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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산 할매와 나
윤구병 지음, 이담 그림 / 휴먼어린이 / 2009년 11월
평점 :
윤구병 선생이 변산에 살 곳을 보러 다니다가, 시쳇말로 필이 꽂힌 당산나무 때문에 그곳에 자리 잡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당산나무 할매를 보는 순간 자신이 본 나무 가운데 가장 '이뻐' 보였다는 당산나무의 자태!
그림은 <폭죽소리>와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를 그린 이담의 유화다.
구름뫼 마을에 자리 잡고 살게 붙든 것이 바로 이 당산할매의 손길이라는 고백이, 나무를 보는 순간 공감했다.
이 나무가 선 개울 건너편에는 뽕나무가 심겨 있고, 누에 치는 농막이 있고 감나무가 드문드문 서 있는 풍경에 압도된 것이다.
어린시절 우리집에서 누에를 키웠기에 뽕나무밭 풍경은 내게도 추억이 깃든 곳이다.
계곡을 타고 더 내려가면 저수지가 나타나고, 저수지 아래 마을이 있고...
마을 어르신들은 '시름박골에 있는 나무'라고 부르며.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도 올라가 놀던 나이를 알 수 없는 나무라고...
윤구병 선생는 그 곳에 터를 잡고 농사를 지으며 틈틈이 나무를 찾았다.
캄캄한 새벽에 저주지 옆 솔숲 길을 더듬고 오르면, 가지가지에 별들이 올망졸망 매달려 있는 황홀한 풍경에 반할 수밖에...
저절로 나무에 경배하고 싶어 지는... 윤구병 선생도 그렇게 묵정밭에 엎드려 절을 올렸단다.

저수지 아랫마을에 사는 밭 주인이, 당산할매가 건너다보이는 밭을 내놓아 그 밭을 사서 농사를 지었다.
봄에 땅을 일구어 옥수수, 땅콩처럼 낱알로 심은 것은 산비둘기와 꿩이 와서 다 쪼아 먹고...
감자는 들쥐가 갉아먹거나 놀이 삼아 굴리고 다녔고... 당산할매는 새도 좀 안 보아 주나, 서운키도 했단다.^^
그래도 당산할매를 의지하는 마음은 날이 가고 달이 지나고 해가 갈수록 커졌고, 공동체 아이들과 그늘 아래서 고기도 잡고...

소나기가 내리면 그 그늘 아래로 비를 피하고, 소나기 끝에 뜬 무지개도 보고...

모든 것을 내어 주고 속이 터엉~ 비어버린 당산나무 할매,
손가락 뼈가 드러난 상처에 조뱅이잎을 짓찧어 붙이고 한달여가 지나 제모습을 찾은 손가락에 당산할매께 감사하고...

초가을에 접어들면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당산나무 할매의 풍경은 더할 수없이 아름다웠다.

새잎을 튀우는 일도 더디지만, 잎을 떨구는 일도 서두르지 않는 당산할매는 겨울에는 눈을 불렀다.

그리고 공동체를 찾아오는 사람들과 함께 당산할매한테 마음을 모아 절하고 소원을 빌었다.
그림이 윤구병 선생과 똑같은 얼굴~^^
윤구병 선생은 일흔이 가까워지면서 더 아래로 흐르고 싶어 나무처럼 흙과 하나가 되고 싶었단다.
그리고 당산할매께 큰절을 올리고 떠나 오게 되었다고...
11월 넷째 토욜, 변산 공동체 학교를 비롯한 변산 기행을 앞두고 있어 찾아 본 그림책에 잠시 마음을 빼앗겼다.
내가 농촌에서 살던 6~70년대의 모습이 떠올라 코끝이 찡하기도 했던 그림책을 마음에 담아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