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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아저씨 손 아저씨 ㅣ 우리 그림책 1
권정생 지음, 김용철 그림 / 국민서관 / 2006년 2월
2007년 5월 17일에 돌아가신 권정생 선생님.
선생님은 돌아가셨어도 남기신 작품으로 만날 수 있으니 고맙습니다.
선생님은 1937년 일본에서 태어나 권경수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우리에겐 그 분의 삶처럼 바른 이름 '정생(正生)'으로 기억되는 분입니다.
'옛날에 두 아저씨가 있었어요.'
로 시작하는 이 그림책은 가슴 뭉클한 우리의 옛이야기이다.
'훨훨간다'처럼 권정생 선생님의 입말과 김용철 화가의 파스텔톤 그림으로 보여줍니다.
이 이야기는 4학년 1학기 듣기.말하기.쓰기에 실렸습니다.
윗마을 길 아저씨는 두 다리가 불편해
어릴 때부터 방안에서 꼼짝 못하고 앉아서만 살았대요.
부모님이 계실때는 잘 보살펴 주셔서 그런대로 살았지만...
아랫마을 손 아저씨는 태어날 때부터 두 눈이 보이지 않아서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으면 집안에서만 더듬거리고 살았대요.
하지만, 나이 드신 부모님이 언제까지나 함께 살수는 없지요.
세월이 흘러 길 아저씨 부모님도 손 아저씨 부모님도 세상을 떠났어요.
이제 고아가 된 두 사람은 어떻게 살아나갈까요?
길 아저씨는 방 안에 꼼짝 않고 앉아서 슬프게 울었어요.
두 다리를 못 쓰니까 아무 데도 나갈 수 없잖아요.
손 아저씨는 눈은 안 보여도 두 다리는 멀쩡하니까
지팡이를 짚고 더듬더듬 끼니를 구걸하러 나갔고...
손 아저씨는 대추나무집 할머니에게
윗마을 길 아저씨의 딱한 사정을 듣고는 그리로 데려다 달랬어요.
두 사람은 금세 마음이 통해 서로 도와가면서 살기로 했어요.
앞을 못 보지만 두 다리가 튼튼한 길 아저씨는 손 아저씨를 업고
다리를 못 쓰는 손 아저씨는 앞을 볼 수 있으니
길 아저씨 등에 업혀 그의 눈이 되어 주면 되니까요.
길 아저씨와 손 아저씨는 그날부터 서로의 다리가 되고 눈이 되어
늘 함께 한 몸처럼 살게 되었어요.
부족함을 채워주고 서로 돕는다는 게 뭔지 제대로 알게 되었지요.
때론 일감을 주는 집이 있어 새끼도 꼬고 짚신도 삼으며 부지런히 일했어요.
그렇게 그렇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가고 세월이 많이 흘렀어요.
길 아저씨와 손 아저씨의 솜씨가 점점 늘어나 온갖 물건을 만들었어요.
지게도 다듬고 바소쿠리와 봉태기도 만들고 멍석도 짜고 깨끗한 돗자리도 엮었어요.
이제 길 아저씨와 손 아저씨는 남에게 기대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어요.
길 아저씨는 강 건너 숙이한테 장가를 가고
손 아저씨는 연이한테 장가 들었어요.
두 아가씨는 착한 아저씨한테 반해 버린 거지요.^^
두 아저씨는 부지런히 일해서 나란히 집을 짓고
사이좋은 이웃으로 함께 도우며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요.
표지를 넘기면 꼭 닫힌 문이 나오고 맨 뒤에는 문이 활짝 열려 있습니다.
닫힌 문을 여는 것처럼 사람도 마음 문을 활짝 열면 서로 돕고 살 일이 보이겠지요.
우리 옛이야기를 재미지게 들려준 권정생 선생님은
길 아저씨와 손 아저씨한테 배운대로 우리도 서로 도우며 살기를 바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