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바로 위의 언니는 결혼을 일찍 해서 나보다 세 살 위인데 벌써 외할머니가 되었다. 언니는 첫 연애로 결혼하는 바람에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대성통곡하게 만들었다. 마음에 준비도 없이 3개월 간격으로 연거푸 형부를 맞이해야 했던 나는 무에 그리 서러웠는지 언니들 결혼때마다 눈물바람이었다. 

큰언니는 일곱 살 차이로 나를 업어 키웠으나 일찌기 떨어져 살아 늘 그리웠고, 둘째 언니는 크고 작은 집안 일을 같이 했기에 티격태격 애증이 깊은 사이였다. 언니는 착했는데 아마도 한 승질하는 내가 이겨 먹을려고 그랬던 것 같다. 언니는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에, 내 언니보다 언니의 친구들과 더 각별하게 지냈다. 시골에 살면서 읽을거리에 목말랐던 나는 언니의 친구집에서 문학전집을 빌려다 밤새 독파하는 자칭 문학소녀였다. 중2때 인천으로 전학와서도 언니의 친구들이 보낸 편지와 카드를 지금도 간직하고 있고, 내게 문학전집을 빌려줬던 언니와는 지금도 소통하며 지낸다.

둘째 언니 결혼식에서 교복을 입은 채 어찌나 울었던지 사돈들이 다 기억할 정도였고, 언니의 신혼집에도 여섯 달 동안 가지 않았다. 내가 뒤끝이 좀 길어서 제 풀에 풀어져야지 누가 설득한다고 들을 고집이 아니었다. 그래도 엄마의 설득에 6개월만에 언니 집에 찾아갔고, 처제 왔다고 좋아하는 형부를 보니 미안키도 해서 슬쩍 빗장을 풀었다. 그 후 1년 반 뒤에 태어난 조카가 어찌나 예뻤던지 봄날에 눈 녹듯 녹아버렸다. 그리고 순오기의 조카사랑이 시작됐으니, 친구들 모임에도 데리고 다닐 정도로 예뻐했다. 그 조카는 이모가 최고인 줄 알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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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조카가 지난 8월 21일에 서른의 나이로 엄마가 되었다. 첫 아기를 실패하고 결혼 3년 만에 얻은 딸이다. 나도 첫딸을 서른에 낳았는데... 강원도 원주 단구동에서 사는데, 박경리 선생의 단구동 자택과는 걸어서 15분 거리란다. 아기 백일을 핑계 삼아, 기필코 100일 안에 단구동 박경리 선생의 토지문학관에 가리라 맘 먹고 있다.^^

아기를 낳았다는 소식을 늦게 들어서 며칠 전 통화를 했는데, 이모가 축하전화도 없어서 내심 서운했는가 보다. 우리 민주 키울때 초등3학년이었던 조카와 주고 받은 편지를 보면, 고슴도치 엄마의 딸자랑이 장난 아니었다.ㅋㅋㅋ 그때 '민주는 똥누는 것도 이쁘다'고 편지 썼던 나를 놀려 먹더니, 저는 출산 열흘만에 "이모 애기가 똥누는 것도 이뻐!"라고 하더라니~~~ㅎㅎㅎ

곁에 살면 벌써 달려가 축하를 했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 축하의 선물로 책을 몇 권 골라봤다. 우선은 엄마 아빠가 되기 위한 마음 준비가 중요한 것 같아서 이런 책을 골랐다.

 

 

 

 

그리고, 유아용 책꽂이

  

마노아님의 추천으로 추가된 책^^ 

 

 

 

 

*이 외에도 엄마 아빠 마음 준비를 위한 좋은 책 있으면 추천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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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모할머니, 돌잔치에 가다
    from 엄마는 독서중 2009-08-19 08:34 
    생자필멸(生者必滅)이라고 했던가! >> 접힌 부분 펼치기 >> 2009년 8월 18일 오후 1시 43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는 천수를 누린 자연사라서 마음이 참담하지는 않지만, 한 해에 두 분의 전직 대통령과 작별하는 게 아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87일만이라니, 내 몸의 반쪽이 떨어져 나간 것 같다고 하시더니 그 후 기운을 잃으신 듯...... 
 
 
다락방 2008-09-08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와. 이 페이퍼는 별찜해놓고 저도 유용하게 참고해야겠어요. 얼마후에 아이를 낳을 친구가 둘이나 있거든요.
:)

순오기 2008-09-08 09:19   좋아요 0 | URL
아기를 위한 책은 부모들이 사주면 되고, 우선은 마음의 준비가 중요하다 싶어서 선택한 책이에요. 친구분에게도 좋겠죠~ 다락방님이 엄마가 될때도 역시!!^^

뽀송이 2008-09-08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막~ 엄마가 된 조카분에게 꼭 필요한 멋진 책들로만 고르셨군요.^^
ㅎ ㅎ '민주는 똥누는 것도 이쁘다'라고 말한 이모랑 "이모 애기가 똥누는 것도 이뻐!"라고 말하는 조카분 모두 이뿌세요.^^ ㅋ ㅋ

순오기 2008-09-08 19:15   좋아요 0 | URL
ㅎㅎㅎ 고렇게 이쁜 애기가 자라면서 때론 애물단지도 되고 그런다죠.ㅋㅋㅋ

마노아 2008-09-08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조카 장가가면 저도 이럴까요. 제가 다 짠하네요^^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1550096
'네가 태어나던 날에'
생명의 탄생을 온 우주가 축복하는 과정을 '폭발'적으로 보여준 책이에요. 읽으면서 저는 찐하게 감동 받았어요^^

순오기 2008-09-08 19:17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이 올려 놓은 포토리뷰 구경했어요.
한 생명이 태어날 때 이렇게 온 우주가 축복한다는 걸 알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자존감을 더 갖게 되겠죠. 추가했어요~ 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