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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멈출 때 ㅣ 풀빛 그림 아이 32
샬롯 졸로토 지음, 스테파노 비탈레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샬로토 졸로토, 그 명성이 자자한 그림책 작가다. 그는 칼데곳 상을 수상한 작가로 1998년에는 어린이책 분야에서 이룩한 그의 업적을 기려 '샬로토 졸로토 상'이 제정되었다고 한다. 특히 이 책은 1962년에 출간된 이후 세번째 다른 그림으로 그려졌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 그림이 참 아름답다. 잔잔한 파스텔톤이지만 사진 찍듯 인상적으로 기억되는 그림이다.
이 책은 그림도 아름답고 내용도 참 철학적이다. 한창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이 끊임없이 질문해댈 때, 부모가 성실하게 답변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부모가 얼마나 성실하고 진지하게 답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무궁무진 달라진다. 이 책은 어른들에겐 아이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성실한 부모의 태도를 배울 수 있고, 아이들이라면 너무나 궁금했던 자연현상에 대해 답을 얻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도 이 책은 부모나 아이에게 소중하고, 권장할 만한 책이다.

잔잔하지만 강한 인상을 주는 그림이 참 아름답다. 하루 종일 즐겁게 논 아이는 잠자리 들기 전에 질문을 한다.
"왜 낮이 끝나야 하나요?"
"그래야 밤이 올 수 있으니까, 밤은 달과 별, 어둠과 함께 너를 위해 꿈을 준비하고 있단다."
"낮이 끝나면 해는 어디로 가나요?"
"낮은 끝나지 않아, 어딘가 다른 것에서 시작하지. 이곳에서 밤이 시작되면, 다른 곳에선 해가 빛나기 시작한단다. 이 세상에 완전히 끝나는 건 없단다."
"바람이 그치면 바람은 어디로 가나요?"
"어딘가 다른 곳으로 불어가, 나무들을 춤추게 하지."
"민들레 꽃씨가 바람에 날리면 어디로 가나요?"
"어느 집 잔디밭으로 날아가 새로운 민들레를 피우지."
"산은 봉우리를 넘으면 무엇이 되나요?"
"밑으로 내려가 골짜기가 되지."
"파도는 모래에 부서지면 어떻게 되나요?"
"바다에 스며들어 새로운 파도를 만들러 가지."
끝없이 이어지는 아이의 질문에 엄마는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철학을 담아 답변한다. 아이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뿐 아니라, 자연 현상에 긍정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지혜로운 답을 한다. 이런 부모의 자질을 갖춰야 되는데~ 반성과 더불어 한 수 배우게 하는 좋은 책이다.^^
"정말 이 세상에 끝나는 건 없네요."
"네가 내일 아침에 눈을 뜨면, 달은 밤을 시작하러 멀리 떠나고, 해는 새로운 낮을 시작하러 이곳으로 찾아올 거야."

잔잔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그림들과 더불어 들려주는 엄마와 아이의 대화는,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거나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작은 희망의 속삭임으로 들린다. 끝나는 건 없단다. 이생이 고단해서 살 희망을 잃은 이들에게 불끈 힘을 넣어 준다면 좋겠다. 아이들은 자연현상을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사유가 담긴 책을 보면, 생각이 한 뼘은 자라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