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달 -손택수-
스무살 무렵 나 안마시술소에서 일할 때, 현관 보이로 어서 옵쇼, 손님들 구두닦이로 밥 먹고 살 때
맹인 안마사들도 아가씨들도 다 비번을 내서 고향에 가고, 그날은 나와 새로 온 김양 누나만 가게를 지키고 있었는데
이런 날도 손님이 있겠어 누나 간판불 끄고 탕수육이나 시켜먹자, 그렇게 재차 졸라대고만 있었는데
그 말이 무슨 화근이라도 되었던가 그날따라 웬 손님이 그렇게나 많았는지, 상한 구두코에 광을 내는 동안 퉤, 퉤 신세 한탄을 하며 구두를 닦는 동안
누나는 술 취한 사내들을 혼자사 다 받아내었습니다 전표에 찍힌 스물 셋 어디로도 귀향하지 못한 철새들을 하룻밤에 혼자서 다 받아주었습니다.
날이 샜을 무렵엔 비틀비틀 분화장 범벅이 된 얼굴로 내 어깨에 기대어 흐느껴 울던 추석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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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수의 시집 '목련전차'에 수록된 시일거라고 생각되네요.
나와 감성 코드가 잘 맞는 것 같아서 여러번 올렸어요.
다들 즐거운 추석, 행복한 명절을 노래할 때
이렇게 보내는 사람도 있다는 걸 이제야 발견한 듯한 부끄러움....
가을이 깊어지면 여기 수록된 '단풍나무빤스'도 생각납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