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명진출판사) 1
신웅진 지음 / 명진출판사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2007년 9월, 초등학교 학부모 독서회 토론도서로 만났다. 2006년 12월 14일 유엔사무총장으로 취임한 그를 찬양하는 평전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조목조목 펼쳐낸 그의 인생을 보면서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노력했는지 충분히 공감됐다. 트집을 잡으려도 꼬투리가 보이지 않았으니 찬양 일색의 평전이 맞는 건가?^^

이 책은 행간이 넓고 한 면이 열아홉줄 밖에 안돼 읽기가 쉽다. 청소년을 염두에 둔 편집이라 그런 듯. 한 챕터마다 자료사진을 넣어 궁금증을 풀어주고, 외교관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유엔이 하는 일은 무엇인지 설명해 놓아 청소년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될 것 같다.   



반기문은 인생에서 훌륭한 멘토를 만났다. 고등학교 때 김성태 영어선생님은 그가 영어를 열심히 하도록 격려하고 외교관의 꿈을 갖도록 했으며, 전국영어대회에서 일등해서 '비스타장학생'으로 한달간 미국연수를 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그때 연수생으로 케네디 대통령의 질문에 외교관이 되고 싶다는 대답으로 자신의 꿈을 확고히 하게 되었다.  

반기문은 그 부모님의 성품을 그대로 물려받은 듯하다. 아버지의 온화한 성품과 사람을 최대한 존중한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그중에도 감동적인 것은 문둥병에 걸린 당신의 친구를 6개월이나 기숙하도록 하셨다. 그 어머니도 처음엔 아이들 때문에 반대했지만, 날마다 상을 차려 사랑으로 내가고 수저와 그릇들을 날마다 팔팔 끓여 소독했다고 한다. 이런 부모님이 그에게 사람이 되는 길을 보이셨고, 먼저 인간이 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걸 그의 인생이 증명했다. 동기나 선배를 제치고 승승장구하던 그가 일일히 편지를 보내 마음을 풀어주는 걸 보면서 참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됐다. 그의 주변에 나쁘게 말하는 적이 없었다는 말이 수긍되었다.

역대 외교부장관들이 성실하고 능력있는 반기문과 일하기를 원하고 그를 키우는 계기가 되었지만, 일생의 멘토가 된 노신영씨와의 만남은 결정적으로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2001년 외교부 차관으로 있다가 김대중정부의 한미관계 희생양으로 물러났을 때, "31년 동안 나를 위해 단 한 시간도 써본 적이 없는데... 죽고 싶다." 고 할만큼 참담했다. 그러나 인생의 멘토 노신영은 그를 다독인다. 

   
  여보게, 인생이라는게 말이지, 힘겹게 올라가야 하는 언덕도 있고 또 내려가야 하는 굴곡이 있거든. 큰 사람일수록 그런 게 있기 마련이야. 여기서 자네 인생의 끝이 아니니 억울해하지 말게. 문제는 이렇게 내려와 있을 때 어떻게 하느냐가 사람의 크기를 결정하는 법이라네.(217쪽)  
   

그는 실업자로 의료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 아들의 부양가족이 되어야 했던 참담한 상황에서도, 인생 선배의 말을 받아들여 외교안보 문제를 연구하며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4개월 후 한승수 외교부장관이 유엔총회 의장으로 가면서 의장비서실장으로 그를 불렀다. 물론 차관하던 사람이 국장급으로 낮춰가는 것이라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묵묵히 감수하며 겨울의 앙상한 나뭇가지 같은 인생의 이치를 깨닫고 이겨냈다. 그가 유엔사무총장 후보로 나섰을 때, 대부분 자기 나라의 외교부장관으로 있던 지원세력은 당시에 만났던 외교관들이었다. 인생은 이렇게 절묘한 역전의 맛이 있는 것이다.  

그는 어떤 자리에 오르거나 물러났을 때에도 우직하게 바보처럼 공부했다. 학창시절 영어를 비롯한 학과 공부도 그렇지만, 외교관 시절에도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외교관은 '친구사귀기'이고 언어가 무기라고 생각한 그는 독일어와 프랑스어도 배웠다. 오스트리아 대사 시절 빈번한 댄스파티에서의 고독과 몸치를 극복하기 위해 부인과 댄스를 배우러 다녔다는 일화는 웃음이 절로 났다. 또한 케네디스쿨에서 세계의 내로라 하는 사람들과 공부할 때는, 공부하다가 죽을까 봐 부인이 걱정할 정도였고, 전과목 A+로 특별상까지 받았다. 이렇게 끊임없는 노력이 오늘의 그를 만든 것이다.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역시 실천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것이다.  

 

그는 국가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모든 일에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출장스케쥴도 가능하면 무박 혹은 비행기에서 잘 수 있게 조정했고, 전화사용도 공사를 구별해 따로 썼다니 정말 이런 공직자도 있구나, 감동 받았다. 자녀들의 혼사도 비밀리에 치뤄 축의금 부담을 주지 않은 그가 존경스럽다. 다들 공직이나 직장 근무중에 애경사를 치뤄 수금(?)하려는 세태에서 보기 드문 사례였다. 그는 공과 사를 철저히 구별한 진정한 공직자였다. 

"지금 이 순간은 외교관이 된 것이 너무도 후회가 되는구먼, 소중한 것을 너무도 많이 잃었어. 외국으로 떠돌다 보니 친구도 많이 잃었고 친척들도 하나도 못 챙겼어. 이제 아버지까지 돌아가셨으니..."(208~209쪽)

그는 말을 잇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 1991년 12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협상에 참여하고 있을때, 교통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장례식장으로 달려갈 수 없었던 그가 조문 온 친구에게 털어놓은 회한이다. 이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눈물이 난 장면이다. 그가 외교관으로 세계를 다니느라 가족과 함께 추석이나 설 명절을 쇠기나 했을지 가슴이 짜안~했다.

오늘의 그가 있기까지는 이렇게 많은 부분에서 희생을 감당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며 말없이 견디었을 가족들의 몫이 과연 즐겁기만 했을까? UN사무총장에 당선되고 눈코뜰새 없는 일정에도 딱 한시간 비는 틈에 언론사 기자들의 인터뷰에 응했다는 글을 보면서 할말을 잃었다. 그의 부인과 가족들이 감당했을 희생이 짐작된다. 그래도 아내의 수고를 알아주며 설거지를 했다는 그의 따뜻함에, 명절의 수고도 남편이 손 한번 잡아주면 화르르~ 풀리는 아내의 마음을 주부들은 알지 않는가!^^

반기문이 활동하던 당시 외교부에선 "반(潘)의 반(半)만 해라!"는 말이 회자되었다고 한다. 노력없이 거저 이뤄지는 건 없다. 그의 삶에서 보듯 먼저 인간이 되고 성공한 사람이라야 귀감이 되고 멘토가 될 자격이 있다. 반(潘)의 반(半) 아니 십분의 일이라도 흉내낸다면, 우리도 자기 인생을 성공했다고 평가할 시간이 오지 않을까 다짐하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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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11-10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용을 보니 확실힌 반기어천가이긴 하지만 참 대단히 노력한 사람이네요.노력한 사람이 성공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보여주는 글이지만,요새는 개천에서 용나기 힘들다고 하니 이젠 정말 옛날 이야기지요.

순오기 2009-11-10 21:56   좋아요 0 | URL
반기어천가~ ^^
개천에서 용나던 시절은 지났지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