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철들었어요 시읽는 가족 8
김용삼 지음, 안예리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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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동시집 ’아빠가 철들었어요’는 제목과 더불어 표지의 노란색이 눈에 확 들어온다. 김용삼 시인은 현재 군산에서 목회를 하고 있으며, 2005년 제3회 푸른문학상을 수상한 후 3년간 쓴 동시를 모아낸 작품집이다.  4부로 구성되어 아이가 바라본 어른들 세계와 학교생활, 살아가는 소소한 일상과 자연 풍경을 그려내었다. 

아빠랑 말다툼을 한 엄마가 세탁기를 돌렸는데, 아빠 옷과 엄마 옷이 돌돌 껴안은 채 나왔단다. 싸우기도 하고 토라지기도 하지만 가족은 그렇게 돌돌 말려서 껴안고 보듬으며 살아가는 것이리라. 서점에 가는 길, 만두가 먹고 싶은 아들의 마음을 모른 척 책만 사던 아빠가, 어느 날 만두가게에 데려갔으니 아빠가 철들었다고 생각하는 아들의 독백에 깔깔 유쾌하게 웃었다.  너무 재미난 시들이 많아서 중고딩 우리 아이들에게 몇 편 골라서 읽어주었다.

작은 북 

내가 말썽을
피우는 날엔 

나는 우리 집의
작은 북이 된다  

아빠를 닮았다고
엄마가 동동 

엄마를 닮았다고
아빠가 둥둥 

나는 우리 집의
작은 북이 된다
  

맨처음 나오는 세탁기와 작은 북을 읽어주고,
"얘들아 공감하니?"
"아니."
하하하~ 우리집 녀석들은 엄마 닮았다, 아빠 닮았다 지청구를 먹지는 않았나 보다.^^ 

성적표 받는 날 

성적표 받는 날이면
엄마에게 꼭 하고 싶은 말 있지. 

솔직히 말해 봐요
나만큼 엄마도 공부를 못했죠? 

성적표 받는 날이면 
엄마에게 꼭 듣고 싶은 말 있지. 

그래 꼭
너만큼 엄마도 공부를 못했지! 
 

계속 줄줄이 읽어줬더니 컴퓨터에 매달린 녀석들, 엄마 맘 알았으니 이젠 그만 읽어도 된단다.
"엄마는 이 동시집 읽으니까 엄마도 막 동시를 쓸 것 같다."
"그래, 엄마 동시 써 봐, 아니 동화도 쓴다고 했잖아!"  
흐흐흐~ 쓰고 싶은 맘이야 굴뚝같지만 끼적거리지 않으니 언제나 머릿 속에서만 맴돌다, 이렇게 쉽고 재미난 동시집을 읽으면 나도 뚝딱 시 한 편을 써낼거 같은 기분이 든단 말이다.^^ 

동시를 읽는 재미는 이렇게 쓱쓱 시 한 편 써낼 거 같은 기분으로 두둥실 마음은 시인이 된다. 그래 나도 한번 써보자 연필을 잡을라치면, 내내 머릿 속에서 맴돌던 시들은 어디로 다 도망쳤는지 찾을 길 없고 잡히지도 않는다. 그래서 시인은 아무나 되는게 아니구나, 털석 주저앉는다.^^ 

김용삼 시인은 철든 어른으로 살려 할 때면, 철없는 아이로 사는 것도 참 멋진 일이라고 속삭여준 동시가 고맙단다. 정말이지 아이의 순수함을 간직하려면 철들지 않아야 될 것 같다. 해질무렵 '용사마! 용사마!'부르던 어머니의 목소리를 기억하는 한, 이분은 타고난 시인일 수밖에 없단 생각이 든다. 동시를 쓰는 일은 아이의 마음을 간직하는 일이고, 아이의 세계를 잃지 않는 일이다. 이 시집은 쉽고 편하게 읽히지만 독자에게 주는 메세지가 밝고 긍정적이다. 짜증내거나 화내는 일 없이 모든 걸 좋게 받아들이는 마음이 읽혀진다. 목회를 한다는 시인의 정신세계가 긍정적이라 그렇겠거니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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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3-22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아이들 동시는 아이들 마음을 참 기발하게 잘 잡아낸게 많은 것 같아요.

순오기 2009-03-23 23:30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정말 아이 마음을 어른이 헤아리는 것, 쉬운 일이 아닐 듯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