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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요, 달님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44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외 지음, 이연선 옮김 / 시공주니어 / 199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아이를 키울 땐 이 책을 알지 못했다. 막내를 95년에 낳았으니, 이 책이 나오기 전이었다. 그래도 삼남매 육아에 전념한 세월이 10년이니 들었을 법한데, 그땐 사실 책 하나 들여다 볼 여유도 없이 살았다. 막내가 두 돌이 되어 기저귀를 떼고, 큰딸이 초등 2학년이던 97년 내 공부를 시작해서 또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아이들이 엄마를 공부하는 사람으로 인정했고, 엄마가 책을 보고 있으면 저희들도 자연스레 책을 읽었다. 큰딸이 동생들에게 읽어주기도 했고, 아빠가 읽어주거나 식탁에 올려 둔 카세트가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때의 소홀함과 미안함을 대신하듯, 이제는 다 커서 중.고.대딩이 된 아이들에게 그림책도 읽어주고 가끔은 동시도 읽어준다.ㅋㅋㅋ
커다란 초록 방 안에 빨간 풍선과 스탠드, 무언가 먹다가 둔 그릇이 있고, 침대 위엔 토끼가 누워 있다. 잠옷 차림인 걸로 봐서 잠자리에 든 모양이다. 이 책은 방 안에 있는 것들이 차례로 눈길을
받을 수 있도록 이야기를 끌어 간다. 컬러와 흑백 그림을 한 장씩 교차시키는 방식에서도, 역시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책의 특징을 알아챌 수 있다.
달을 뛰어 넘는 암소와 의자에 앉아 있는 곰 세마리 액자가 벽에 걸려있다. 아기 고양이 두 마리와 벙어리 장갑 두 짝, 조그만 장난감 집과 생쥐 한 마리...빗 하나 솔 하나, 옥수수죽 그릇 하나,
"쉿" 나지막이 속삭이는 할머니.
하나씩 불러가며 인사를 건넨다. 아기 토끼는 잠들기 전, 하나 하나 잘자라고 인사한다.
"잘 자요, 달님.
잘 자요, 달을 뛰어넘는 암소...
잘 자요, 아기고양이들,
잘 자요, 벙어리 장갑......"
아기토끼가 잠들기 전 치루는 장엄한 의식인가 보다. 내일 아침 다시 만나기 위해선 모두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코코, 콜콜, 새근새근~ 저마다의 숨소리로 편안히 잠들기 위해 하나씩 안녕을 한다.
드디어 '쉿' 하던 할머니와 창밖의 별님까지 잠자리 인사를 나누자 아기토끼도 잠이 들었다. 잠자기 전에 읽어주는 동화로 단순하게 반복되는 인사 나누기는 유아들에게 좋을 듯하다. 책에 나오는 것들과 다 인사를 나누고도 잠이 안 들었다면 자기 방안에 있는 것들과 하나씩 인사를 나눠도 좋을 듯하다. 그러다 보면 종일 피곤했을 아가는 하품을 하다가... 어느새 스스르 잠이 들 것이다.^^ 부모가 읽어주는 잠자리 동화로 유아들에게 최고의 책일 듯하다. 꿈자리 뒤숭숭할 무서운 것도 안 나오는 이 책을 읽어준다면, 충분히 편안하고 사랑받는 느낌으로 잠이 들어 꿈 속까지 행복할 것 같다. 외국 그림책이지만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방안 풍경은 친숙하게 다가와 더욱 호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