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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제비 번지점프 하다
배다인 지음, 이지선 그림 / 소년한길 / 2009년 1월
10년 전 쯤 같이 시공부를 했는데, 그 후 동화작가로 성공한 후배의 작품이다. 2005년 '은골무'로 대산창작기금을 받았고,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에 당선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우리들의 이야기, 혹은 어린시절을 추억할 세 편의 동화는 초등 3학년 이상 읽을 만하다.
표제작인 '아기제비 번지점프하다'는 넓은 아파트로 이사가기 전 잠시 외할머니댁에서 살게 된 수정이네 이야기다. 늙은이 혼자 사는 집에 찾아와 준 제비가 고마운 할머니는, 잠시 사는 동안도 제비꼴을 못봐주는 엄마가 못마땅하다. 제비들이 신기한 수정이도 불평만 하는 엄마가 얄밉다.
시골학교로 전학 온 수정이는 철봉을 못해서 겁쟁이라 놀림받아 의기소침해졌다가, 매일 도서관에 들러 책을 읽는 아이가 있다는 선생님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독후감을 써 오라는 선생님 말씀에 반 아이들은 대놓고 수정이를 타박한다. 독후감 쓰기를 싫어하는 4학년 교실에서 있을 법한 일이다.^^
곧 제비새끼가 알을 깨고 나왔고, 어미는 먹이를 물어다 키웠다. 어느 날 바닥으로 떨어진 새끼제비를 올려주려던 수정이는 갑자기 날아든 어미새의 공격으로 의자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그래도 기브스한 다리로 할머니방 창에서 제비를 지켜보는 게 즐겁다. 다른 제비처럼 날아오르지 않는 막내제비를 지켜보는 수정이는 마음 졸인다. 나처럼 겁내지 말고 용기를 내라는 수정이의 응원을 받으며, 드디어 막내제비도 힘차게 날아올랐다. 마치 번지점프를 하듯이...
'빛나는 왕따'에선 옷을 잘 입고 다니는 민지의 차림새에 예진이는 기죽고 속상하다. 달리기에서 넘어져 무릎이 찢어진 바지를 꿰매 입은 승현이를 놀리는 아이들이 꽤심했지만 예진이는 편들지 못했다.
암으로 투병중인 승현이 엄마가 예진이의 바지를 예쁘게 꿰매주었다. 예진이를 사랑하는 승현이 엄마의 마음에 감동을 받은 예진이는 부끄러워 안 입겠다던 그 바지를 입고 학교에 간다. 승현이처럼 바지를 꿰매입었다고 민지가 놀렸지만 예진이는 당당하게 대답한다. 승현이 엄마가 사랑을 나줘 준거라고... 엄마가 아파서 힘든 승현이를 응원하기 위해 스스로 왕따가 되어도 좋다고 생각한 예진이에게 박수를 보낸다.
'하우스 섬'은 수박농사가 잘 되면 새 컴퓨터를 사주겠다고 약속한 아버지의 말에 태희는 신이 났다. 하지만 엄청난 비로 하우스가 물에 잠기고, 아버지는 하우스 지붕에 간신히 올라 있다. 태희는 아버지를 지켜보고 친구들은 구조대를 부르러 간다. 새컴퓨터가 생긴다고 은근히 무시하고 귀찮아했던 영우와 민호의 도움으로 아버지가 구출되자 태희는 울어버렸다.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 보지 않고, 내 마음을 몰라준다고 속상했던 기억을 가진 독자라면 공감할 이야기다. 아이들 세계에서 흔히 있는 시기와 질투, 잘난체 뻐기거나 놀림을 당해도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서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준다. 때론 한없이 어리게만 봤던 아이가 어른의 어버이가 되기도 한다.
세번째 작품집을 낸 작가는 대학에서 강의하고 지역언론사에서 편집장으로 일한다. 지난 1월 지인의 화순문학시상식에서 만나 선물로 받아 뒤늦은 리뷰로 감사를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