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색연필 스케치북 / 행복한 엄마 다른별 아이>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행복한 엄마 다른 별아이
별이 엄마 지음 / 시아출판사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제목에서 풍기는 뉘앙스에 '행복한 엄마'보다는 '다른 별 아이'에 주목했다. 역시 예상대로 다른 별이란 자폐아를 나타내는 표현이었다. 자폐하면 '딥스'와 '카드로 만든 집'이 떠오른다. 딥스와 카드로 만든 집은 유아교육을 전공하는 사람에겐 바이블 같은 작품이다. 자폐아나 ADHD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별이 엄마의 이 책도 필독도서로 넣어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실제 자폐아들을 키우는 별이 엄마의 고백서다. 별이 엄마는 '다르다는 것'이 결코 '틀린 것'이 아니라는 '이해의 눈'을 바라며 썼다고 한다. 자폐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경험과 정보가 담겨 있고, 사이사이 '별이 엄마와 함께 생각하기'로 정리한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거 같다. 두 돌 무렵 남다르다는 것을 진단받고 막막했던 심정부터 아이에게 치료약을 먹게 할 것인지 고민하고, 놀이와 언어치료 등 다양한 치료와 동병상련의 엄마들 이야기도 나온다. 또한 엄마 스스로 아이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인 생각을 떨치지 못했던 자기반성은 같은 경험을 하는 엄마들에게 위안이 될 거 같다. 내 수업에도 ADHD(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아이가 들어와 처음 몇 달은 적응하기 힘들었던 경험이 있어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작년 6월, 내 수업에 1학년인 ADHD 아이가 들어왔다. 처음부터 아이가 너무 산만해 수업을 할 수없을 정도라 야단치거나 손바닥을 때리기도 했는데, 한 달 반이 지나서 아이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ADHD 아이로 약물과 놀이치료를 병행중이니, 힘들어도 선생님이 이해하고 잘 받아주기 바란다고. 아이를 보낼 때 귀띔을 했더라면 좋았을 걸... 그후 나는 아이에게 소리치거나 매를 들지 않았고, 다른 아이들처럼 높은 기대치를 두지 않고 수업했더니 큰 무리없이 맞춰나갔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고 아이가 일기장에 선생님이 좋다고 썼다면서 졸업때까지 아이를 부탁한다는 전화가 왔다. 1학년 아이를 6학년까지 보낸다니... 사실 이 아이 때문에 다른 수강생들이 여럿 그만두었고, 나도 힘들어서 그 학교를 그만 둘까도 생각했는데, 엄마가 수고를 알아주는 것 같아 위안은 됐다. 

별이 엄마는 자폐아들을 다른 별에 사는 아이라고 생각한다. 남녀의 다름을 이해하기 위해서 서로 다른 행성에서 산다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자폐아들은 자기만의 별에 갇혀 있는 아이라고 이해하면 될 듯하다. 발달장애로, 스스로 외부와의 관계를 단절하고 자신의 세계에 뻐진 상태를 자폐증이라 한다. 타인과 소통이 되지 않고 사회성이 부족하며, 특유의 집착과 고집이 있다. 엄마가 아이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없어 안타까운 그 절절함이 느껴진다. 최근에 부쩍 늘어난 자폐아나 ADHD 아이들은 대체 어떤 원인에 의한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어 더욱 안타깝다. 하지만 '이해와 인내'로 아이를 돌보고,'사랑'으로 보듬어 준다면 점차 좋아진다는 건 분명히 알 수 있다. 

   
   아이의 가능성을 믿어 주세요. 절대 지치면 안돼요. 사랑으로 대해 주세요. 아이는 분명 그걸 느낄 수 있어요. 저 눈빛 좀 보세요. 언젠가 빛을 발할 그날이 반드시 올 거예요.(156쪽)  
   

예전에 유치원 교사를 했다는 미용실 아줌마가 별이 엄마를 격려한 말인데 정말 감격스러웠다. 엄마가 직장생활하느라 여섯 살까지 밖에서 문을 잠근채 키워진 아이가, 일곱 살에 유치원에 와서 선생님의 지극한 보살핌으로 첫말을 떼었을 때 펑펑 울었다는 말에 눈물이 났다. 대부분 일반유치원에서 자폐아를 받아주지 않는데, 사촌이 자폐아여서 어린이집 하면 그런 아이를 거절하지 말라는 작은엄마의 당부가 있었다는 원장님의 고백에도 눈물이 났다. 세상은 이렇게 따뜻한 마음으로 보듬어 주는 이들이 있어 절망하거나 지치지 않고 희망을 품게 되는가 보다. 

별이는 초등학교 입학을 1년 유예하고 놀이와 언어치료에 집중했고 태권도 학원에도 다니며 어울려 소통하는 훈련으로 사회성을 키워갔다. 별이가 학교에 다니기를 기다리는 형아의 마음이 예쁘다. 좀 다른 동생 때문에 놀림거리가 되어도 "별이는 내 동생이니까" 같이 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형이다. 별이는 아픈 게 분명하지만 엄마를 비롯한 가족의 끊임없는 사랑으로 점차 좋아지고 있으니 행복한 아이다. 인생 최고의 목표는 '행복하기'라는 것,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별이의 남다름을 알고부터 숨 쉬는 것조차 사치로 느껴질 때가 있었다. 밥을 먹는 것도, 예쁜 옷을 입는 것도, 친구와 신나게 수다 시간을 갖는 것도, 아침에 기분 좋게 눈을 뜨는 것도.
 별이를 걱정하고 별이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을 생각하는 순간만이 사치 같지 않았고, 별이를 위해 뭔가를 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먄 좋은 엄마란 생각이 들었고, 그래야만 별이의 상태가 좋아질 거라 믿었다. '아이가 저런데, 내가 이럴 자격이 있는 걸까?'
(184~185쪽) 

 
   

한때 별이 엄마는 위와 같은 생각으로 오로지 아이돌보기에 올인했지만, 곧 지쳤버렸고 우울에 빠지기도 했다. 엄마만이 아이를 가장 잘 돌볼 수 있다는 오만을 버렸고 가족과 이웃의 도움을 받으며 잠시 숨 돌리고 취미활동까지 하게 되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함께 사는 세상에선 조금 다르다고 배척하지 않고 포용해주는 성숙한 의식이 필요하다. 별이와 같이 다른 별에서 살았던 아이들도 지구에서의 삶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이해하고 도와주자.

이 책 속에도 자폐에 대한 책으로 '아들 일어나다. 네모난 못'이 거론되었는데, 딥스나 카드로 만든 집도 같이 보면 좋을 거 같다.

'딥스'
는 아이를 원치 않았던 똑똑한 부모에게, 이해받거나 사랑받지 못한 너무 똑똑한 아이다. 자기 안의 세계에 갇힌 딥스는 좋은 선생님을 만나 일대 일 놀이치료로 자신의 감정을 열어보인다. '카드로 만든 집'의 샐리는 고고학 발굴현장에서 실족사로 숨진 아버지를 목격한 충격으로 말을 닫아 버린다. 그것을 알지 못한 엄마는 아이가 카드로 쌓아올린 탑을 보고 아이의 세계에 들어가려고 똑같은 집을 짓는다. 달나라로 간 아빠를 만나기 위해 높은 곳에 오르려던 아이의 마음을 비로소 깨닫는 감동적인 영화였다. 자폐나 ADHD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딥스와 카드로 만든 집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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