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 없다 - 다시는 못 볼 아주 작은 추억 이야기
도종환 외 17인 지음,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 엮음 / 학고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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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관련 책들을 여러 권 읽어 면역이 되었으니 눈물나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면서도 여전히 눈물이 났다. 


당신도 우리를 보고 계십니까?라는 도종환의 서문은 담담하게 읽었다. 그러나 취재원 노무현을 얘기하는 고형규의 글이나 노간지의 매혹과 슬픔을 얘기한 정윤수의 글을 읽으며 울컥했고, 정혜윤이 쓴 글에서 자발적으로 줄서서 조문하는 대열을 보며 '우리도 누군가를 굉장히 사랑하고 존경하고 싶어했던 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는 택시기사의 말에 공감하며 울었다. 우리는 정말 존경할만한 대통령을 갖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가 대통령으로 재직할 때 우리는 그에게 인색하고 난폭했다는 말에도 나는 아니라고 도리질할 수 없어서 눈물이 났다.


노무현, 그는 병신춤으로 자신을 웃음거리로 내어주면서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장악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하어영의 글. 1988년 13대 국회의원 총선으로 정계에 입문한 것은 지역주의 극복을 화두로 삼고, 사람 대접을 제대로 하지 않는 사회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다고... 그는 개혁 아이콘이 되어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자 했으나 그의 평가는 유보한다는 손혁재의 글. 광주를 걸머진 젊은이들의 친구로 과거사 청산을 끌어안고 제주 4.3 추모식에서 공식적으로 사과한 유일한 대통령이다. 과거사청산 관련법을 제정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기득권을 누려온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에 의해 무산되었다는 이이화 선생의 글은 실패한 개혁이 아니라, 그의 노력과 좌절을 기억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봉하마을에 대통령 사저를 설계한 정기용 교수는 노무현은 농가 문제의 대안과 화포천 습지 보존, 봉화산 푸른숲 가꾸기, 부엉이 바위 밑 작은 동물원을 계획했다고 얘기한다. 송기인 신부는 상식이 무너진 사회의 희생자인 노무현이, 함께 살자, 함께 가자고 외쳤던 그가 우리 각자인 동시에 모두라고 말한다. 만화가 정훈이가 그린 짧은 이야기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는 그야말로 100%공감됐다.


2부 아주 작은 이야기는 대통령 곁에 있었던 사람들이 전하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다.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코디네이터였던 박천숙은 남대문이나 백화점에서 아버지가 입을 옷이라며 그에게 입힐 옷을 사왔으며, 발가락 양말이 유일한 사치였다는 대통령은 아버지처럼 자상했다고 기억한다. 대통령 후보 인터뷰에서 남들은 부인이 넥타이를 골랐다고 할때 코디네이터가 골랐다고 정직하게 답한 유일한 사람. 대통령의 식사와 국빈만찬과 연회를 책임진 청와대 운영관 신충진씨는 특별한 주문 없이 무엇이나 잘 먹은 대통령이고, 식사 시간에 10분 이상 기다리지 않도록 배려한 그 사랑에 답하려 봉하마을까지 와서 마지막 점심을 챙겼다. 처음으로 바보 노무현이란 글을 유니텔에 올린 유중희씨는 그 일로 2009년 공기업에서 해고되었다. 정의를 지키는 바보를 사랑한 죄라고 담담히 받아들이는 그가 빛났고, 이런 어이없는 짓을 서슴지 않는 게 우리사회의 수준이다. 고교부터 46년 노무현의 단짝 친구였던 원창희씨는 그를 붙잡지 못한 죄를 슬퍼한다. 초상화를 그린 이종구씨는 소탈하지만 근엄하고 권위적이지 않은 초상화를 그렸는데 영정이 될 줄은 몰랐단다. 다큐3일의 이경묵 피디는 봉하시민 노무현을 만났고, 오리농법을 도입하려고 노력한 그를 기억하는 홍순명씨와 봉하마을에서 찍사와 머슴처럼 일한 비서진도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자연인 노무현과 대통령 노무현을 만났던 사람들이 얘기하는 그를 다시 만나는 건, 기쁨이면서 슬픔이었다. 그동안 몰랐던 인간 노무현의 모습을 많이 알게 됐고, 재임시에 더 많이 응원하고 사랑하지 못했음을 고백하는 건... 이미 떠나버린 놓친 열차를 추억하는 것일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그의 모습을 새기며 추억을 공유하는 것으로 작은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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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0-10-09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무현이 아저씨...

순오기 2010-10-10 08:15   좋아요 0 | URL
아이고... 노이에님...

stella.K 2010-10-09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무현 자서전 읽고 참 많이 울었습니다. 이 책도 그럴 것 같군요.
지금까지는 그분을 다소 감성적으로 대할 수 밖엔 없지만,
이제부턴 그분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 봅니다.

순오기 2010-10-10 08:16   좋아요 0 | URL
객관적인 평가~ 어떤 의미에선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지리라 기대합니다.

stella.K 2010-10-10 21:46   좋아요 0 | URL
제 말씀은 그분은 대통령 당선 때부터 평가절하된 느낌이라
객관적인 평가에서도 올바른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그런 말씀이었습니다. 언니께서 말씀하시는 것과 같다는...^^

마노아 2010-10-09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에 '옥희의 영화'를 본 '하이퍼텍 나다'는 유명 인사의 이름을 좌석에 붙여 놓았는데 제 자리를 찾느라고 들여다본 첫번째 좌석에 '고 노무현'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그 글자를 보는 순간 울컥! 치밀어 오르더라고요. 그렇게 순간순간, 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이름이에요. 우리는 그 이름을 앞으로도 떠나보낼 수 없을 거예요. 리뷰 잘 읽었어요. 뭉클해요.

순오기 2010-10-10 08:18   좋아요 0 | URL
그렇게 우리 가슴에 한 자리 자치한 이름이고 떠나 보낼 수 없는 사람으로 남아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