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여? 사계절 중학년문고 17
전경남 지음, 윤정주 그림 / 사계절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신통방통 왕집중'으로 제4회 문학동네어린이 문학상을 받았던 전경남 작가의 창작동화다. 이 양반 할머니가 되어도 키득거리며 동화를 쓰고 싶다며 어린이라면 한 번쯤 상상했을 이야기를 재밌게 쓰는 작가다.  

<내가 보여?>에서는 오직 힘이 최고라고 믿는 고양이 가시이빨이, 귀신이 되어 떠도는 승호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작가는 '고양이는 귀신을 볼 수 있고, 귀신과 소통한다'는 속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카리스마 고양이와 인간 귀신 승호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거릴 것이다.   

승호는 한 달 남은 일제고사를 위해 공부하라는 엄마의 명령에 좋아하는 축구를 못하고 방에 갇히자, 분풀이로 걷어 찬 축구공에 책장이 무너져 졸지에 깔려 죽어 귀신이 되었다. 그러잖아도 엄마의 잔소리와 학원 순례에 지친 어린이에게, 공부에 내몰려 죽은 귀신을 내세우다니 잔인하다 생각된다. 하지만 어린이는 맘껏 뛰놀면서 자라야 한다는 엄중한 진실을 웅변하며, 부모의 지나친 욕망이 자녀를 공부에 내몰지 않나 돌아보게 되는 섬뜩한 설정이다.

다른 고양이보다 힘이 세거나 재빠르지도 않은 엄마를 닮았다고 투덜거리는 고양이. '절대 엄마처럼 살지 말아야지, 강한 고양이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굳게 믿으며 뾰족한 이빨을 드러내고 으렁거리며 거리를 쏘다니는 '가시이빨'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엄마는 "힘은 쓰는 것보다 조절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며, 너무 뾰족하고 강하면 부러지는 법!" 이라고 충고하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는 독불장군이다. 하지만 세상은 더 강한 놈이 있기 마련, 지역구를 벗어나 쌍발톱에게 처참하게 당해 쓰러진 가시이빨은 꿈결처럼 둥둥 떠다니는 승호 귀신을 만난다. 



승호는 너무 어린데 갑자기 죽었으니 이 세상에서 꼭 하고 싶은 거 한 가지만 하고 오라며 저승에서 받아주지 않아 귀신이 되었다. 승호는 친구들이랑 딱 한 번 축구를 해보고 싶다는데, 몸이 없는 승호가 어떻게 친구들과 축구를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승호의 소원을 풀어주는게 우리의 주인공 가시이빨이 해야 될 일이다. 엄마아빠도 알아보지 못한다고 섭섭한 승호는, 엄마가 자기를 기억하지 못하고 잊어버릴까 봐 안타깝다.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듣고 싶지만 귀신이 된 승호는 방법이 없다. 엄마에게 다가설 수 없는 승호가 선택한 건 엄마를 데려가는 것.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가시이빨은 털실을 감았다 풀기, 생선가시에서 살코기 발라내기, 풍선을 터뜨리지 않고 갖고 놀기로 훈련과 인내의 과정을 거쳐, 드디어 인간 귀신과 고양이의 합체 방법을 알아낸다. 옥상에서 만난 굶주린 가시이빨에게 먹이를 주는 승호엄마는 못난 부모 만나 신나게 놀아 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뜬 승호가 불쌍해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가시이빨이 승호엄마의 눈물을 받아 먹는 순간, 귀신 승호와 가시이빨은 합체가 된다. 가시이빨의 몸 속으로 들어온 승호는, 힘든 것과 서러움 없는 행복한 세상으로 훨훨 날아가 다음 세상에서 만나자는 엄마의 기도를 들으며, 엄마 마음 속에 자신이 있다는 걸 확인하고 엄마도 울지 말고 씩씩하게 살아야 한다며 안녕을 고한다. 

마지막으로 학교 운동장으로 달려간 가시이빨은 친구들과 축구를 하며 멋진 슛을 성공시키고 떠나는 승호에게, 내 마음을 봤으니 이젠 가시이빨이 아니고 '마음의 눈'이라는 새 이름을 받는다.
"어이, 마음의 눈! 어때? 내가 보여?"
눈부신 햇살 너머로 하얀 구름이 연기처럼 사라지는 하늘을 보며 승호와 작별을 고한다.  

오직 자신을 위해서만 살던 가시이빨이 귀신 승호를 만나 소원도 들어주고, 자신도 쌍발톱에 대한 복수를 접고 사랑을 베푸는 고양이로 거듭나는 두 축의 이야기가 막힘없이 펼쳐진다. 14개의 짧은 챕터에 적당한 긴장감과 유쾌하고 뭉클한 이야기를 풀어낸 작가의 솜씨에 즐거운 독서였다. 초등 2~3학년 정도면 읽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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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0-01-22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동화책은 어째 사람을 울릴것 같아요 ㅠ.ㅠ
마음의 눈이라는 이름은 인디언식 이름같네요.
찾아 봐야 겠어요 :)

순오기 2010-01-23 13:49   좋아요 0 | URL
끝에 승호엄마의 눈물에 초큼 눈물났어요~
마음의 눈, 인디언식 이름은 참 멋져 보여요~ 무스탕님 이름도 만들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