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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 곰을 지켜라 ㅣ 웅진책마을 53
김남중 지음, 김중석 그림 / 우리교육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2007년 7월에 읽은 책인데, 김남중 작가를 초청하게 돼서 다시 읽고 리뷰를 올린다.
김남중 작가의 '주먹곰을 지켜라'는 인간이 파괴한 자연을 가장 자연스럽게 두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바람직한 생각이고 마땅히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데 나도 동감이다. 그런데 지금 MB정부는 전 국토를 벌집 쑤시듯 쑤셔대며 파괴를 일삼고 있다. 앞으로 파괴된 자연 때문에 당할 재앙을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다. ㅜㅜ
'그물처럼 이어지는 도로에 포위당하지 않은 곳이 없다'(178쪽)라는 말이 비수처럼 꽃혔는데, 그 다음 이어지는 구절, '영구 자연림'이란 인간의 출입이 영구히 제한되는 숲으로, 사람들이 파괴시킨 자연에 대해 할 수 있는 가장 정중한 사과를 하는 거지.'(178쪽) 라는 말에서 안심했다.
우리 아이들은 동화에 등장하는 '착한어린이표'가 싫다고 말한다. 엄마들은 착한어린이를 좋아하지만, 자기 친구들이나 주변의 아이들을 봐도 동화처럼 착한어린이는 별로 많지 않다고 말한다. 또한 자기 속마음을 들여다 봐도 그다지 착한 것 같지 않단다. 어른들 생각에 어린이는 이렇게 착한 마음을 갖고 있을거야, 기대하는 것을 동화로 그렸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은 착한 어린이표 동화가 아니다. 또한 '주먹곰'을 막연한 상상으로만 그리지 않고 6.25와 연관시켜 꽤 설득력이 있다.
6.25의 비극으로 '주먹곰' 이 돌연변이가 되었다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6.25의 비극은 서로 적이 되어 사는 것과 이산가족의 아픔만 생각했는데, 전쟁으로 생태계가 파괴되어 변종의 주먹곰이 되었다는 게 가슴을 때렸다. 그럴수도 있겠다, 정말...... 사람만 아픈게 아니고 자연도 동물도 다 아픈거로구나, 비로소 이해되었다.
'자연의 친구'라는 대기업, 이름은 정말 자연과 친구일 것 같지만, 그 속엔 사람들의 끝없는 욕망을 숨긴 가식적인 이름이다. 사람들이 외롭기 때문에 애완동물을 키우고, 그 틈새를 노려 상업적인 수완을 발휘하는 비인간적인 사람들이 무섭다. 사장인 마이클 오나 임팀장은 인간의 욕망을 뭉쳐놓은 사람이었다. 그에 비해 그래도 인간적인 정상사나 오피디. 강수의 삼촌인 김명석은 맘에 드는 인물이다. 잠시 개인적인 욕심에 갈등하지만, 무엇이 진정으로 '주먹곰'을 위한 것인지 이성적으로 판단하니 다행이다.
사고로 목소리를 잃어버린 '강수'를 등장시켜 장애인도 무엇이든 할 수 있고, 가장 건전한 생각을 가진 이상적인 아이로 그린 것은 동화의 정석을 따른 것 같아 좀 아쉽다. 또 강수가 래프팅 했던 경험을 살려 계곡을 빠져나오는 장면은, 난관이 너무 쉽게 해결된 것 같다. 우리도 래프팅을 두 번 해 봤는데, 지도자가 있어도 그렇게 만만한게 아니었다.
초등고학년 이상이면 충분히 흥미를 가질만한 요소가 많다. 꼬마들이 좋아할 애완동물의 대표인 강아지가 아닌 곰이라는 것, 돌연변이와 유전자조작, 곰의 언어 통역기와 곰 동화제는 정말 멋졌다. 방송을 위한 갖가지 장비들이나 보물찾기 팀의 장비들에도 입이 딱 벌어졌다. 방송에 관심있는 아이들이라면 그런 것들을 다뤄보고 싶은 욕심이 꿈틀댈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자연과 생태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말 곰이나 호랑이 같은 야생동물이 동화 속 꼭지산이나, 광주의 무등산이나 지리산에서 맘껏 살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겠다. 지리산의 반달곰 프로젝트는 생태복원을 위한 인위적인 노력이지만, 자연은 자연 그대로 존재하도록 놔두면 좋을 것 같다. 인간이 자꾸 개입하면 자연은 점점 망가진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다.
이 책을 읽고 2007년 11월 30일, 이금이작가의 광주대 강연에서 김남중 작가를 만났다. 아주 씩씩해뵈는 훤훤장부였는데, 무등산을 거론하며 쓴 내 리뷰를 기억하고 있어 기분 좋았다. 기회가 되면 독서회에서 강사로 초대해야지 생각했는데, 드디어 3년 만에 성사가 됐다. 오는 6월에 중학교 독서회에서 초청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