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전, 어머니독서회 모임이었다. 8월은 방학이라 아이들 관리 때문에 한번만 모였는데, 바로 집 뒤 공원 정자에서 자연과 더불어 책이야기를 나눴다. 날씨가 협조를 안해서 비가 막 퍼붓기도 하고, 해가 날듯 날듯 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운치있고 좋았다. 소나무를 휘감고 오른 덩굴손들이 눈길을 사로잡았고, 사랑싸움을 하는지 갑자기 소리치며 나무를 오르내리는 청설모에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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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도서는 지승호씨의 인터뷰집에서 선택하기로 했는데, 워낙에 마왕의 카리스마가 있는지라 '신해철의 쾌변독설'은 네 분이 선택했고, '금지를 금지하라'와 '하나의 대한민국 두개의 현실'은 각 한분씩, 나는 시비돌이님의 권면으로 '아! 대한민국, 저들의 공화국'을 읽었다. 참석하지 않은 회원들은 무슨 책을 선택해 읽었는지 모른다.ㅜㅜ
이 책을 읽다보니, 전에 김용철 변호사 인터뷰가 있으니 궁금한 것들을 올려달라는 시비돌이님 글에 남겼던 내 질문에 대한 답변도 나와 있었다. 질문은, '전라도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있는데, 김변호사와 삼성의 관계로 더 심화되었고, 자녀들의 앞길을 막았다고 원망하는 호남인들의 생각을 알고 있는가?' 대략 이런 요지였는데, 김용철 변호사 인터뷰는 2008년 5월 1일에 있었다.(224쪽)
지승호씨는 이와 관련한 질문을 했고 김변호사는 자신의 속내를 밝혔다.(2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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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정말 저열한 반응이긴 한데요. 기업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김용철 변호사님의 예를 들면서 "역시 전라도 사람은 배신을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리고 외부 인사의 발탁을 꺼리는 경향도 나타난다던데요.
김: 전라디언 소리? 전 이번 일 하면서 처음 들었어요. 전라디언이라는 말을. 서울 사람을 서울라이트라고 하는 것은 아는데, 희한한 말을 처음 들었어요. 왜 우리 아버지가 서울서 자리를 안 잡고 광주로 내려가서 그런 말을 드게 하셨는지.(웃음) 그 말은 맞아요. 광주에서 태어난 건 맞으니까. 그런데 그게 광주 놈이라는 것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요. 그럼 부마항쟁은 뭐예요? 전라도 사람이라서 저항하고, 반항하고, 배신한다는 건 말이 안되죠. 저 김해 김가예요. 본관은 경남이잖아. 말이 돼요? 전혀 말이 안 되는 걸 가지고 얘기하면 나도 우스워지겠죠. 텔레비전에 보면 내 입이 좀 삐뚤어지게 나온대요. 그런데 내 생긴 거나 내 출신지를 가지고 그러면 어떻게 얘기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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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쪽에서는 김변호사가 많이 말하지 않았는데, 그 뒤 '진보적인 사고의 원칙을 갖고 있는 것 같다'라는 질문에는 4쪽에 걸쳐 전라도 이야기를 했다. 그런 말이 생기게 된 호남인의 기질적 근원과 태생적 배경들을...... 290~293쪽 내용의 일부를 발췌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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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법시험 되고 나서 가꾸지도 않은 산소에 절하라고 하는데, 몇 대조라고 하더라고요. 당상관이고 높은 보직인데, 그런 양반이 왜 시골까지 왔겠어? 볼 것도 없이 역적 아니겠어요.(웃음) 내부 정치 전쟁의포로지, 조선시대에는 대명률을 썼는데, 동대문 성문고리 훔치면 삼천리 유배 가게 되어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삼천리를 보낼 데가 없잖아. 그러니까 함경도, 전라도로 보낸 거예요. 그러다보니까 그 지역에서 명문가네 하면 전부 역적 후손인 거예요. 전라도를 문인의 고향이라고 하는데, 화장실에도 남인화가 걸려 있어요. 사실은 한 맺힌 놈들이 모여서 저항정신이 피부로 유전된 거죠.
'중략'
광주일고 다닐 때, 대통령배 결승에 올라가서 경북고와 븥은 적이 있어요. 그날 동대문시장이 철시했어요. 왜냐하면 지게꾼이 다 전라도 사람이라 이 사람들이 동대문운동장에 가버리니까 시장이 운영이 안 돼요. 사회 하층민을 형성한 건데, 사실은 왜 그러냐 하면 박정희 개발독재시대에 농촌 피폐화 정책에서 시작된 거예요. 그 양반이 농촌 출신이지만, 수출입국 근대화, 공업화하면서 농촌을 포기함으로써 도시빈민화, 도시 저임금 노동자로 만든 거예요. 그러면서 전라도 사람들이 하층 노동자를 형성한 거죠. 그러다보니까 사회적 강자와 약자가 지역적으로 그렇게 되어버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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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는 조정래씨의 '한강'에서도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올곧은 선비정신이 자연스레 저항적인 기질을 물려주고 있으며, 착취당하고 짓밟혔던 역사적 토양이 또 그런 사람을 길러낸다고.
우리 딸이 대학 입학하고 두달만에 광주터미널에 내려서 제일 먼저 한 말이 바로 저런 맥락이었다. 자기 과에서 촛불집회에 참여한 새내기는 딱 세명이었는데, 5.18 광주에서 나고 자란 자신과 부마항쟁의 마산 친구, 4.3사태의 제주 친구라면서, 역시 핍박받고 짓밟힌 땅에서 자란 사람들은 토양이 그렇게 기르는가 보다고 말했다. 기절적인 저항정신과 그 땅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만이 느끼는 피해의식이 저항정신을 키운다고 생각된다. 아직도 우린 편견이 팽배한 대한민국에서 산다.