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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나무 ㅣ 국민서관 그림동화 35
패트리샤 폴라코 글 그림, 서남희 옮김 / 국민서관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패트리샤 폴라코의 책이지만 번역자가 책 속 인물들의 이름을 우리식으로 바꾸었다. 알라딘 책소개에 역자의 글이 있는데, 원서의 이름을 요렇게 바꿨단다.
책읽기를 싫어하는 초롱이 <= 메리 엘렌, 복조리 아줌마 <= 고브락아줌마, 샛별이 <= 베이비 실베스터, 천둥소리아저씨 <= 아이너 툰더볼드, 멋진수염 씨 <= 올라브 룬드하이겐, 연두 양, 완두 양 <= 페트라, 도르마, 금반짝 양 <=유콘 버르다 핏치워스, 산노래군 <= 페듀시어리 롱드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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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나무>를 번역하면서, 아이들이 읽기에 어떤 말이 더 알맞을까 찾아내려고 몇 번이나 소리 내어 읽어보았습니다. 원문의 고유명사를 그대로 한글로 표기하면 혀끝에서 자꾸 걸려서 이름을 바꾸었지요. 초롱이는 초롱초롱한 모습으로 책을 읽는 마지막 장의 그림을 보고 지었고 (정말 눈이 초롱거리지 않나요?), 금반짝양은 버르다 핏치워스가 유콘지방으로 탐험갔다 온 것을 생각하고 지었습니다. 유콘 지방은 골드러시로 유명한 곳입니다. 또 양치기소년, 하니까 요들송이 생각나서 산노래군으로 지었고요. 어떤 경우는 그림에서 보이는 외모로 짓기도 했고, 어떤 경우는 원이름의 발음에서 끌어내기도 했습니다. 제 나름대로 아이들이 소리 내어 읽기 쉽도록 애썼으니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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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야 어쨋든 개인적으로 원작의 이름을 바꾸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세계가 하나인 지구촌에서 원작의 주인공 이름으로 통하는 공감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건, 일종의 횡포라고 생각한다. 생김새나 문화가 다른 외국인 주인공을 이름만 바꾼다고 한국인이 되는 건 아니다. 어차피 정서가 다른 외국의 작품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과정으로 독서가 필요한 것인데~ 쩝, 여러모로 아쉬운 번역이다. 개정판을 낸다면 본래의 이름을 찾아주면 좋겠다. 패트리샤 폴라코의 책을 한두 권 본 게 아닌데, 유독 국민서관에서 나온 꿀벌나무만 이름을 바꿔서 이해도 용서도 하기 싫단 말이다. 부득이 어린 독자들을 위해 바꿨다니까, 책 어딘가에 원작의 이름을 안내하는 정도의 친절은 당연히 베풀었어야 한다. (아~ 리뷰 쓰다 보니까 열받네~ 버럭버럭!)
초롱이보다 메리 엘렌으로 불려야 좋았을 주인공은 책읽기가 싫어 할아버지를 꼬드겨 밖으로 나간다. 할아버지의 심오한 뜻을 알지 못한 초롱이는 꿀벌나무를 찾으러 가자는 말에 신났다. 할아버지는 텃밭에 나가 꿀을 모으는 꿀벌 몇 마리를 유리병에 담았다. 그리곤 뚜껑을 열어서 벌 한마리를 놓아주고 날아가는 대로 따라서 달렸다. 이웃들은 무슨 일인지 궁금해 하나 둘씩 동참해 꿀벌을 따라가는 행렬은 자꾸만 불어났다. 아~~ 이런 광경은 정말 구경하기 어려운 서커스 같다.^^
벌을 놓치지 않고 따르던 행렬은 드디어 꿀벌나무에 다다른다. 연기를 피워 벌들을 내쫒고 꿀을 따오는 그들을 보며, 나는 '꿀을 훔쳐가는 도둑이야!' 소리치고 싶었다. 조금만 가져오지, 동네가 잔치할 정도로 몽땅 가져오는 건 너무해! ㅠㅜ
이 책은 매력은 마지막에 있다. 할아버지는 잔치하는 사람들 틈에서 빠져나와 초롱이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와 말씀하신다. "맛을 보렴. 책 속에도 바로 그렇게 달콤한 게 있단다. 모험, 지식, 지혜...... 하지만 그건 저절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야. 네가 직접 찾아야 한단다. 우리가 꿀벌 나무를 찾기 위해서 벌을 뒤쫒아 가듯, 너는 책장을 넘기면서 그것들을 찾아가야 하는 거란다!"
할아버지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옛날 옛날 할아버지 때부터 전해온 유대인의 교육이 전수되는 광경은 뭉클한 감동을 불러온다. 그래, 이렇게 멋진 교육을 위해 꿀을 훔쳐왔으니 그만 용서해 드리자. 슬그머니 마음이 풀어지며 미소가 떠오른다. 그 후 초롱이는 아니 메리 엘렌은 어떻게 했을까? ^^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이 '고맙습니다, 선생님'에선 첫 장면에 나온다. 마치 연작처럼 읽히는 패트리샤 폴라코의 자전적 이야기다. 패트리샤 폴라코는 멋진 할아버지 덕분에 독서의 맛은 꿀맛 같다는 걸 깨달았으니 훗날 작가가 되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