밤나무는 운명을 선택할 수 없지만, 자기 길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마르티나는 집을 나간 엄마 아빠를 기다리지 않고 용감하게 집을 떠난다.
할아버지는 왜 갑자기 마르티나를 보러 오지 않는지 궁금하고 걱정된다. 마르티나는 집을 나와 춥고 배고픔을 경험하지만 겁내지는 않는다. 추위를 피하려 쓰레기통에 들어갔다가 잃어버린 물건들을 찾아 모아두는 트롤라 부인의 성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아토스(토끼인형)과 마음을 나누며 위로를 얻는다. 하지만 마르티나를 잡으로 온 복지사의 손을 피해 도망치고... 날개가 달린 수호천사를 만나게 된다. 세상에 있는 사람들 숫자만큼 많은 천사가 움직이고 있지만,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천사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마르티나는 천사의 도움으로 인간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된다.
"너의 부모님은 그동안 너무 불행해서 네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잘 모르고 살았어. 나쁜 사람들은 아니고, 너를 사랑하면서 그것을 너한테 잘 보여 주지 못한 것 뿐이야.
행복이 바로 앞에 있어도 그것을 잡으려고 손을 뻦지 않아. 행복을 식인종보다도 더 무서워하지."(127쪽)
마르티나는 가출로 무엇을 깨달았고, 엄마 아빠는 어떤 것을 발견했을까......
수호천사는 인생을 결정해 주지는 않는다. 하느님이 섞어 놓은 카드를 손에 쥐었을 때, 저 카드를 버리고, 이 카드를 버리라고 말해 줄 수 있을 뿐이다. 내 인생의 수호천사는 어떤 카드를 버리고 어떤 카드를 선택하게 할까?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늘 내곁에 함께 있는 수호천사를 상상하는 것도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