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
홍영우 글.그림 / 보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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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조선인 2세인 홍영우씨가 우리 말과 글을 배우고 동포어린이들을 위해 우리 정신이 잘 살아있는 홍길동전을 기획 출판했다고 한다. 이 책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는 세로 쓰기와 수묵화와 채색화의 우리 그림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는데, 서정오선생님이 글을 다듬었다고 한다. 



천한 종을 어머니로 태어났기 때문에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이조판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했던 서자의 한으로 주먹을 부르쥐고 길동이는 다짐한다.
"두고 봐라. 내 힘으로 꼭 이 잘못된 세상을 바로잡고야 말겠다" 



사나이가 뜻을 세웠으면 이루기 위해 노력을 해야지, 길동이는 날마다 산에 올라 재주를 갈고 닦았다. 칼쓰기와 활쏘기, 둔갑술과 분실술도 길렀다. 몇 해가 지나가 길동이의 재주는 당해 낼 이가 없었다. 이제 세상을 바로잡으려 길을 떠난 길동, 눈에 보이는 건 사치하고 으스대는 양반과 벼슬아치들이고 백성들은 그날 먹을 것도 없이 고달프게 살아가고 있었다. 이 불쌍한 백성들을 위해 하루 빨리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배고프고 지친 길동은 동굴에서 깜박 잠이 들었다가 세상을 등지고 사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힘이 제일 센 사람을 두목으로 세우는 내기를 하게 됐다. 꿈쩍도 않던 바위를 두 손으로 들어올린 길동이는 그들의 두목이 되었다. 



두목이 된 길동은 나쁜짓하는 벼슬아치를 혼내주고 불쌍한 백성을 위해 싸우기로 했다. 볏짚으로 허수아비 일곱 개를 만들어 주문을 외우자 길동이로 변신했다. 진짜 길동이까지 여덟 명의 길동이가 조선 팔도로 흩어져 활동을 시작했다. 해인사에선 양반과 짜고 나쁜짓을 일삼는 중들을 혼내주고, 가장 썩어빠졌다는 함경도 감영에 쳐들어가 불을 지르고 곡식을 내어 백성에게 골고루 나눠줬다.  



'가난한 백성들을 살리는 무리'라는 뜻으로 '활빈당'이라 이름 지은 길동을 양반과 벼슬아치들은 무서워 벌벌 떨었고, 가난한 백성들을 하늘이 보내 준 영웅이라 떠받들었다. 시끌벅적 야단법석 온 나라가 떠들썩해지자 조정의 신하들은 홍길동을 귀신이라 생각했고, 임금님은 어떻게 하면 홍길동을 잡을까 의논을 했다. 길동을 잡아오면 큰 상을 내린다고 방을 붙였지만 어림도 없었다. 마침내 임금님은 길동의 아버지에게 길동을 잡아 들이라고 명을 내렸다. 



순순히 아버지에게 나타나 자신을 붙잡아 임금님께 끌고 가라 했으나, 임금님 앞에 나타난 여덟 명의 길동이를 보자 혼비백산했다. 화가 난 임금님이 모두 목을 베라 했더니 허수아비들은 풀썩 쓰러져 버렸다. 공중에 떠오른 진짜 길동은 백성을 괴롭힌 나쁜 벼슬아치를 벌주고 다시는 나쁜 짓을 하지 못하게 한다면 나타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임금님의 약속을 받은 길동은 그 뒤로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은 배에 싣고 조선 땅을 떠나 새로운 나라를 세웠다고 한다. 그 나라에선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이 하나도 없이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하지만, 그 새로운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허균이 쓴 홍길동전을 저학년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그려냈다. 어린이에게 '호형호제' 하지 못했던 당시의 신분제도를 보충설명해주니 '말도 안돼요!'라면서 홍길동의 울분을 같이 느끼는 아이들이 많았다. 지금도 불합리한 제도와 썩을대로 썩은 정치인과 지도자들이 많은 우리의 현실이 안타까워, 현대판 홍길동이 나타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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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09-07-15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새로~~~ 나는 이 나이에도 새로로 된 책을 보면 줄이 헷갈린다... @.@~~

순오기 2009-07-15 18:40   좋아요 0 | URL
'새로'가 아니고 '세로'줄로 된 책은 달랑 두 권 읽었어요.
바로 요 책과 '도깨비와 범벅장수'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