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에게 처음어린이 2
이오덕 지음 / 처음주니어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이오덕 선생님만큼 글쓰는 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분도 드물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말과 글을 바르게 쓰는 일에 신명을 바치신 분이다. 당신도 43년을 교직에 계시며 바른 글쓰기를 위해 헌신하셨고 수많은 저서를 남겼다. 책띠지에 나온 글을 스캔받았다. 





 

 
띠지에 소개된 책 외에도 선생님은 110권의 책이 남아 있다고 하니, 그 중에 내가 몇 권이나 봤는지 헤아려보니 열 손가락이나 될까 싶다. 

그래도 이분이 쓰신 우리글 쓰기에 대한 책을 읽으며 내 글쓰기에도 도움받았고,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지도해야할지 감을 잡았으니 고마운 일이다.  

<철이에게는> 선생님의 시집 개구리 울던 마을, 탱자나무 울타리, 까만새에 실린 시 중에서 42편을 가려 그림과 함께 엮은 것이라고 한다. 

 

이 시집을 읽으며 세월이 참 많이 흘렀고, 세상이 엄청 변했음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여기에 실린 시들은 내가 자라던 어린시절의 산과 들과 사는 모습을 담아낸 것이어서 어른을 위한 시집이라 생각됐다. 내 나이테 중 삼분의 일 정도를 촌에서 자랐지만, 시들이 썩 공감되거나 크게 감동스럽지 않은 것은 너무 교훈적이거나 장편으로 흐른 때문일거라 생각했다. 촌에서 자란 내게도 이런데, 요즘 아이들이 이런 시에 공감하거나 재밌어하기는 어렵겠다 싶었다. 그래서 이오덕 선생님을 그리워하는 부모를 위한 시집으로 추천한다.  

그렇다고 전혀 공감이 안되거나 감동이 없다는 건 아니다. 요즘 동시를 쓰는 시인들이 너무 뛰어난 작품을 많이 내서 거기에 입맛을 들인 내겐, 어쩌면 고리타분한 노인의 잔소리쯤으로 생각되더라는 얘기다. 그래도 이오덕 선생님이 들려주신 시인데 버릴 것이 있겠는가요.^^  

선생님 스스로도 그걸 아셨는지 생전에 이런 말씀을 하셨단다. 2003년에 돌아가신 분의 책을 2009년에 다시 낸 것이니 전에 낸 동시집에 수록된 것을 이 책에서도 머릿말로 삼은 듯하다. 동시를 쓰거나 가르치는 이들은 깊이 음미해 볼 말씀이다.

 
아이들을 위해 썼다는 시가 예쁘장하고 귀여운 것이 되지 못해서 한마디 해야겠습니다. 나는 비단 같은 말로 아이들을 눈가림하여 속이는 것이 싫습니다. 빈 말로 손재주를 부려서 시의 기술을 뽐내는 취미에 젖어 있는 것을 참을 수 없습니다. 동시가 사탕과자나 장난감이 아니고, 또 껍데기만 다듬고 꾸미는 화장술일 수도 없고, 더욱 커다란 감동스런 세계를 창조하는 시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 나로서는 오늘날 이 땅 아이들의 참모습을 정직하고 진실하게 노래하면서 그들의 영혼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감자를 캐면서

검은 흙 속에서
동글동글 예쁜 알들이
튀어나온다. 

야아 ! 소리치는 것은
아버지의 커다란 주먹만 한 것이
나왔을때다  

아무 말없이 그저 고만고만한 것들은
바구니에 들어가 안기고,
새알같은 것,
콩알같은 것들은
버림을 당한다. 

감자를 캐면
자그만 형제들이 애원하는 소리-
제발 우리도 주워 주세요.
데려가 주세요.
하늘과 땅의 은혜로 생겨난 우리,
강아지나 송아지라도 먹여 주면
얼마나 기쁠까요?

굵다란 감자가 굴러 나오면 즐겁다.
버림받을까 봐 웅크리고 있는 
새알만 한 것, 콩알만 한 것들을
주워 담는 것도 기쁘다.  

-----새알만 한 것, 콩알만 한 것들도 주워 담는 마음이 바로 이오덕 선생님의 마음일 것이다. 3부로 나누어진 이 시집은 시인의 마음으로 표현된 이오덕 선생님의 마음을 발견하는 기쁨을 준다. 수록된 시들이 대체로 길어서 부분만 따서 옮겼음를 밝힌다.

산아!
너는 우리 엄마지?
너의 등에 업혀
나는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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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자고 저렇게
키만 컷나?
싱겁다고 하는 것은
바로 너를 두고 하는 말이지 

아니란다. 나는
하늘 위에 살고 싶은 나무
내 키가 크다는 것은
낮은 곳에서 보기 때문이야 

---보통의 어린이, 보통의 독자를 지칭한 '철이이게'에 수록된 시 전문을 보고 싶으면 책을 보세요. 어린이와 자연을 사랑하는 선생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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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09-07-26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많이 보이는 짧은 시들이 아니라 장문(?)의 동시인가봐요?
감자를 캐면서를 보며 웃음이 나와서...^^

순오기 2009-07-27 13:59   좋아요 0 | URL
장문의 시가 대부분이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