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박한별 동심원 4
박혜선 지음, 강나래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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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은 무죄>의 시인 박혜선 동시집이다. 이 동시집은 아이들보다 어른들, 특히 이혼을 생각하는 부모가 보면 좋겠다. 부모의 이혼은 아이에겐 선택의 여지 없이 당하는 또 하나의 가정폭력이다. 부모의 이혼으로 시골 할아버지 댁에서 살게 된 한별이의 마음을 그려냈는데, 기죽고 위축됐던 한별이가 나중엔 위풍당당한 아이가 된다. 어떻게 잘 아냐고? 박혜선 시인이 바로 한별이의 고모라서 잘 안다는 후기가 찡하게 울린다.  

나도 10년 전, 중3. 초5. 초3학년의 삼남매를 두고 이혼하려던 전과가 있어, 비수처럼 콱콱 가슴에 박히는 시가 많다. 이런 시를 읽으면 부모의 이혼이 아이에게 주는 상처의 깊이가 저절로 감지 된다. 

세상에서 젤 무서운 말 

엄마랑 살 거야? 
아빠랑 살 거야?
선택해! 

잠 안 올 때 내 배는 누가 만져 주지?
엄마
비틀거리는 내 저전거 누가 잡아 주지?
아빠 

누구랑 살 거야?
선택해!
선택해!  

서울 친구들 

막내고모가 아기처럼 키우던
강아지 미루
고모가 아기 낳자
시골 할아버지네로 보냈다 

소연이 언니가 생일 선물로 받은
점박이 토끼
소파 밑에 똥 누고 베란다 꽃 뜯어 먹는다고
시골 할아버지네로 보냈다 

피곤한 아빠 위해 안마해 주고
목욕탕 가면 엄마 등도 밀어 주던 나
엄마 아빠 헤어지면서
시골 할아버니네 와서 산다  
(후략) 
 

 

엄마 만나러 가는 길 

가는 길만 있고
오는 길은 없었으면 좋겠어.
  

아빠 오는 날 

입이 자꾸 웃으래요
고함도 막 지르래요
심장도 팔딱팔딱 뛰래요
발이 막 달리래요
오늘은 놀토
우리 아빠 오는 날!   

부모의 이혼이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건 분명하다. 자녀를 생각해서라도 좀 더 신중하게, 서로 양보하고 타협해서 잘 살 수는 없을까? 아이들은 부모의 이혼이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는데... 시골 할아버지 댁에서 살면서 한별이는 자연과 더불어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랐다. 시골에서 뛰놀며 풀벌레와 친구도 되고, 자연이 베푸는 사랑을 스스로 깨우치며 당당한 아이가 됐다. 상처입은 아이들이 한별이처럼 위축되었던 가슴을 활짝 열고 위풍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위풍당당 박한별 

우리 학교에서 인사 제일 잘하는 아이는?
나, 박한별
및들 수 없다면 교장 선생님께 여쭤 봐
열 번 보면 열 번 다 인사하는 걸 

우리 학교에시 젤 잘 웃는 아이는?
나, 박한별
우리 반에서 공부 젤 잘하는 아이는?
너희가 더 잘 알지? 

그럼 우리 반에서 달리기 제일 잘하는 아이는?
현용이?
아니. 엄마 없다고 놀리는 현용이 끝까지 따라가서 등짝 한 대 멋지게 날려 준
나, 박한별이야 

위풍당당 박한별!  

 

한별이의 고모 박혜선 시인은, 이 시를 발표하면서 한별이의 동의를 구했을까? 자신의 삶을 소재로 한 시로 인해 한별이가 마음 상하거나 상처 받지는 않을지 살짝 걱정이 되었다. 당연히 한별이의 승락을 받았을거라 생각하지만, 혹시 그런 절차를 생략했다 해도 위풍당당한 한별이의 성격으로 봐선 쿨하게 받아 들일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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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08-01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 친구들 편이 유독 마음에 와 닿네요. 어휴... 슬퍼요..

순오기 2010-08-02 10:22   좋아요 0 | URL
이 시집은 그냥 시만 읽어도 한별이의 마음과 생활이 좍 보이는 동화 같아요.
그래서 그저 읽어만 봐도 한별이의 마음이 느껴져요.
위풍당당해졌으니 짠한 마음은 가시지만...지금은 새엄마랑 잘 산대요.^^

마녀고양이 2010-08-02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말" 아이고,, ㅠㅠ

어쩐지 맘이 짠해지지만............... 머라 할말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