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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태극기 ㅣ 보물창고 북스쿨 3
강정님 지음, 양상용 그림 / 보물창고 / 2009년 9월
평점 :
63세에 펴낸 첫 작품집 '이삐 언니'로 제20회 한국아동문예상을 받은 강정님 작가의 단편동화다. 원래 '이삐언니'에 수록된 전라도 사투리가 쓰인 작품인데 초등 저학년이 읽을 수 있도록 얇은 책으로 나왔다. 참혹한 역사를 잊고 싶어하는 사람들에 의해 왜곡되어지는 우리 역사를 바로 알기 위해서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동화를 어린이들이 많이 읽으면 좋겠다.
해방 되기 두 해 전 추석 무렵 이야기를 시작으로 해방의 날, 태극기 물결의 감동이 펼쳐진다. 초등생 복이의 시점에서 풀어가니까 초등생들에게 더 감정이입이 될 듯하다. 야무지고 똑똑한 복이가 그려내는 태극기는 어떤 사연을 담고 있는지 기대해도 좋다.
달력의 일장기에 태극 마크를 그려넣었다가 잡혀 간 작은아버지 때문에 집안은 침묵에 잠긴다. 그래서 복이는 태극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지만 무서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생 덕이가 태극이 무엇이냐고 묻는 말에, 일본놈들만 집어 삼키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일본놈들한테는 잡히지 않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일제강점기 압박에 항거하는 어린 복이의 정신이 지어낸 말이지만, 복이와 덕이는 태극을 숭배하듯 무한신뢰감을 느낀다.
내선일체를 부르짖으며 마지막 발악하던 일본은 부녀자를 모아 훈련 시키고, 식량수탈은 물론이요 놋그릇 요강이나 어른들의 밥주발까지 빼앗아 전쟁 물자로 보낸다. 참으로 참혹한 세월이었다. 그러나 밤이 지나면 해가 떠오르듯 우리 민족에게 해방의 날이 왔다. 하늘과 땅이 울리고 주위의 산들이 만세의 함성으로 메아리칠 때 사람들의 손에 손에 들린 태극기도 하늘을 날았다. 어머니를 따라 읍내로 간 복이는 그 감격의 현장에서 처음으로 태극을 보았다. 어머니도 복이도 눈물이 주르르 흐르며 해방의 감동을 경험한다.
이야기가 끝나면 '꼼꼼히 읽고 곰곰이 생각하기'를 두어 우리 태극기가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태극기에 얽힌 이야기도 들려줘 논술에도 도움이 될 듯. 초등교과서 5학년 1학기 말하기.듣기에 나오는 태극기의 의미도 잘 나와 있다.
월드컵을 통해 레드컴플렉스를 극복하고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태극기. 군사정권 때의 경건함 보다는 친숙한 나머지 함부로 하는 경향도 있지만, 비로소 국민과 숨쉬는 태극기가 된 것은 다행이다. 태극기를 마음대로 보거나 가질 수도 없었던 일제강점기를 떠올리는 동화 한 편으로 태극기의 의미를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