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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치료의 첫걸음 ㅣ 아동청소년문학도서관 3
명창순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10월
평점 :
사회가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소통의 단절과 소외라는 아이러니를 겪는다. 더 많은 문명의 이기가 개발되어 소통의 수단은 늘어나는데, 오히려 단절과 소외는 현대인의 병으로 자리매김 되었다.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없는 절대적 고독과 우울증은 치명적 결과를 가져온다. 그런 사례를 보면서 나는 진정한 친구가 있는지 혹은 내가 누군가의 진정한 친구인지 성찰하는 계기도 되었다.
이런 소통의 단절은 어른들만의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친구와 선생님 뿐 아니라 생활에 바쁜 부모와도 소통의 단절을 겪고 있다. 오히려 아이들은 이런 환경에 방치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어른이나 아이도 매번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기에 스스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책이고, 독서치료의 과정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나 역시 심한 충격을 받았을 때 침잠하듯 책에 빠져들었으니, 나름대로 책을 통한 치유의 과정이었다고 이해된다.
책이 주는 유익은 지식과 정보, 즐거움 뿐 아니라 상처 치료의 능력이 점점 주목받고 있는 추세다. 음악치료와 미술치료는 이미 익숙한 용어가 되었고, 이제는 독서치료가 한몫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복지관에서 상담봉사를 하면서 만난 아이들의 사례로 독서치료의 과정과 결과를 들려준다. 아이들은 책을 읽고 활동을 통해 자신의 문제 해결과 삶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즉 "독서치료에서 책은 마음을 열어주고 문제에 접근하게 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와 아이를 이해하는 결정적 단서들을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이 책은 독서치료 사례를 통한 이론과 적용서로, 독서치료에 관심있는 일반인이 입문서로 보면 좋겠다. 부모나 교사들이 읽고 아이들의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무슨 책을 어떤 경우 어떻게 활용했는지 친절한 실례와 방법이 소개돼 어렵지 않다. 아이들의 삶에서 만날 수 있는 상황별 적용으로 변화의 과정과 결과까지 알 수 있다. 아이들이 독서활동을 통해 솔직한 내면과 만나고 상처를 치료할 수 있다는 건 아주 바람직한 일이다. 한 줄의 글, 한 권의 책을 읽으며 마음이 위로받고 새로운 힘을 얻는다면 이미 치유는 시작된 것이라고 본다.
저자인 명창순씨는 '울어도 괜찮아'의 동화작가로, 사례로 제시한 상황들이 현장 경험의 결과라 신뢰감이 들었다. 예전에 독서지도 과정을 공부할 때 독서치료가 한 꼭지 들어 있어 수박 겉핥기로 배웠고, 2007년 초등학교에서 상담봉사할 때 독서치료과정을 적용했었다. 이 책에 나오는 상황들과 유사했기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이 책으로 독서치료의 기본을 이해하고 적용해간다면 소통의 단절을 겪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아이들이 어떤 상황에 화가 나고, 스스로 화를 풀기 위해 어떻게 하는지 조사해 봤다. 아이들은 공부를 강요하고 TV를 못 보게 할 때, 동생은 안 혼나고 혼자만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형제간 비교하고 차별할 때, 내 말을 무시하고 편을 안 들어줄 때, 끊임없는 부모의 잔소리에 화가 난다고 했다. 또한 화를 풀기 위한 방법에도 짜증을 내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 폭력으로 해결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운동을 하거나 재미있는 생각과 독서를 한다는 긍정적인 해소법이 있었다. 아이들 스스로 치료의 방법까지 터득하고 있는 건 다행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