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이혼으로 받은 자녀의 상처를 치유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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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고 싶지 않아! ㅣ 그림책 보물창고 47
지니 프란츠 랜섬 글, 캐서린 쿤츠 피니 그림, 이순미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5월

표지의 포효하는 사자가 바로 부모의 이혼에 분노하는 아이 마음이라 생각되었다. 자녀가 부모의 이혼을 받아 들이거나 그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부모가 헤어지지만 변함없이 너를 사랑한다는 믿음을 주어 그 상처를 치유하는 책이다.
글밥이 제법 많아서 저학년에게 좋을 책이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기 전에 어떤 때 말하고 싶지 않은지 물어봤더니
"귀찮아서, 부끄러워서, 슬퍼서, 잠이 와서, 화가 나서, 심심해서, 외로워서, 배고파서, 괴로워서, 짜증나서, 무서워서, 섭섭해서, 미워서, 혼나서, 불쌍해서, 가족이 없어서, 친구가 없어서" 이런 답이 나왔다. 이 책 속에는 아이들이 말한 감정들도 들어 있다.

그것-부모의 이혼이 두려웠고 믿고 싶지 않은 아이 마음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아이가 받을 상처를 생각한다면 부모가 참고 살아야 되는 거 아닐까? 나도 이혼하려고 서류까지 준비했던 사람으로서 마음이 편치 않은 책읽기였다. 우리 아이들도 이혼하려는 상황과 엄마 아빠를 이해는 했지만, 상처를 갖고 있어 미안하고 죄인된 심정으로 한동안 힘들었다. 지금은 오히려 이혼하지 않은 걸 감사하라고 뻔뻔하게 큰소리 치는 입장이지만...^^

부모의 이혼을 납득시키려 할 때, 아이는 '말하고 싶지 않아!'라는 말만 할 뿐이다. 그리곤 거북이나 코끼리, 야생마, 고슴도치, 악어로 변신하여 자신의 감정을 폭발시키고 싶어한다. 물고기가 되면 얼마나 울었는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거란 생각에 나도 울컥했다. 부모의 이혼은 아이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구나 싶어 마음이 짠했다.

아이의 두려움이나 복잡한 감정을 이해하는 엄마 아빠는, 네 잘못은 하나도 없으며 너를 사랑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는 결국 큰소리를 치고 만다.
"싫어요! 말하고 싶지 않다고요!"
포효하는 사자 그림과 더불어 붉은 색으로 크게 써 놓았다.

아이는 말로 설득하려는 부모에게 아기 캥거루가 되어 엄마 아빠 주머니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한다. 엄마 아빠가 자기 곁을 떠나지 않게...울새가 되어 엄마 아빠에게서 멀리 날아가고 싶다고도 한다. 복잡하고 불안한 아이의 감정을 받아 주고 변함없는 사랑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 우선이다. 엄마 아빠랑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는 행복을 아이도 꿈꾸고 있을 테니까.

얼마동안은 엄마랑 또 얼마동안은 아빠랑 지낼 수 있으며 자주 만나고 원하면 언제든 전화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아이는 엄마 아빠랑 함께 살았을 때처럼 변함없는 생활을 원한다. 요리나 체커를 하고 영화도 같이 보던 아빠, 화초를 가꾸고 책을 읽으며 산책하던 엄마를 잃고 싶지 않은 것이다.

아이는 살 집이 두 군데가 되는 것이고, 어디에 있든지 사랑받을 거란 믿음으로 엄마 아빠를 꼭 끌어안으며 마무리 된다. 부모 이혼의 충격을 충분한 대화로서 풀어주고, 앞으로 닥칠 변화에 긍정적으로 적응하도록 이끌어 준다. 책 말미에 '이혼한 부모를 위한 지침서'를 붙여 현실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게 조언한다. 아이가 갖게 될 죄책감이나 슬픔과 분노, 혼동과 공포심을 이해하고 충분한 대화를 하거나 감정을 표현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역시 가장 좋은 방법은 이혼하지 않고 변함없이 사랑하는 것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지만... 이혼을 생각하는 부모라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다. 어쩔 수없이 이혼이 늘어가는 현실이니 사후약방문 같지만 이런 처방과 조언이 필요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