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한 자전거 여행 창비아동문고 250
김남중 지음, 허태준 그림 / 창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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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일, 중학교독서회에서 김남중작가 초청강연이 있어 6월 토론도서로 정해 읽었는데, 리뷰는 엄청 늦었다. 

부부가 살면서 이혼을 생각하지 않은 부부가 있을까마는, 이혼한다고 확실한 미래나 행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심각하게 이혼을 생각해보면, 이혼도 돈이 있어야 한다는 현실에 퍼뜩 정신이 난다. 게다가 올망졸망한 아이들은 어찌할 건데... 새엄마 새아빠보다는 그래도 제 친어미 아비가 낫지 않겠는가? 


부부생활도 경제가 잘 나갈때는 큰 문제가 없다가,  경제가 안 돌아가면 부부 관계도 삐그덕 거리기 마련이다. 돈이 없으면 사람 노릇을 못하고, 여러가지 불편을 감수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다보면 불평과 불만이 생기고, 평소엔 너그럽게 받아주던 것들도 서로 예민하게 대립하게 된다. 그러면서 ’돈이 있든 없든, 병들때나 건강할 때나,  늙어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변치않고 사랑하겠냐?’는 혼인서약은 기억에서 사라져 버리고, 잘못된 결혼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참견하지 마. 당신이 언제 호진이 교육시키는 데 관심이나 있었어?"
"교육? 말 잘 했다. 그렇게 교육에 신경 쓰는 사람이 애 혼자 놔두고 밖으로 나돌아?"
"그게 누구 때문인데, 누구 때문에 내가 이 고생을 하는데!"

나는 고장난 신호등이었다. 어쩔 줄 몰라 하는 내가 가운데 있었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처음엔 불안했는데 차츰 화가 났다. 나도 엄연히 우리 집의 삼분의 일인데 내 생각은 물어보지도 않았다. 나도 생각할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움직일 수 있다. 엄마 아빠는 나를 무시했다. 더는 이런 집에 있고 싶지 않았다. 어딘가 다른 곳으로 가고 싶었다. 엄마 아빠가 없는 곳이면 어디라도 좋다. (15~20쪽)

 엄마 아빠의 불화로 이혼 위기에 처한 호진이네. 호진이는 엄마한테 대들었다고 아빠에게 뺨을 맞았다. 호진은 가출을 결심하고 저금통을 털어 광주에 있는 삼촌에게 온다. 삼촌은 공부도 제대로 안했고 취직도 못했다며 호진의 집에서는 내놓은 사람이다. 호진은 그런 삼촌을 따라 ’여행하는 자전거 친구’의 약칭인 ’여자친구’의 국토횡단 대장정에 조수로 따라 나선다. 삼촌은 처음에는 트럭에 태우고 잔심부름만 시킨다. 중간에 엄마 아빠의 전화로 호진의 상황을 파악한 삼촌은, 고민하기보다 딴 생각을 잊으려면 땀 흘리는 게 최고라고 자전거를 타게 한다. 죽을 힘을 다해 자전거를 타면서 호진은 점차 깨닫는다. 한심하게 생각하던 삼촌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는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자전거 여행에 참가한 사람들은 저마다의 아픔과 고민이 있으며 모두 삶의 무게를 묵묵히 짊어지고 간다는 것도 배운다. 


 
  

"내가 왜 집을 나왔는지 알기나 해? 엄마는 내가 바라는 게 뭔지도 모르잖아. 엄마 맘대로 안 된다고 화만 내잖아. 가족이 뭐 그래? 헤어지면 뭐가 달라져? 더 좋아져? 왜 다른 사람 생각은 하나도 안 하는 건데!"


"아빠가 황금기를 도둑맞았다고 했잖아."
"내가 그런 말을 했냐?"
"응, 했어. 누가 훔쳐갔는지 알아?"
아빠는 말이 없었다. 나는 대답이 꼭 듣고 싶었다.
"누가 훔쳤느냐니까? 엄마랑 나야?"
"아니야."    (213~213쪽)

 

오로지 페달을 굴리며 치솟은 산을 넘고 내리막길을 달리며,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게 어떤 건지 배운다. 숨쉬기조차 고통스러운 여행을 끝내며, 호진이는 성큼 몸과 맘이 자란 듯, 엄마 아빠에게 자기를 데리러 와 달라고 부탁한다. 밤을 같이 지내는 게 가족인데, 서로가 고통스러워 가족을 해체하려는 부모님의 이혼에 해답을 얻은 것이다. 두분의 자전거 여행의 시작을 알리며 이야기는 끝나지만, 많은 뒷 이야기를 그려 볼 수 있다. 시작은 불량한 자전거 여행이었지만 아주 멋진 휘날레를 장식한다.


부모의 이혼에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이혼만이 능사가 아니라 반드시 지혜로운 해결책이 있을거라는 제시가 돋보였다. 삼촌과 친구, 삼촌 애인과 선배는 같이 중국집을 운영하며 교대로 자전거 여행을 꾸려가는 멋진 젊은이들, 신선한 반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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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11-03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혼이 능사는 아니겠지요? 하지만 어느 부부나 고비가 있는것 같아요.
잠시 쉬어가며 아이들의 입장을 꼭 생각해 줘야한다고 봐요.
아무런 준비 없이 당하는 아이들을...

순오기 2010-11-03 17:33   좋아요 0 | URL
고비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관건이겠죠.
특히 아이들은 자기 잘못으로 이혼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