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고을마라톤 8월 일지, 8월 31일까지 15,535쪽. 민경이는 토끼코스 10킬로(10,000쪽)에 도전했기 때문에 진즉 초과달성이다. 해리포터와 만화는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쪽수를 0으로 하고 기록만 남겼다.

8월 1일,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 

오주석. 나에게는 생소하게 들리는 분이지만, 미술계에서는 유명하신 분이라고 들었다. 그분의 타계 4고년 유고집으로 나온 그림 모음집이다. 굉장히 맛깔나게 그림을 표현하신 것 같아서, 이미 알고 있던 그림도, 모르고 있던 그림도 한층 훌륭하게 보이는 느낌이었다. 우리 그림은 따뜻한 것 같다. 붓과 선, 먹들이 춤추는 그림 위에는 인간의 따뜻함이 곁들여져 있는 느낌이다. 달밤에 남녀 두 사람이 가옥을 뒤로하고 있는 '월하정인도', 우리 미술교과서에서도 나온 김홍도의 '씨름', 이정의 '풍접도', 김홍도의 귀여운 아기고양이가 있는 '황묘농접도' 등등. 멋스러운 우리 그림들을 많이 소개해주었다. 나는 월하정인도에서 '두 사람 속은 두 사람만 알리라'하는 글이 왠지 마음에 들었다. 수묵담채화가 왜 이리 어여뻐 보이는지 모르겠다. 

 

8월 3.10일, 과학선생님 영국 가다 

선생님들과 두 아이들이 영국에 가서 이것저것 둘러보고 질문하는 것을 그닥 재미있지는 않게 담아낸 책이다.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금방금방 넘어갔다. 그리니치 천문대, 케임브리지, 옥스퍼드, 런던 과학 박물관까지 보았다. 우리 식구들은 모두 외국 여행을 한 번씩 해 보았는데, 나만 하지 못했다. 영국을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이 책을 보면서 들었다. 옛날부터 시,공간의 중심이었던 그리니치 천문대와 케임브리지,옥스퍼드 등. 그 외에 부록들도 있었는데, 난 정말 날짜변경선을 한 번 넘어보고 싶다. 단순한 것이라고는 해도, 시간을 되돌리고 앞으로 감고, 재미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쓴 선생님들이 부러웠다. 여행 하면서 이 모든 걸 다 보고, 책을 내서 돈도 벌고, 나도 빨리 어른이 되서 느긋하게 외국 여행 한 번 해 보고 싶다. 
런던 과학박물관은 한선생님의 아들 석원이의 일기처럼 진행되었다. 석원이나 민규같은 아이들은 참 좋은 기회를 가진 것 같다. 박물관은 마치 놀이터처럼 어린 아이들도 과학에 대해 쉽게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DDR형식의 게임기나, 에너지 챔피언등의 게임들이 있었다. 나도 에너지 챔피언 같은 경우는 해 보고 싶었다. 뉴턴 생가나 다운 하우스, 왕립 학회 같은 경우도 매력적이었다. 이 선생님들은 미처 예약을 안 하고 와서 원래는 들어가지 못 했지만,집념의 힘으로 간신히 들어갔다. 역시 한국아줌마 파워!! 이집트 신관들이 왕을 칭송하는 내용을 담은 포고문인 로제타 스톤도 직접 보고, 부러웠다.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영국처럼 훌륭한 과학 박물관 같은게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남못잖게 똑똑한데, 아무래도 다른 나라에 비해 그런 건 적어서 조금 아쉬웠다.

 

8월 5. 6일, 노란 기사의 비밀 

4월 26일 토요일, 주인공 파울리네는 아빠와 함께 '완벽한 소풍'을 갔다왔다. 다만 돌아오는 길에 번개가 치고 황소를 만나 길에 멈추고 자정 전에 들어온 것을 빼면 말이다. 파울리네와 아빠는 설명하려고 하지만, 엄마는 들으려 하지 않고 악을 쓴다. 결국 아빠는 화를 내며 가버리고 파울리네는 화장실에 틀어박혀 자신이 문제라며 생각한다. 여느 이혼가정의 흔한 풍경이다. 파울리네가 내가 될 수도 있었고, 내가 아닌 다른 누구라도 파울리네가 될 수 있다. 우리 부모님도 조금 심하게 싸우신 적이 있어 이혼 가정의 이야기를 볼 때면 항상 묘한 느낌이다. 파울리네는 문이 닫힌 피자성에 어느 날 수상한 사람들이 한 아이를 데려가는 걸 발견한다. 자신과 상관 없을 줄 알았던 일이지만 점점 신경쓰이게 되고, 어느날 아빠가 아이 로렌쪼를 데리고 가는 걸 발견하고 충격에 빠진다. 피자성의 비밀과 로렌쪼를 가두던 사람들의 정체가 밝혀진게 내가 읽은 쪽까지다. 평행할 것 같은 두 얘기가 연결되는게 재밌다. 
부모가 이혼할때,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일 것이다. 파울리네를 정확히 왜 싫어하는지 모르면서도 '이혼 가정의 아이'이기 때문에 싫어하는 엘리제처럼, 사회는 대부분 아이를 색안경을 끼고 본다. 그리고 주변사람들도 아이에게 좀더 철있게, 조숙하게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 파울리네도 그랬다. 사고싶고, 하고싶은게 있어도 언제나 '분별력 있게 행동해라'라는 말. 보면서 그게 너무 슬펐다. 아직 어리광 부려도 될 나이인데. 가장 긴장될 때는 역시 엘리제와 함께 공연에서 일각수를 맡아 춤출 때 였다. '부모님을 위해 힘내라','부모님도 기뻐할 것이다'. 부모님은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파울리네가 생각하는 게 슬펐다. 춤추는 내내 변호사와 전화하고, 싸우던 모습들에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로렌쪼까지 생각나 파울리네는 무대 밑으로 굴러떨어져 버린다. 안에선 여러 생각들이 휘몰아치고, 겉으론 공연을 잊어버리고. 긴장감 있었다. 확실한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그게 현실이기에 더 좋은 결말인 것 같다. 

8월 7일, 색 마술쇼에 빠져볼까 

색에 관한 책이니 당연하리만큼 이 책에는 아름다운 색들이 많이 나와있다. 거의 색과 글이 똑같은 비중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염료와 안료에 대한 얘기들, 색에 얽힌 이야기이며 미래의 색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거기에 관한 사진을 볼 때마다 이렇게 다양하고 아름다운 색들이 있는지를 깨달았다. 지금이야 흔한 자주색, 진녹색, 파란색들도 왕이나 교황만이 누릴 수 있는 색이었고, 색을 만드는 게 쉽지 않았던 옛날에는 물감 한 방울이 정말 금값이었다. 스칼렛, 울트라 마린, 인디언옐로, 녹청 등 미묘하게 다른 색들은 정말 볼 때마다 아름다웠다. 특히 인공염료 '모브'의 탄생!! 퍼킨은 정말 떼돈을 벌었을 것이다. 퍼킨 이후로 너도나도 인공염료를 만드는 길에 뛰어들었는데, 지금도 색 하나를 제대로 만들어내면 정말 퍼킨 못지 않게 돈을 벌 것 같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색, 그걸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불가능할 것 같지만 그런 색을 꼭 보고 싶다. 

8월 8일, 콜라 마시는 북극곰 

아마 이런 동시집은 굉장히 오랜만에 읽은 것 같다. 제목이 '콜라 마시는 북극곰'이라 그저 귀여운 줄만 알았더니 콜라광고에 출연한 북극곰들이 콜라에 중독되어 결국 건강에 나빠졌다는 슬픈 이야기였다. 동시지만 자신들의 물건을 팔기 위해 아무것도 모르는 동,식물들을 이용하는 모습이 참 찝찝했다. 저런 일이 지금도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에. 환경오염에 관련된 동시들과 함께, 아이들, 우리 일상에 관한 동시도 있었다. 빽빽한 책들 속에서 가끔은 동시집을 읽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초등학생때 대회에 나가기 위해 하루에 시를 한편씩 썼던 적이 있는데, 그 땐 억지로 쓴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힘들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중에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그런 동시를 써 보고 싶은 마음이다.  


8월 12일, 엄마가 된다는 것 

주인공 미진이는 이사갈때마다 매번 심통이 난다. 엄마가 미혼모로 고등학생 때 자신을 낳아 늘 이웃들이 엄마와 자신을 보며 수군댔던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미진이는 가끔 엄마에게 짜증을 부리지만, 내가 볼때 미진이의 엄마는 대단하신 분 같다. 이렇게 용기를 내어 미진이를 기르고, 똑같은 처지의 다른 어머니들에게도 희망을 주니 말이다. 역시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은 맞는 말 같다. 다른 가족들과 다른 엄마를 미워하며 도망치기만 했던 미진이는, 아빠에게 폭행을 당하는 이웃집 나경이를 보며 자신의 문제란 것은 숨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닫는다. 또 용기있는 남자아이의 도움으로 나경이 아버지에게도 당당하게 맞서자고 이야기한다. 미혼모나 폭행을 당하는 아이 모두 한없이 약해보이는 존재들이지만 이렇게 용기를 내는 모습을 보면 참 대단하고 경이로워 보인다. 

 

8월 13. 22일, 레디! 액션, 우리 같이 영화 찍자 

영화 보는 것을 좋아했지만 영화의 역사나, 영화 찍는 법을 잘 몰랐던 터라 이 책이 도움이 많이 됐다. 이 책은 처음부터 영화란 무엇인가를 재미있는 그림과 사진으로 잘 설명해 준다. 아직 카메라로 영화를 찍기 전의 시절, 사람들은 프락시노스코프나 요지경, 환등기등을 사용해가며 점차 발전해갔다.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흑백필름에서 컬러필름으로 영화는 점점 더 정교하고 신기해져 갔다. 내내 무성영화만 보다가 영화속에서 말이 흘러나왔을 때 얼마나 놀랬을까? 그 사람들도 우리시대의 사람들처럼 '세상 참 좋아졌다'라고 생각했을 걸 상상하면 웃기다. 또 영화를 만드는 수많은 사람들도 알게 됐다. 배우에 카메라맨에 감독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라, 시나리오 작가, 제작가, 조감독, 스크립터, 조명감독, 포스터 담당, 배급 담당, 음악 감독 등등!! 한 영화가 만들어지고 우리에게 보여지기까지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저번에 앞부분까지 읽고 어디에 뒀는지 몰라 한참 찾았는데 오늘에야 겨우 찾아서 뒷부분을 마저 읽었다. 김경화씨가 어렸을 적 직접 쓰셨다던 배달소년 민교와 빛나의 우정이야기에 맞춰 배우도 뽑고, 편집도 하고, 소리도 녹음한다. 이해를 돕는 사진도 있었는데 순수해보이는 민교와 빛나가 귀여웠다. 빛나가 민교에 비해 키가 너무 크긴 했지만 뭐. 만약 영화제작을 꿈꾸는 어린이들이 이 책을 봤으면 도움이 많이 됐을 것 같다. 나는 제작까지는 꿈꾸지 않고 그저 보고 즐기는 관객 역할에서 만족하지만, 스스로 제작한 영상이 사람들에게 보여진다는 것은 정말 큰 환희일 것 같다. 게다가 영화 제작에 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들이 보는 영화관의 비밀에 대해서도 나와 있었다. 영화 본 지도 오래 됐는데 이 책을 보니까 갑자기 영화관에 가고 싶어졌다. 새삼 생각하지만 영화는 정말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좋은 것들 중에 하나인 것 같다.


8월 14일,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2 

 해리포터는 집에 전부터 있던 책이므로 쪽수를 0으로 해 놓았다. 볼드모트가 돌아옴을 전편에 알리고 볼드모트에 대항하는 불사조 기사단을 본 후 다시 학교로 돌아온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해리를 거짓말쟁이라고 하고, 설상가상으로 마법부에서 엄브릿지 교수가 와 학교를 쥐락펴락하며 실전 마법을 못 배우게 한다. 그에 해리는 대항하여 아이들과 D.A라는 마법 클래스를 비밀리에 차려 아이들에게 마법을 가르쳐 준다. 5권은 분위기가 많이 묵직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볼드모트도 활동을 하고, 그에 대항하는 것도 보여주다 보니 그런다. 특히 내 사랑 시리우스!! 너무 허무하게 죽는 시리우스ㅜㅜ. 난 해리포터 영화보단 책을 선호하는 편이다. 영화에서 마법부에서의 싸움은 막 날아다니면서 화려하게 진행됐지만 내가 생각하던 복잡하고, 어둡고 그런 느낌이 아니라 살짝 아쉬웠다. 특히 이번 혼혈왕자 영화는 개인적으로 가장 별로였다. 어쨌든 오권은 시리우스의 장. 아듀 시리우스! 

8월 16일, 난 원래 공부 못해 

 공부를 잘하는 여자아이 진경이, 공부를 못하지만 활발한 남자아이 찬우, 그리고 신출내기 새 여교사 '멋진 연희 샘'이 서로서로 부족한 점을 깨달아가며 좀더 성숙해지는 이야기이다. 공부를 잘 하는 진경이는 숙제도 잘 해오지 않고 공부도 못 하는 찬우가 못마땅하지만, 찬우는 누구보다 활발하고 착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다. 좀 더 똑똑해져야 어른이 된다는 연희샘에게 '전 원래 공부 못하지만 똑똑해요'라고 대답하는 찬우. 그냥 읽고있다가 이 의외에 대답에 눈길이 갔다. 앞으로 찬우가 어떻게 변할지도 궁금했다. 멋진 연희 샘이 아이들을 위해 하루에 단어,한자,수학문제 5개 풀기 등 '오오오 대작전'을 펼치는 것도 그냥 우습다고만 생각했는데, 아이들과 선생님은 이런 과정들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해 있었다. 까탈스럽던 진경이도 드디어 연희 샘을 향해 마음을 열고 편지를 쓰는 장면이 참 따뜻했다. 

 

8월 17일, 준비 됐지? 

지민이는 교회의 잡다한 일을 하며 하나님을 믿는 엄격한 아빠, 언제나 노래를 부르고 즐거운 엄마, 천사같지만 병약한 동생 지민이와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러나 지민이는 지효의 고장난 자전거를 타고 가다 기차에 치여 죽는다. 지효는 그것이 자신이 자위를 한 것에 대한 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점점 가슴에 죄책감이 쌓여간다. 이사를 가서 아빠는 또다시 교회에서 일하고, 가족은 점점 말을 잃는다.아이들을 싫어하는 잔인한 담임 '방'과 첫사랑 은하, 다시 생긴 동생, 교회에서 실직한 아빠 등 지효는 여러 사건들을 겪으며 혼란스러워하고, 하나님을 미워하고, 하루에도 몇번씩 마음이 바뀐다. 난 첫부분만 해도 이 책을 별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효가 하나님의 존재를 의심하고, 마지막에 아버지가 사과하며 마음을 털어놓고, 지효도 오래전부터 시작된 죄책감을 지울수 있게 된다. 나도 눈물이 났다. 청소년기란 이런 것일까. 나빠졌다, 좋아졌다, 종잡을 수 없는 그런 복잡함 속에서 성장해 가는 것일것이다. 

8월 18일, 빛 Phos

오늘 선물받은 책이지만 만화이기에 쪽수는 0으로 해 놨다. 애들 보는 게임만화나 순정만화가 아닌데 0으로 해놓자니 조금 씁쓸했지만. 박흥용씨는 저번에 읽은 '쓰쓰돈~'의 작가셔서 더 낯익었다. '쓰쓰돈~'에는 조연으로 나왔던 아우가 이 책 '빛Phos'에서는 주인공으로 나왔다. 작가가 자기 스스로 어렸을 적 무료한 시간을 죽이러 하던 낙서같은 책이라고 밝혔지만, 그 낙서 속에 소소한 옛 아이들의 일상이 담겨있어 따스한 느낌이 들었다. TV가 있는 집도 마을에 하나였을때, 애니메이션을 보기위해 TV집 아이에게 사탕을 주고,고구마를 주고 온갖 알랑방귀를 끼는 아이들. 주인공 아이는 형이 구해다준 환등기에 갖가지 필름을 끼워 아이들을 부르지만 반응은 시원찮다. 그러나 자신이 필름을 그려 그 속에 친구들이 만화캐릭터들을 깨부수게 하자, 아이들은 열광적이었다. '빛'을 읽으면 누구든 잠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 보며 미소지을 것 같다. 

8월 19일, 탈출 수학나라 

수학 쪽지시험을 보고 점수가 나빠 기분이 나쁜 머루, 자주가는 헌책방에서 수학책을 펼쳤다가 그만 책의 도발에 넘어가 수학문제를 풀러 책 속에 들어가게 된다. 난 이 장면이 정말 어이없다. 어째서 저런 유치한 도발에 넘어가는 거지? 이 책에 들어가지 않으면 멍청하고 비겁한 아이가 된다는 말에 발끈하다니, 나라면 그렇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책 속에 들어가 버린 머루는 고대 이집트부터 시작해 여러 유명한 수학자들을 만나면서 문제를 풀어가고, 점점 수학에 흥미를 느낀다. 작년에 한참 배웠던 원기둥,구의 부피 등을 아르키메데스가 증명해 내는 것을 보자 묘했다. 책 속에서만 보던 공식이 정말로 누군가에 의해 생각해지고, 증명되어졌다는게 실감이 났다. 그리고 머루가 점점 수학에 흥미를 느끼고, 문제 푸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것도 흥미진진했다. 

 

8월 21일,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3 

원래 집에 있던 책이었으므로 쪽수를 0쪽으로 해 놓았다. 갈수록 심해져가는 엄브릿지의 횡포와 하나씩 밝혀지는 비밀들과 앞으로를 위해 놓여있는 복선들, 그리고 해리와 아이들의 방어술 모임인 D.A(덤블도어의 군대)가 엄브릿지에게 들통나서 덤블도어가 해리를 위해 대신 죄를 뒤집어쓴다. 물론 잡히진 않고 놀라운 솜씨로 도망을 갔지만. 해리가 덤블도어에게 참 미안했을 것 같다. 여러모로 호그와트 최악의 해인 것 같다, 이 해는. 나중에 호그와트의 역사서에도 실리지 않을까? 또 여행을 떠나있던 해그리드도 드디어 호그와트로 돌아갔는데, 그는 거인들을 설득하기 위해 해그리드가 짝사랑하는 프랑스 거인혼혈 마녀 올림프와 같이 여행을 갔었다. 해그리드의 남다른 사랑이 무척 재미있었다. 역시 순진한 해그리드. 5권은 점점 더 야욕을 드러내는 악의 힘에 맞써 해리들이 많이 고생하는 이야기인 것 같다. 

 

8월 26일, 만년샤쓰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감동적인 이야기. 요즘에는 키워준 은혜를 잊은 채 늙은 부모를 외국에 갖다버리거나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 더 감동적인 것 같다. 눈이 보이지 않는 어머니에게 양말이며, 옷이며 전부 한 벌씩 더 있었다고 거짓말 한 채 자신은 춥게 학교를 오는 아들. 대단한 효자이긴 하지만 이런 경우라면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에 비해 많이 기죽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아이는 아이들과 선생님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상황을 설명한다. 방정환 선생님은 아이들과 같이 동심을 간직하고, 좀더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셔서 이런 동화가 나오는 것 같다. 시대가 바뀌어도 감동적인 얘기는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울리나 보다. 


8월 27.29일, 나는 진짜 나일까 

처음엔 별로 보기 싫었다. 푸른책들 책은 엄마가 서평단을 하니까 너무 많이 읽어서 이젠 조금 지긋지긋하기도 했고,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쓴 건 더 싫었다. 뭐랄까,나는 고정관념 하나가 있는 것 것 같다. 아이들을 쓴 책을 보면 '학교생활을 쓴 책은 분명 바르고 성실한 아이가 있고 문제가 생기지만 곧 극복해내는 그런 거겠지.' 이런 생각이 먼저 든다. 그렇게 별 기대 안 하고 책을 폈는데, 그만 보다가 살짝 눈물을 흘렸다. 이 책은 6학년 남자아이 건주와 시우가 주인공이다. 건주는 가정폭력을 일상적으로 경험해 온 아이며, 사실 그런 아이가 아닌데 주위에서 모두 문제아 취급해 정말로 문제아가 된 아이다. 시우는 전학생으로 처음에는 건주와 제일 친했다가, 패거리를 데리고 다니는 은찬이에게 붙어다니게 된다. 이것만 보면 전형적이지만, 아이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힘의 관계가 나와 있었다. 아이들의 사이는 약육강식의 세계다. 강한아이,보통아이,약한아이들의 미묘한 줄다리기. 공감이 갔다. 

은찬이가 자기들이 싸운것을 건주가 그랬다고 선생님에게 말하는 것을 보고, 시우는 점점 은찬이에게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용기가 없어 그만둔다. 은찬이 주위의 다른 아이들도 그랬다. 건주도 다시 시우와 친하게 지내고 싶지만 용기가 없었고. 그런데 상담선생님이 등장한다. 선생님은 건주에게 친절하고 용기 있게 다가와 주었다. 다정한 선생님의 모습에, 정말 저런 분들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건주와 같은 아이들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어렸을 적 맞고 자라 건주와 엄마에게도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 하는 아빠와, 주눅들어 살던 엄마도 후반에 들어 점점 용기를 내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아이들은 건주를 폭력배라고 부르며 멀리하고, 담임선생님은 건주의 말을 들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문제아로 대한다. 주위 환경이 이러면 아이는 어쩔 수 없다. 정말로 문제아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주변사람들의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알게 되었다. 누구 한 편의 말만 듣지 않고 공정하고, 다정하게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8월 30일, 행복한 책일기 독서육아 

나는 분명히 애엄마도 아닌데, 이상하게 지원이가 책을 읽으며 주변에 관심을 갖고, 말하고, 생각하며 커가는 과정과 지원이의 어머니가 지원이를 위해 어떤 책을 보여줬는지가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프린세스 메이커 같은 육아 시뮬레이션 같은 게임으로는 절대로 알 수 없을 부분일 것이다. 행복한 책읽기를 보면서 아이를 낳는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 변했다. 전에는 결혼도 별로 하기 싫고, 아이도 별로 낳고 싶지 않았는데 이 책을 보면서 '아이가 있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를 생각하게 됐다. 어릴때부터 책을 읽는 건 물론 중요하지만 무턱대고 읽히는 것보다, 아이 나이대에 어울리고 자연스러운 책읽기를 하는 편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독서교육에 관한 책이었는데도 실제 경험담이 들어가 있어 재미있었다. 

 

8월 31일, 오이대왕 

우리학교 도서실에서 빌려온 책인데, '오이대왕'이라는 제목이 재미있어서 보게 되었다. 서로 싸우기도 하고 숨기는 것도 있는, 어느 곳에나 있을 법 한 가정에 어느날 2층 지하실에서 올라온 오이대왕. 그는 스스로를 '구미-오이'들의 왕이나 쿠데타로 쫓겨왔다며, 이곳에 정치적 망명을 하러 왔다고 했다. 주인공인 볼프강이 처음 그를 만졌을 때의 느낌을 말하는데, 물컹물컹하고 기분나쁜 반죽같다는 그 느낌이 리얼하게 상상이 됐었다. 오이대왕은 곧 아빠의 신임을 얻고, 가족들이 숨기고 있었던 비밀을 아빠에게 털어놓는다. 가족은 분열되는 듯 하지만, 곧 다시 회복되고 볼프강은 누나,동생 닉과 함께 지하실의 구미-오이들을 죽이려는 아빠와 오이대왕을 말리는데 성공한다. 기분이 묘했다. 아무리 거짓말을 하고 미운 짓을 한 오이대왕이라도, 마지막에 그를 흙냄새 물씬 나는 지하실에 데려다주는 어린동생 닉. 아주 미워보이지는 않는 대왕이랄까. 오이대왕은 어떤 가정에 대한 상징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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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빛고을독서마라톤, 민경이 은상!
    from 엄마는 독서중 2009-12-10 21:00 
       6개월간 빛고을 독서마라톤에 참여하면서 타조코스 15킬로(15,000쪽)에 도전한 순오기는 26,523쪽을 기록했고 토끼코스 10킬로(10,000쪽)에 도전한 민경이는 19,692쪽을 달성했다. 날마다 못한 날도 있지만 같은 날 2회 올린 날도 있어 순오기는 총176회 140권의 기록을 남겼고,  민경이는 총 128회 104권의 기록을 남겼다.  그런데 어젯밤 교육청에서 전화왔는데 민경이만
 
 
마노아 2009-10-21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빛 Phos은 도착하자마자 민경이가 읽었군요. 역시 빨라요. 책을 향한 멈추지 않는 관심이 예뻐요. 마라톤 이제 끝났군요. 짝짝짝짝~!!! 축하해요.^^

순오기 2009-12-10 22:57   좋아요 0 | URL
댓글을 안 달았군요.ㅜㅜ
뒤늦게 발견하고~ 감사의 댓글^^

qualia 2009-10-21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경 양, 정말 훌륭합니다. 놀라워요. 엄마 아빠께서 정말 자랑스러워 하시겠어요. 저도 축하합니다.^^

순오기 2009-12-10 22:57   좋아요 0 | URL
헤헤~ 책은 좀 읽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