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바늘 -이상교-
도깨비바늘이
두 눈 반짝이며
숲 그늘에 숨어 있다가
"지나간다!"
"지나간다!"
저희끼리 신호를 보내고
들키지 않게 몰래
화살 한 촉씩을 쏘아 댄다.
표적은
사람들의 운동화, 양말, 바짓가랑이......
꼭 붙잡고 늘어져
지나가지 못하게 말리진 못했지만
우리가 이겼다.
저길 봐라!
길바닥에 털버덕 주저앉아
우리가 쏜 화살을 뽑아내느라
낑낑대고들 있다.
푸른책들에서 나온 '풀아풀아 애기똥풀아' 30쪽에 실린 이상교님의 시와 양상용님의 그림이다.
도시에선 도깨비바늘을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지만, 시골에선 아주 흔한 풀꽃이었다. 가을~ 지금쯤 도깨비바늘은 제 후손을 퍼뜨려 종족을 유지하느라 한참 바쁠 철이다. 지나는 그 누구에게라도 붙어서 멀리 멀리 퍼져야만 하는 풀꽃들의 생존전략이 한창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 그들의 생명씨앗을 옮겨준 천사(?)가 되었을 유년기의 추억이 아른거린다.
우리 삼남매를 키우며 '골목대장'놀이를 즐기던 젊은 엄마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우리 아이들과 이웃 아이들까지 데리고 나섰던 가을 탐사길에서 만났던 '도꼬마리'를 마냥 신기해하던 아들녀석이다. 2001년 초등학교 2학년 때의 모습인데 제법 퉁퉁하던 녀석이 이젠 175Cm가 넘는 훤훤장부로 커가는 중이다.^^
민경이는 퉁퉁한 오빠에 가려서 옆에 다리와 발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