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샌들 한 짝 맑은가람 테마 동화책 평화 이야기 1
카렌 린 윌리암스 글, 둑 체이카 그림, 이현정 옮김 / 맑은가람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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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면서 '천국의 아이들'이 생각났다. 운동화 한 켤레로 오빠와 동생이 번갈아 신고 학교에 가는 안쓰러운 이야기. 달리기 대회에서 3등하면 운동화를 받을 수 있었는데 그만 너무 빨리 달려서 1등을 해버렸던... 결핍이 만들어 낸 사랑과 우정을 풍요로움에 길들여진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걱정되지만, 전쟁으로 집과 가정을 잃은 아프간 난민촌 소녀 리나와 페로자의 우정은 결핍 가운데 피어나 진한 감동을 더한다.

공동 저자인 카드라 모하메드의 경험을 토대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난민들을 수용한 파키스탄 국경 페샤와르 마을의 이야기다. 난민촌에 구호물자가 도착하자 사람들은 하나라도 더 차지하려고 몰려들지만, 리나는 마음에 드는 노란 샌들 한 짝을 발견했다. 하지만 한 짝은 이미 다른 소녀가 신고 있었다.

어른들의 역할이 빛나는 순간이다. 노란 샌들 한 짝을 가진 페로자에게 할머니는, 신 발 한 짝은 쓸모가 없으니 한 짝을 가진 아이에게 가져다 주라고 말한다. 페로자는 노란 샌들 한 짝을 리나에게 가져 오는데...

노란 샌들 한 짝은 받은 리나는 페로자에게 하루씩 번갈아 신자고 제안 한다. 결핍 가운데 살아도 욕심부리지 않는 사랑스런 아이들이다. 둘은 그렇게 친구가 되어 냇가에서 빨래도 하고 동생도 돌보며 늘 함께 지낸다.

미국 이민을 신청했던 리나는 엄마와 같이 미국으로 떠나게 된다. 할머니와 사는 페로자는 이민자 명단에서 탈락했지만, 미국으로 가게 된 리나를 기꺼이 환송한다. 미국으로 가면서 검정 구두를 신게 된 리나는 노란 샌들을 페로자에게 준다.

이젠 노란샌들을 교대로 신지 않아도 된 페로자는 기뻤다. 그러나 페로자는 떠나는 리나에게 노란 샌들 한 짝을 준다. 둘이 함께 했던 기념이라고... 그리고 이 다음에 다시 만나면 짝을 맞춰 번갈아 신자고 한다.
아프간 난민들의 생활을 통해 난민촌의 어려움을 보여 주면서, 전쟁으로 피폐해진 삶 가운데에서 피어난 두 소녀의 우정과 사랑을 통해 따뜻한 인간애를 그려냈다. 난민촌의 결핍도 두 소녀의 우정에 방해되지는 않았다. 사랑은 풍요로운 물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에서 나온다.
전쟁으로 죽고 굶주리는 이들이 있고, 전쟁으로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얻는 자들이 존재하는 지구촌이다. 전쟁을 선포하는 자들이 내세우는 명분에 세계는 동의하지 않지만, 여전히 전쟁은 진행중이다.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전쟁과 기아는 세계가 힘을 모아야만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어린 독자들도 알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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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린이와 함께 보는 인권 이야기
    from 엄마는 독서중 2010-04-04 15:27 
    그림책은 어린이만 보는 책이 아니라, 어린이부터 모두가 보는 책이다. 하지만 그림책을 어린이가 보는 책이라고 인식하는 분들이 많은데, 다행히 알라딘에는 그림책을 즐기는 어른들이 많아서 참 좋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으로 매번 그림책을 보면서 감탄하는 건, 어려운 주제를 어쩌면 이리도 쉽게 풀어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처음엔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읽었는데, 자칭 마니아가 되면서 주제별로 찾아 읽는 재미도 얻게 되었다.
 
 
카스피 2010-04-05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정말 아름다운 우정이군요.참으로 정겹습니다^^

순오기 2010-04-05 15:08   좋아요 0 | URL
샌들 한 짝씩 나누어 갖는 그 마음은 정말 감동이지요.^^

마노아 2010-04-05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바이 마이 프랜드의 엔딩 장면이 떠올라요.
내용도 좋고 그림도 참 마음에 들어요. 어린이 책으로 '평화'를 담은 이야기들이 저는 참 좋아요.^^

순오기 2010-04-06 23:15   좋아요 0 | URL
굿바이 마이 프랜드 엔딩 장면이 뭐였는지...생각 안나요.ㅜㅜ
평화~ 좋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