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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공동체학교 -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ㅣ 살아있는 교육 17
윤구병.김미선 지음 / 보리 / 2008년 2월
평점 :
변산공동체학교는 중학교독서회 문학기행지여서 10월 토론도서로 읽었다.
윤구병 선생님은 아홉 번째로 태어나 구병이 되었단다. 형님들은 일병이, 이병이~ ^^
1981년부터 충북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당시 분위기상 학생들 의식을 깨우쳐주기는 커녕, 책에서 읽은 정보만 앵무새처럼 전달해주는 역할에 '지금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나?' 회의가 들었지만 15년을 재직했다. 교육만이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 하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했으나, 현재 우리 교육이 교육의 궁극 목표인 스스로 제 앞가림을 하고 이웃과 함께 살 힘을 길러주지 못하는 제도라서 대안교육을 하게 됐단다.
1부, 왜 대안학교인가는 윤구병이 쓴 교육이야기로, 선생의 교육철학과 변산공동체학교를 알 수 있다. 부모와 교육하는 이들이 일방적으로 정한 시간표에 의해 통제당하고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스스로 제 앞가림하는 힘을 기대할 수 없고, 무한경쟁 체제에서는 함께 사는 힘도 길러질 수 없다고 단언한다. 대안학교인 변산공동체학교는 일과 놀이와 공부가 하나인 삶의 터전으로 자연에서 손과 발을 움직여 배우고 깨우치는 공동체다. 사람의 아이로 기르기에 앞서 자연의 아이로 기르는 일과, 스스로 뭔가 할 줄 아는 힘을 키우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좋은 환경에서 자란다 싶은 도시 아이들이 더 사람답게 크지 못하는 탓은 그 아이들이 자연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길러지기보다는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다른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아이도 자연의 일부입니다. 따라서 사람의 아이로 기르기에 앞서 자연의 아이로 기르는 일이 중요합니다.(28쪽)
농사꾼들이 교육의 주체에서 밀려나고 장사꾼들이 그자리를 차지하면서 교육이 사람 농사라는 생각은 점점 엷어져 가고 있습니다. 제 배로 낳은 자식을 기르는 부모들조차도 아이드을 고급 상품으로 만들고 포장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 아이들 씨앗 속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예 거들떠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농사일을 팽개치면서 자식 농사도 팽개친 셈이지요.(44쪽)
많은 부모님들이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에 잠깁니다. 밥 먹는 것도 잊고 산으로 드로 마음껏 뛰어다니면서 놀고 동네 아이들과 떼 지어 짓까불던 그 자유롭던 시절을 그리워합니다. 그렇게 행복한 삶을 누리던 이들이 왜 아이들의 어린시절은 어둡고 불행한 악몽으로 만들려고 기를 쓰는지 아무리 해도 알 수가 없습니다. 안타깝고 안쓰럽습니다.(55쪽
2부 '놀다 죽자'는 김미선 선생님이 변산공동체학교 아이들을 취재하고 인터뷰한 기록이다. 공부하라는 잔소리와 시험과 숙제도 없는 학교에서 대신 사는데 필요한 살림공부를 하고 농사일을 거든다. 오호~ 이땅의 모든 아이들이 꿈꾸는 학교 모습이 아닐까? 아이들은 오전 3시간의 지식공부는 별로라면서 선생님를 비롯한 공동체 식구들과의 관계를 좋게 평가했다. 윤구병 선생님이 책에 쓴 것처럼 전혀 강요하지 않는 건 아니라는 애교있는 고발과 더불어 공동체학교에 대한 환상을 갖지 말라고 한다. 아이들은 공동체학교의 여러 활동이 좋지만, 또래들이 너무 적어서 축구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아쉬움과 외로움을 털어놨다. 역시 아이들은 또래들과 어울리는 학교 생활이 최고니까. 그래도 자기들 스스로 시간을 관리하고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것에 만족해했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학교신문 만들기, 억지로 쓰는 모둠일기, 수다로 풀어내는 변산공동체학교 이야기는 자유로운 생활과 솔직함이 그대로 묻어 났다. 스스로 제앞가림하는 힘과, 함께 어울려 사는 힘을 기르는 것이라는 교육목표에 가까운 아이들로 자라나고 있었다. 무조건 경쟁을 위한 지식보다 몸으로 익히는 집짓기, 염색, 요리, 풍물, 갯살림 등은 부러웠다.
4박 5일로 진행되는 변산 여름 계절학교에 온 외지 아이들은 신나게 놀다만 가도 배우고 느끼는 게 많다. 못 먹을 게 없고 게임기 없이 살 수도 있으며, 옷이 더러워지거나 불편한 게 싫었던 아이들도 나중엔 즐기게 된다. 공동체학교 아이들은 계절학교 도우미로 참여하면서 재래식 화장실 쓰는 법, 치약과 샴푸없이 이닦고 머리감는 법을 자랑하며 가르쳐 준다.
산과 바다, 갯벌과 들이 있어 산살림, 들살림, 갯살림을 두루 실험할 수 있는 최적지 변산에서 혼자 살 수 없는 인간들이 모여 오순도순 사는 법을 하나씩 배워간다는 뜻에서 '변산공동체학교'라 짓고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30년은 지나야 3세대가 어울려 사는 제대로 된 공동체학교가 될 거라고 한다. 여러가지 우여곡절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기반을 잡은 공동체학교는 먹을거리와 아이들 교육까지 자급자족하게 되었다.
윤구병 선생님은 지금은 공동체를 떠나 보리출판사 대표로 나무에게 미안하지 않을 좋은 책을 만든다. 윤구병 선생님은 농부로 만들려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학교도 안 다니고 농사지었던 그때가 가장 행복했었고, 좋은 선생님을 만난 덕에 변산공동체학교를 꾸리게 되었다고 말한다. 아이들을 키운 건 자연이라는 말씀에 깊이 공감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