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리뷰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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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아의 여름 ㅣ 창비청소년문학 11
요제프 홀루프 지음, 류소연 옮김 / 창비 / 2008년 8월
절판
장미의 계절 5월이다. 어제는 스승의 날이라고 단축수업에 급식도 없어서 방과후학교는 거의 휴강수준이었다. 이런 날은 분위기상 아이들도 공부할 맛이 안 난다. 의기투합된 우리는 교실에서 논술수업을 땡땡이치고 지역도서관으로 날랐다. 간혹 놀토에는 도서관에 데려갔더니 녀석들이 재미를 붙였는지 툭하면 도서관에 가잔다.^^
'염불보다 잿밥'이라고 녀석들은 독서보다 도서관 놀이터에서 노는 걸 더 좋아한다. 의무독서 한 시간 마치고 밖에 나와 날이 저물도록 놀았고, 나는 녀석들을 지켜보며 벤치에서 책을 읽었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놀다가 나무 사이로 릴레이 달리기도 하면서 기온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땀이 나도록 놀았다. 지치지도 않고 잘 노는 아이들, 바로 '보헤미아의 여름' 요제프와 이르시가 놀던 것처럼...
창비청소년문학 11번 '보헤미아의 여름'을 책장에 꽂아만 두고 있었는데 어제 도서관에서 읽었다. 2차대전의 전운이 감도는 독일과 체코의 접경 보헤미아에 사는 열두 살 독일소년 요제프와 체코소년 이르시의 아름다운 우정을 담아낸 책이다. 처음엔 몰입이 안되어 좀 지루한 감이 있었지만 새로운 사건의 연속으로 좌르르 읽었다.
그들의 만남은 짓궃은 장난으로 체코소년의 생명을 위태롭게 했던 얼음태우기로 시작됐다. 요제프는 미안함과 죄의식이 있었기에 그의 복수전을 받아들여 한바탕 치고받고 싸운 뒤 진정한 친구가 된다. 집시의 숲은 그들만의 '천국'이 되었고 자연과 더불어 건강하게 자란다. 암울한 전쟁분위기에 어른들은 패가 갈리고 서로 적대적인 독일과 체코지만 순수한 어린이 세계를 갈라놓진 못했다. 사라진 기관총과 어른들의 음모를 눈치채고 자기들의 천국을 지키기 위한 두 녀석의 모험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더불어 그려지는 자연의 풍광도 유년기의 내 고향처럼 정답고 아련하다.
'하일 히틀러'로 새겨진 독일의 침공으로 소년들의 천국도 사라지고 만남도 끝이 난다. 역사의 한 단면을 그렸지만 개인의 체험을 통해 역사의 흐름을 조명하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다리를 지키는 보헤미아의 수호성인 '네포무크'는 소년들의 추억과 우정의 상징이지만 원제목인 '붉은 네포무크'보다 작품의 분위기를 고려해 '보헤미아의 여름'이라고 붙였단다. 멋진 제목이다~ 보헤미아의 여름을 같이 겪은 느낌이다.
오후 3시에 민지 엄마가 싸서 보낸 4단 도시락으로 아이들은 간식을 먹고, 다섯 시가 넘도록 야외놀이를 즐겼다. 페피체크(이르시가 지어준 요제프의 별명)와 이르시가 보헤미아의 숲과 강에서 날마다 놀았던 것처럼 아이들은 자연과 더불어 자라야 한다. 요즘은 어린 아이들부터 공부하라고 들볶아 대니 정작 소중한 그 무엇인가를 경험하거나 누리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요제프와 이르시처럼 숲이나 강에서 벌거벗고 놀아 보지 못한 청소년들에겐 이 책이 공감하기 어려운 먼 나라 이야기로 치부될까봐 살짝 염려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