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 천재 클레멘타인 동화 보물창고 24
사라 페니패커 글, 말라 프레이지 그림,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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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이 좋아할 '몰입'과 '천재'란 낱말을 달고 온 책이 있으니 바로 <몰입 천재 클레멘타인>이다.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채 고기잡이 아버지와 철모르는 딸 있다. 내사랑아 내사랑아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늙은애비 혼자 두고 영영 어디 갔느냐' 애절하게 부르던 노래, 클레멘타인이 떠올랐지만 이건 완전히 다른 얘기다. 물구나무 선 표지 그림만 봐도 말괄량이 삐삐나, 최고의 이야기꾼 구니 버드와 친구하면 딱 어울릴 아이다.

2007 보스턴 글로브 혼북 상을 받았고, 뉴욕 공공도서관이 뽑은 ‘올해의 최우수도서’ 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보스턴 글로브 혼북 상은 1967년 제정되어 ‘뉴베리 상’, ‘칼데콧 상’과 더불어 미국 3대 아동문학상으로 상당한 권위를 가진 상이다. 따끈따끈한 신간으로 '제4회 알라딘 리뷰대회 대상도서'로도 선정됐다.



속지와 차례에 있는 삽화만 봐도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하는 아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클레멘타인 말에 의하면 '가만히 있는 것에 알레르기가 있단다' 교장선생님 앞에서 당당히 말하는 걸 봐선 절대 주눅들거나 기죽을 아이가 아니다. 클레멘타인은 솔직하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착한 어린이표'가 아니라서 어린 독자들이 좋아할 것 같다. 좌충우돌 천방지축 유쾌 발랄한 클레멘타인의 일상을 들여다 보는 재미도 좋다. 3학년 클레멘타인은 누구보다 집중을 잘 하는 아이다. 다만 선생님께 집중하는 게 아니라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더 집중한다는 게 문제지만.^^ 글쓰기보다는 그리기를 좋아하고, 흥미로운 것들을 찾아내는 데 남다른 재주를 가진 아이다.

사건의 발단이 된 마거릿의 머리도, 접착제가 묻은 머리를 잘라내고 당황한 친구를 도와준 것 뿐이다. 민들레 홀씨처럼 변한 마거릿의 머리에 '불타는 저녁놀' 마카펜으로 빨간 머리를 만들어 주었고, 마거릿과 같아지기 위해 자기 머리도 자르고 초록색을 칠한 클레멘타인은 의리도 있다. 보통의 부모 입장에선 자기 아이가 클레멘타인 같다면 심히 고민되지 않을까?^^ 선생님들도 반에 이런 아이가 있다면 수업도 방해되고 여간 신경 쓰일 것 같은데, 클레멘타인 선생님도 어쩔 수 없었는지 문제가 생기면 교장실로 보낸다.

아무도 집중하지 않을 때 진짜로 집중하는 건 클레멘타인 뿐이다. 몰입의 천재 클레멘타인을 알아주지 않아도 엄마 아빠는 인정해 준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일일이 캐묻지 않고 클레멘타인은 도와주려 했을 거라고 믿는다. 어른들이 결과만 놓고 클레멘타인을 문제아로 생각할 때, 부모님은 클레멘타인이 어떤 마음으로 했을지 생각해 본다. 이런 부모를 만났다는 건 행운이다. 나를 비롯한 보통의 교사나 부모들은 결과만 놓고 평가하기에 어린이 입장에선 억울한 일이 한두 번은 아닐 것이다.

클레멘타인은 밝고 긍정적인 아이다. 누가 뭐라 해도 '그래요, 좋아요' 바로 인정하는 장점이 있다. 또한 자기 변명을 늘어놓지 않는다. 클레멘타인의 머리 속에선 굉장한 아이디어들이 뿅뿅 떠오르기 때문에 잽싸게 낚아 채야 한다. 이런 아이디어는 무언가에 집중하기 때문에 얻을 수 있다. 주변 일에 몰입하면서 문제도 해결한다. 아파트 관리하면서 비둘기 똥 때문에 고심하는 아빠를 위해서도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다. 바로 7층에서 비둘기 먹이를 주는 야코비 할머니의 심부름을 자청하면서 정면이 아닌 측면의 식당에서 먹이를 주는 방법으로 해결한다.클레멘타인은 집중을 잘하기 때문에 마거릿이 좋아하는 것을 다 모아 붙인 멋진 모자로 서먹했던 관계도 해결한다.

남동생을 이름 대신 그때 그때 온갖 채소 이름(피망, 파슬리, 양배추, 브로콜리, 완두콩, 토마토, 샐러리)으로 부르는 클레멘타인은 놀아주기도 잘한다. 다만 냄비돌리기를 오래 태우거나 너무 웃게 해서 먹은 걸 다 토하게 하는 게 문제지만.^^ 이런 클레멘타인에게 고민이 하나 생겼다. 동생은 '쉬운쪽'이고 자신은 '어려운 쪽' 아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 드디어 부모님이 쉬운 쪽 하나면 충분하다고 판단을 내린 것. '사라져서 속이 다 후련해! 클레멘타인' 이라는 글씨를 쓴 케익을 주문하는 걸 듣고, 자기방을 청소하고 동생방도 청소하려고 맘 먹는다. 하지만, 청소는 만만치 않아 오후 내내 뿌리고 문지르고 했지만 깨끗해진 건 하나도 없다. 결국 엉엉 울면서, 엄마 아빠가 원하지 않는 일은 앞으로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집중도 잘 하고 숙제도 잘하며 피아노 레슨도 잘 받고, 동생처럼 쉬운 쪽이 될테니 보내 버리지 말라고 애원한다.

하하하~ '사라져서 속이 다 후련해'는 비둘기를 말하는 것이었고, 비둘기 대전쟁의 영웅 클레멘타인을 위해 깜짝 파티를 준비했는데 클레멘타인이 오해를 했던 것이다. 자유로운 영혼의 클레멘타인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문제를 해결하지만 역시 순진한 어린이였던 것.

이의 관점에서 본다면 크게 잘못된 것도 없는데 어른의 시각으로 아이를 문제아로 만들고 있음을 돌아보게 한 책이다. 또한 결과보다는 과정을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너그러움을 깨닫게 한 책이다. 내 수업에 오는 아이 중에도 클레멘타인 비슷한 아이가 있다. 늘 입이나 손으로 소리를 내서 수업을 방해하고, 눈을 가운데로 모으거나 엉뚱한 말을 해서 아이들은 깔깔거리지만 교사는 결코 웃을 수없는 상황을 만든다. 내심 저 아이는 그만 왔으면 하고 바란 적도 있었다. 하지만 따로 불러서 '잘 생긴 호영이는 시도 잘 쓰고 재미난 이야기도 잘해서 시인이 되고 작가도 되겠다고 추켜주며, '임작가. 임시인' 하고 불러주니까 절대 빠지지 않는다. 1학년부터 2년째 다니는데 순진무구한 글로 나를 종종 감동시킨다.

엄마가 학원을 운영하는데 자기 아들을, 강사들이 문제아로 생각하고 수업에 안 넣으려고 한다며 상담전화를 해왔다. 방과후학교에서도 산만하고 수업을 방해하는지, 이해력이 떨어져 설명을 못 알아 듣는지 물었다. 물론 전체적으로 설명할 땐, 클레멘타인처럼 주변에 집중하느라 설명을 놓치기 일쑤다. 그러나 다시 설명해주면 금세 알아 듣고 클레멘타인처럼 좋은 아이디어가 퐁퐁 솟아나는지 뚝딱 써온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고 기발한 생각을 잘하는 창의성 넘치는 아이라며, 다른 아이들과 똑같기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조언으로 위로해줬다. 그런데 이녀석 정말 자기 엄마를 끔직히 생각하는 효자다. 모든 글에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철철 넘치는 사랑스런 녀석이다. 아마도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는 결과라고 생각되는데, 클레멘타인 엄마 아빠처럼 자녀를 믿어주고 이해한다면 충분히 몰입 천재로 자랄 거라 생각된다. 우리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고 천재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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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12-08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레멘타인 같은 아이는 정말 우리나라같은데서는 살기 힘들거예요. ㅠ.ㅠ
클레멘타인이 교장실에 보내졌다니까 생각나는 얘기가 예전에 외국에서 오래 살다 오신분이 학교 선생님이 되셨는데 너무 힘든 아이가 있으니까 교장실로 보냈다네요. 상담좀 받으라고...외국에서는 교장 선생님이 학생 상담을 하잖아요. 우리 나라는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얘기지만... ㅠ.ㅠ

순오기 2008-12-08 23:24   좋아요 0 | URL
교장실을 상담실로 한 학교도 있긴 해요. 우리 애들 학교가 그랬는데 상담오는 아이는 없었답니다.ㅜㅜ
클레멘타인 같은 아이는 견디기가 쉽지 않지요.ㅜㅜ

2008-12-08 06: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12-08 23:26   좋아요 0 | URL
원제는 살펴볼 생각도 못했어요.
몰입과 천재~ 그래서 저도 엄마들이 좋아할 낱말이라고 썼어요.^^

이팝나무 2008-12-08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오랫만이에요..구입할 책목록에 살포시 담아갑니다. 남이 볼 때는 우등생이나 엄마눈에는 한없이 산만한 우리 아들을 위해 꼭 읽어봐야겠어요...

순오기 2008-12-09 08:42   좋아요 0 | URL
오~ 이팝나무님 반가워요~ 별일은 없는 거죠?
흐흐~ 남이 우등생으로 봐주는 아들이라면 괜찮을 듯 한대요.^^

L.SHIN 2008-12-09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데요, 리뷰. ^^
근데 왜 저는 저 흑백 케익 위에 싸인펜을 들고 마구 색칠하고 싶어지죠? (웃음)

순오기 2008-12-09 08:43   좋아요 0 | URL
리뷰가 너무 길어졌어요, 수정하려니 또 어디를 줄여야할지 난감하네요.ㅜㅜ
하하~ 케익 위에 칼라펜으로 마구 마구 색칠해 주세요.^^

L.SHIN 2008-12-10 07:26   좋아요 0 | URL
그랬다가는...
제 컴 모니터에 몹쓸 자국이 남을...크하하핫,
(사실 진짜 시도할뻔 했다고는 말 못하겠..;;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