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뽀끄땡스 문지아이들 93
오채 지음, 오승민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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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남매가 졸업한 초등학교 도서실에 한달에 두어번은 책을 빌리러 가지요. 교육청에서 지원받은 사천만원으로 멋지게 리모델링도 해서 더 신이 나지요. 오늘은 신간코너에 새책이 많이 들어와 더 반가웠어요. 창비어린이가 선정한 2008 올해의 책, 어린이문학 순위에 올랐던 제목이라 얼른 '날마다 뽀끄땡스'를 빌려왔어요. 잘 몰랐는데 제4회 마해송 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네요.

작가(오채)는 바닷가에서 자랐는데, '도서 벽지 아이들에게 책 보내기 운동'으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보내준 책을 읽으며 가슴이 뛰었다고 하네요. 제가 20년 전 '도서 벽지에 책 보내기' 운동하는 교회도서관에서 일했는데, 그런 일이 밀알이 되어 작가를 배출한 것 같아 공연히 으쓱해졌어요. 작가가 스물아홉이라니 그땐 아홉살이었겠죠. 물론 저희가 보냈던 책이 이 학교로 갔던 건 아닐지라도요.^^

섬에 사는 열두살 소녀 민들레와 진수, 섬에 복무하는 해군장교 아버지를 따라 온 보라, 세 아이가 엮어내는 성장동화로 초등고학년이 읽으면 좋을 책이네요. 순우리말이 많이 나오는데 *표의 뜻풀이를 보며 예쁜 우리말에 감동했어요. 우리말을 잘 보존하고 살려낸 작가와 작품에 별을 듬뿍 주고 싶어요. 여기 나온 순우리말은 '물마루, 서울까투리,끌밋한, 샘바리, 내풀로, 바람만바람만, 꽃잠, 갈맷빛, 나들잇벌, 깜참하게' 이런 말이 나오는데 혹시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아버지는 바다에서 돌아가시고 돈벌러 뭍으로 나간 엄마는 식당주인과 재혼했다는 걸 알게 된 민들레의 아픔과 갈등이 잔잔하게 펼쳐지네요. 엄마가 보내준 오카(거위) 리나(새끼)를 불며 좋아했는데, 엄마에 대한 배신감에 집어 던져 깨버렸어요. 뭍으로 엄마를 찾아가 마음과는 다르게 가슴에 못을 박은 들레의 심정도 섬세하게 보여주네요. 그래도 다행인 건, 머리끄댕이를 당기며 싸웠던 서울까투리 보라와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도 무리없고, 진수의 역할도 순박한 섬소년답게 잘 그려졌어요. 할머니와 들레가 주고받는 사투리도 정감있고 억지로 꾸미지 않은 그네들의 삶을 잘 보여주네요.

네가 더 자라면 엄마를 이해할 거라며, 손녀의 마음을 다독이는 할머니는 힘든 농사일을 하지만, 내풀로 다니는 들레는 할머니를 돕는 일에는 별로 마음을 쓰지 않아요. 농사 일에 힘든 할머니는 일년에 한번 열리는 운동회에서 배운 뽀끄땡스(포크댄스)를 추면 절로 힘이 난대요. 그래서 날마다 손녀와 뽀끄땡스를 추면서 살면 좋겠다고요. 할머니가 입원한 병상을 지키던 엄마를 거부하지만, 보라의 말처럼 마음 가는 대로 엄마를 덥석 안고 모녀가 통곡하며 마음을 여는 장면에선 살짝 눈물이 났어요. 할머니 때문에도 눈시울이 젖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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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8-12-09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궁금해요

순오기 2008-12-09 08:38   좋아요 0 | URL
흐흐~ 기회되면 보시와요.^^

마노아 2008-12-09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잔잔하니 파고드는 책이에요. 전 윤영수 작가의 착한 사람 문성현을 읽으면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순 우리말에 감탄했어요. 그 뜻이 너무 낯설어서 또 깜딱 놀랐구요. 이 책도 너무 좋아보여요!

순오기 2008-12-09 09:45   좋아요 0 | URL
착한 사람 문성현이라~ 기억해 둬야겠어요.^^
순우리말 너무 예쁜게 많은데 우리가 또 그쪽으론 너무 몰라서 부끄러워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