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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김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ㅣ 동심원 5
신형건 지음, 이영림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5월
평점 :
2008년 <엉덩이가 들썩들썩>으로 서덕출 시인상을 수상하고, 2009년 동시집 <콜라 마시는 북극곰>으로 ‘제5회 윤석중문학상’을 수상한 신형건 시인은, 초등교과서에 많은 시가 실렸다. 아직도 어린이 마음으로 산다는 시인의 얼굴을 보면 아직도 장난기가 살짝 숨어 있는 것 같다.^^
표제작인 '입김'은 중학교 국어에 실린 시로 맨 앞에 나오는데 짧지만 여운이 남는 시다. 추운 날 만난 친구에서서 말보다 먼저 나온 하얀 입김에 가슴이 따듯해지는 걸 경험한다. 일상에서 새롭게 발견한 사랑스런 감정을 잡아낸 시 35편이 실렸다. 시인은 어린이들에게 연애시를 동시로 선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애란 꼭 남녀간의 사랑 뿐 아니라 가족, 친구 등 누구에게나 느끼는 사랑의 감정이라는 것. ^^ 연애라는 감정을 남녀의 사랑으로만 생각한 어른들이 읽으면 신선하고 풋풋하게 느껴질 시들이다. 어린 독자들은 자기들 마음에 싹트는 두근거림이나 설레임도 연애 감정이라는 걸 발견하게 될 듯.
아이들에게 시를 읽어 줄 때 제목을 말하지 않고, 다 듣고 나서 제목을 붙여 보라 하면... 시인이 붙인 제목과 똑같은 제목도 나오지만, 자기들 나름대로 제법 그럴싸한 어울리는 제목들이 나와서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입김
미처
내가 그걸 왜 몰랐을까?
추운 겨울날
몸을 움츠리고 종종걸음 치다가
문득, 너랑 마주쳤을 때
반가운 말보다 먼저
네 입에서 피어나던
하얀 입김!
그래, 네 가슴은 따듯하구나.
참 따듯하구나.
너 때문이다
별을
징검다리 삼아
조심조심
건너뛰다가
한순간, 내 눈길은
발을 헛디뎌
첨벙!
캄캄한 하늘에 빠진다
너 때문이다
비밀을 좋아하는 이유
넌 알고 있지.
내가 슬쩍 귀띔해 주지 않아도
훤히 다 알고 있지.
어느 누구도 모르는 그것을
너만은 이미 알고 있지.
내가 별처럼 많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건
바로 그 때문이야.
단 하나만이라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기를
바라기 때문이야.
가장 빛나는 비밀 하나를
나 혼자 지키고 싶기
때문이야.
출판된 신형건 시집을 다 읽은 것 같은데, 다른 시집에 수록된 시가 또 다른 시집에 실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다른 주제로 시를 묶다 보면 두번 세번 실리기도 하겠지만, 독자 입장에선 새로운 시를 원하지 다른 시집에서 본 시를 맞닥뜨리면 흠... 좋은 시에 감동하기 보다 마음이 살짝 상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다. 신형건 시인의 대표 시집인 '거인들이 사는 나라'에 수록된 시 10편이 여기에 재수록 되었다는 걸 후기에 밝혔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