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 자유를 찾은 아이 사계절 그림책
폴 티에스 지음, 크리스토프 메를랭 그림, 김태희 옮김 / 사계절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지식e에 보면 일당 300원을 받으며 축구공을 만드는 파키스탄 아이들의 노동착취가 나온다. 커피의 생산인구 3분의 1이상이 15세 미만이라는 사실도, 우리가 편안히 누리는 것들이 어린이들의 피땀을 짜내어 얻어진 것이라는 걸 알곤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도 편치 않았다. 이 책은 바로 21세기 인도 대도시에서 노예처럼 노동을 착취당한 자이의 이야기다. 아동노동의 실태를 알리고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하기 위해 국제사면위원회와 함께 만든 그림책이다.    

자이는 고향마을 개울가에서 헤엄도 치고 나비를 쫒아다니며 놀았지만, 가난한 부모가 어떤 남자에게 팔아서 도시의 양탄자 공장에서 일하게 되었다. 하루 열다섯 시간씩 베틀 앞에 무릎을 꿇고 쉴새없이 일했다. 공장 밖으로 나갈수도 없었고 학교도 가지 못하고 개나 고양이처럼 맨바닥에서 잤다



자이는 고향에선 신비한 눈을 가진 어린 마법사로 불렸고, 까마귀은 자이의 무릎에 내려 앉았고 물가의 고니는 자이를 위해 노래를 불렀었다. 자이는 그 생각을 하며 정성껏 멋진 양탄자를 완성했다. 공장 감독관들은 공장주인 딸에게 그 양탄자를 바치라고 했다. 



자이는 그날 밤 양탄자를 타고 하늘을 날았다. 자이는 자유로웠고 어디든 갈 수 있었지만, 공장주인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새벽에 양타자는 자이를 태우고 하얀 성에 도착했고, 거기엔 공장주인과 딸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이가 양탄자를 바치고 자유를 달라는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자이는 다시 공장으로 끌려가 양탄자를 짰지만 다시는 마법의 양탄자를 짤 수 없었다. 쇠사슬에 묶인 두 발은 더러웠고 몸에서는 냄새가 났다. 아이들은 털실에서 나온 보푸라기 때문에 기침을 해댔다. 그 노동현장은 참혹하기 그지 없었다.    



어느 날 공장을 찾아온 소녀와 주인은 게으름 부린다며 혼내줘야겠다고 다그쳤다. 자이는 이곳을 빠져나가 자유를 찾기로 맘 먹었다. 바닥에 떨어진 못을 몰래 감춰 발목의 쇠사슬을 밤마다 갉아냈다. 마침내 쇠사슬이 끊어졌고 자이는 잠든 아이들을 깨워 같이 공장을 빠져나왔다. 



자이는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짐꾼, 구두닦이, 자동차 세차, 피리를 불어 뱀을 춤추게 하는 일을 했다. 하늘을 나는 양탄자를 만들던 자이의 마법은 음악 속으로 들어가 뱀들이 자이를 위해 춤추게 했다. 자이는 희망으로 가득찬 눈빛으로 풀뱀과 코브라, 제비와 암소들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며, 세상 어딘가에는 어여쁜 소녀 마법사가 있을 거라고 기다리는 중이다. 

이국적인 그림과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하늘을 나는 꿈은, 고된 노동을 잊기 위한 환타지로 현실을 벗어날 용기를 주었을거라 생각된다. 어린이들의 노동을 착취하는 악덕기업주나 제3세계 노동자를 유린하는 우리나라 기업주들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보장받고 근로환경과 조건을 개선하는 양심있는 기업주로 바꾸는 마술은 없을까?


댓글(4) 먼댓글(1)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어린이와 함께 보는 인권 이야기
    from 엄마는 독서중 2010-01-15 02:45 
    그림책은 어린이만 보는 책이 아니라, 어린이부터 모두가 보는 책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림책은 어린이가 보는 책이라고 인식하는 분들이 많다. 다행히 알라딘에는 그림책을 즐기는 어른들이 많아서 참 좋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으로 매번 그림책을 보면서 감탄하는 건, 어려운 주제를 어쩌면 이리도 쉽게 풀어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처음엔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읽었는데, 자칭 마니아가 되면서 주제별로 찾아 읽는 재미도 얻게 되었다.
 
 
마노아 2009-09-07 1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무슨 날인가요! 제가 읽은 책이 모처럼 많이 올라오고 있어요.^^
오늘 수업 시간에 전태일 얘기가 나왔는데, 그가 요구했던 근로조건조차도 너무도 '착취' 수준이어서 마음이 더 아팠어요. 양심있는 기업주가 절실해요. 마법의 힘을 빌지 않아도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해요.

순오기 2009-09-08 06:34   좋아요 1 | URL
진즉 읽은 책인데 리뷰를 안 써서 바꿔오지 못했기에 쉬는 날 줄줄이 썼어요.
노동환경과 노동착취~ 양심있는 기업과 제도적인 보장이 꼭 뒷바침 돼야 해요

같은하늘 2009-09-10 1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커피를 마시지 않고 축구를 좋아하지 않지만 지식e를 보고 마음 짠했던 기억이...
동화책으로 이런 얘기를 하는 출판사 적극 밀어줘야해요~~~

순오기 2010-01-10 04:16   좋아요 1 | URL
이런 이야기 어린이들에게 전달하기가 쉽지 않지요.
그래서 내가 사계절출판사를 사랑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