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스 우즈의 그림들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9
패트리샤 레일리 기프 지음, 원지인 옮김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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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역시 뉴베리상 수상작은 실망시키지 않는다. 패트리샤 레일리 기프의 성장소설로 미국에서 지금까지 상처받은 아이들의 치유와 성장 과정을 다룬 작품들 중 가장 성공작으로 꼽힌다고 한다.   

얇은 책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아이, 처음 발견한 곳 지명을 따서 '홀리스 우즈'라고 이름 붙은 아이의 자기 고백이 가슴 아리게 진행된다. 입양 가정을 전전하는 현재의 상황과 자기의 그림을 통해 과거의 이야기가 이중으로 진행된다. 이런 이중 구조가 처음엔 몰입을 방해하지만, 독백으로 진술되는 아이의 지난 시간에 가슴 졸이게 된다.  

홀리스 우즈가 여섯 살 때 그린 첫 번째 그림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W로 시작하는 단어들을 찾는 숙제로 우즈는 소망하다(Wish), 원하다(Want), 사랑스럽지 않나요(Wouldn`t it ve loverly)를 생각하고 잡지에서 가족을 잘라 붙였는데, 에반스 선생님은 그림에 X표를 치며 이렇게 말한다. 

   
  홀리스, 이건 가족 그림이잖니, M으로 시작하는 엄마, F로 시작하는 아빠, B로 시작하는 오빠, S로 시작하는 여동생. 그렇게 한 가족이 H로 시작하는 집 앞에 서 있는 그림이잖아. 이 그림에서 W로 시작되는 단어가 어디 있다는 거니?(7쪽)  
   

왜, 어른들은 눈에 보이는 것밖에 보지 못할까? 홀리스 우즈는 W그림을 생각할 때마다 리건 아저씨와 이지 아줌마, 그리고 스티븐을 생각하며 이들에게서 도망친 자신을 자책한다. 나는 왜 모든 것을 망쳐야 했을까?   

홀리스 우즈는 입양된 가정에서 참을 수없는 감정이 되면 무작정 집을 나와 버린다. 입양기관에선 우즈를 찾아 다른 가정으로 보내고... 입양기관 사람들, 정말 맡은 일을 확실히 하는데 놀랐다. 우리나라 입양기관도 책임감이 충만할지 궁금하다. 아이는 다시 도망치기를 반복하며 입양가정을 전전하지만 마음을 열고 정붙이지 못한다. 다시 버려질까봐 먼저 버리는 아이, 우즈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없는 걸까? 진정으로 사랑받고 싶은 아이의 소박한 마음을 알아주는 가정은 진짜 없었나 조바심이 들게 했다.

홀리스 우즈는 미술교사였던 조시 아줌마를 만나 서서히 마음을 열어간다. 여기서는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도 생기고, 치매로 하던 말이나 할 일도 잠깐 잊어버리는 조시아줌마에게 자신이 필요할 거라는 존재감도 느낀다. 우즈는 조시 아줌마와 사촌 베아트리스는 자신의 그림과 마음, 영혼까지 이해한다는 걸 안다. 그래서 리건 아저씨 가족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그림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그림에 얽힌 추억을 얘기하는 우즈의 독백을 들으며 뭔가 큰일이 생길 거 같아 조마조마 긴장하게 된다.

우즈는 자신의 모든 걸 이해하고 사랑하는 리건 가족의 딸이 되어 행복하게 지내면서도 자기 때문에 나쁜 일이 생길까 봐 불안하다. 스티븐과 아저씨가 티격태격하는 것조차도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결국 불의의 사고가 일어나 리건 가족을 떠난다. 예전에 회벽집 여자가 '문제가 산더미 같이 많은 아이'라고 했던 말이 우즈에게 상처가 된 것이다.

"가족이란, 남에게 대접할 수 없는 밥상을 매끼니 함께 먹는 사람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나를 버리지 않을 거라 믿을 수 있는 세상 유일한 사람들, 지지고 볶아도 결국 같이 사는 사람들이다."

우리 삼남매가 정의하는 가족이다. 마지막 스티븐이 등장하면서 모든 수수께끼가 풀리며 우즈는 진정한 가족의 품에 안긴다. 우즈는 가족을 경험하지 못했기에 우리 아이들처럼 평범한 가족의 정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아픔을 겪었던 것이다. 홀리스 우즈, 이젠 리건 가족과 행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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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4 0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04 1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02-05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남매 글에서 가족에 대한 위의 정의를 보고, 어렵지 않은 말로 가족의 정의를 참 잘 내렸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가장 깊은 상처도 역시 가족에 의해 입는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인지, 아니면 아이러니인지요.

순오기 2010-02-05 20:46   좋아요 0 | URL
흐흐흐~ 우리 삼남매의 생활 그대로 내린 정의니까 어려울 것도 없지요.^^
가족이라서 편하기도 하지만 제일 만만하게 생각하기도 하니까 상처주는 일도 생기겠죠. 그래도 가족간의 상처는 원망하며 복수를 생각하지는 않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