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와 열쇠공 - 올해의 동화 1 미래의 고전 6
푸른아동문학회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푸른아동문학회원들의 1년 결산 작품집으로 '올해의 동화'라는 부제에 은근히 기대했는데, 솔직히 10편의 동화 중 절반까지는 좀 실망스러웠다. 게다가 이금이 작가의 작품 '알 수 없는 일'은 '첫사랑'의 상황과 비슷한 설정이라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강했다. 내가 이금이 작가의 작품을 너무 많이 읽은 때문일지도... '혼자일때만 들리는 소리'도 식판이 말을 한다는 설정에 이런 환타지가 현실에서 가당키나 하냐고? 작가가 곁에 있다면 따지고 싶은 심정이었고, 구전되는 옛날이야기를 살짝 비틀어버린 '공주와 열쇠공, 두꺼비의 사랑, 피리부는 소년'은, 진주를 발견하지 못한 아둔한 독자인지 몰라도 순수하게 창작이라고 우기기엔 무리가 있었다.  

이런 생각으로 상당히 비판적인 독서를 하다가, 최금진(2007년 푸른문학상, 지구를 떠나며)의 '토끼에게'에서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오호~ 동화를 이런 소재와 기법으로도 쓸 수 있구나, 번쩍 정신이 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올무를 의인화하여 어쩔 수없이 자기의 뜻과는 다르게 주어진 임무에 충실해야 하는 올무의 안타까운 고백에 공감이 갔다. 그 다음 이야기 최은영의 '바느질하는 아이'에선 찔끔 눈물 한방울 떨구며 좋은 동화집이구나,로 생각이 바뀌었다. 2006년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받았던 최은영의 '할아버지의 수세미밭'을 읽으며 많이 부족한 것 같아서 결국 문학상도 자기 식구 챙기기구나 생각했는데 그런 맹랑한 생각을 뒤엎어 준 작품이다.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할머니의 죽음이 자기 때문이라는 아이의 죄의식에 공감하며 마음이 아팠다. 우린 항상 있을 때 소중함을 모르다가 잃은 후에 그 소중함을 알게 되는 안타까움과, 아이의 충격을 알고 직장까지 쉬면서 곁에 있어 주는 아빠의 사랑에 감동했다. 

박산향('가면놀이'로 2006년 푸른문학상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의 '돌덩이'는 가장 현실감있게 다가온 작품이다. 부모의 이혼으로 소위 '결손가정 아이는 문제아'로 인식되는 창기의 이유없는 폭력은, 이혼가정의 친구를 무조건 백안시 한 민수의 언어폭력에 대한 응징이었으므로 이유있는 폭력이 된 것이다. 내면의 상처를 누군가 후벼팔 때 순간적 감정의 폭발을 이해할 수 있다. 언어폭력이 힘의 폭력보다 결코 가볍지 않음을 인식해야 한다. 10대들의 이유없는 반항이나 폭력도 알고 보면 이유가 있다는 걸 항변해주는 작품이었다. 

마지막 작품 '두 권의 일기장'은 오미경 작가의 작품으로 '교환일기'로 이미 인정받은 작가인데, 일기장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듯.^^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른 시선으로 쓴 준호와 웅현이의 일기를 교차시키며 자연스레 진실을 밝혀가는 구성이 돋보였다. 결국 열 편의 중.단편을 다 읽고는 뿌듯한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장편을 읽기에 버거운 어린이를 위한 작가들의 중.단편 활동에 응원하는 마음과 더불어 작가의 등용문이 되는 푸른문학상과 푸른아동문학회원들에게 고마운 마음도 살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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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6-18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등용문이 많이 있어야겠죠.
'교환일기'가 끌리네요.

순오기 2009-06-18 19:54   좋아요 0 | URL
이 책 마지막에 수록된 '두 권의 일기장'이 교환일기를 쓴 오미경 작가의 작품이라는 건데 좀 헷갈리나요? 좀 수정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